“별이, 신이 내게로 온 완전한 시간”


국내에서 처음으로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담은 사진전을 연 이창수 사진작가.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담은 사진전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고 있다. 사진작가 이창수씨가 3년여 동안 히말라야 14좌 베이스캠프를 찾아다니며 ‘영원한 찰나’를 포착했다.

“멋진 사진을 찍겠다고 마음먹고 찍은 게 아닙니다. 그저 산을 걸으면서 빠져드는 감정, 그때 마주치는 광경을 담았을 뿐입니다. 그래선지 관람객들도 ‘멋있다’가 아니라 ‘감동이다, 가슴이 찡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이 작가는 안나푸르나를 시작으로 14좌를 모두 찍겠다는 목표로 K2를 찾았다. 체력적이나 심리적으로 준비가 안됐던 탓도 있었지만 4500∼6700m 설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탈진을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지점에서 걷다보니 사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뭔가를 찍으려는 마음 자체가 욕심이라는 걸 깨닫고 내려놨다. 대신 걷는 것을, 숨 쉬는 것을 제대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14좌 여정이 끝났을 때 이 작가가 깨달은 것은 ‘그저 한 걸음’이라는 사실이었다. 한 번은 동행한 후배가 무척 힘들어했다. 이 작가는 후배에게 “한 걸음만 걸어”라고 했다. 한 걸음, 또 다시 한걸음, 그러다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 지점의 한 걸음이었는데 어느새 한걸음에 목적지에 와있더라는 것이다.

이번 사진전에서 ‘영원한 찰나’라는 큰 주제 아래 ‘한걸음의 숨결’이란 소주제가 제일 앞으로 나선 이유다. 그리고 산은 신, 절은 인간, 새는 그 둘을 이어주는 영매임을 드러낸 ‘신에게로’, 신의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담은 ‘나마스떼’, 산과 구름, 별과 달, 그리고 인간이 이루는 우주의 조화를 담은 ‘별이 내게로’ 순으로 이어진다.

작가가 “별이 내게로, 신이 내게로 온 완전한 시간이었다”고 표현한 초오유 베이스캠프에서의 새벽녘 사진은 우주의 신비가 드러난 하늘 아래 신의 땅인 정상을 향하는 인간의 발자취가 랜턴 빛으로 표현돼 있다. 이는 다시 주제인 ‘한걸음의 숨결’과 맞닿는다.

이창수 작가는 히말라야 14좌 베이스캠프를 둘러보면서 두 번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한 번은 로체 남벽에서다. 깜깜한 구름 속으로 걷고 있던 중에 갑자기 하늘이 열리기 시작했다. 가까운 언덕으로 뛰어올라가니 구름이 열리면서 주변 일대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순간에 온전히 빠져들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한다. 또 한 번은 오체투지하는 사람을 찍을 때다. 그의 경건함과 고단함이 느껴지면서 제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작가가 느낀 영원한 찰나다.

“관람객들이 사진전에 걸린 100장의 사진마다 다 감동을 받지는 않을 겁니다. 둘러보다가 저마다 어디에 꽂혀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사진이 있겠죠. 감동을 받아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그 순간이 관람객들이 느끼는 영원한 찰나입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가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8월11일까지 열린다.

국민일보 / 김 난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