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展 / MINBYUNGHUN / 閔丙憲 / photography
2014_0913 ▶ 2014_1214 / 월요일 휴관

 

 

민병헌_DeadPlants_젤라틴 실버 프린트_19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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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920_토요일_03:00pm

관람료 / 5,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 행사 일정에 따라 휴관하거나 관람 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니방문 전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MIMESIS ART MUSEUM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

Tel. +82.31.955.4100

mimesisart.co.kr

 

 

온전히 자유롭게 사물을 바라볼 때 사물은 보여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나에게 사진은「다른 눈目」이다. (민병헌 작가 인터뷰 中) 민병헌은 어느날 우연히 동생이 Nikon F3 카메라 한 대를 건네받아 사진작가의 삶을 1984년 시작한다. 35mm Lens를 끼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도시의 변두리를 빈둥거리며 뒷골목의 전봇대나 불도저가 쓸고 지나간 자리를 찍어대곤 했다. 이 시기 발표한 「별거 아닌 풍경」과 「잡초」 연작에 대해 작가는 ‘하루 종일 라면 한 그릇 먹고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다닌 시절이 있었다. 현실적 곤란과 불확실한 미래, 내 재능에 대한 불안감. 그 불편과 불안이 살아 있는 꽃이 아닌 죽은 풀들에 투사된다’고 말한다.

 

민병헌_SKY_젤라틴 실버 프린트_1994~8

 

 

땅바닥만 쳐다보던 그가 하늘로 렌즈를 돌린다. 허공을 바라보듯 회색빛 하늘을 담으며, 그의 사진은 사색하기 시작한다. 사진 속 하늘은 깊은 잠에 빠진 듯 적막감이 에워싼다. 하늘을 떠도는 공기의 어떤 분위기 또는 결을 미세하게 인화한다. 이미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옅은 회색의 고른 톤은 다름 아닌 카메라의 피사체가 남긴 빛의 잔해일 뿐이다. 그의 풍경 사진은 거의 추상에 가깝게 변화한다. 그것은 멋지고 미묘한 흑색과 회색이 거의 단색조로 전개된 평면이다. 불현듯 나타나는 한 점의 빛, 나무 잎새 혹은 파도의 가장자리, 다리, 제방, 언덕 위의 경계선 등이 풍경의 추상적 면을 구성한다. 새벽의 안개 속에 잠겨버린 풍경을 응시하노라면 그것이 가리고 있는 세계의 저편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하늘과 인화지가 감당할 수 있는 백색의 극한을 실험하는 듯하다. 민병헌의 사진은 관념적이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마음이고 생각이며 감성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정지한 것이거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과정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움직이고 변화한다. 회화적 사유를 한다. 사진적 추상이다. 그 사진 속의 형식은 무엇인가 보여준다는 도해적 의미에서 추상되어, 즉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산만하고 습한 빛들로 가득 차 있는 새벽녁, 반투명의 하늘은 빛과 그림자의 차이를 줄이고 공간을 부드러운 밝은 빛으로 균일하게 번져 나가게 한다.

 

민병헌_강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12
 
 

그의 이미지를 보면 우리는 사진과 사진의 관념을 망각하는 상태에서 아주 천천히 이미지 속에 잠긴다. 마치 깊은 사색에 빠지듯. 그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안개 속에 쌓인 세계의 비밀에 살짝 다가선 듯 말이다. 사진 속 세계는 단지 침묵하고 있음에도 결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의 사진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무언가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마치 구도자처럼 아주 내밀한 길을 따라 나아간다. 구도자에게 세계는 아주 조금씩 자신의 비밀을 풀어놓는다. 민병헌의 사진은 명상하는 자의 내면 풍경이다. 인화지 위엔 언제나 하얗게 바래진 사념의 앙상한 절대만이 가까스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지워지고 생명 현상의 실존만이 처연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민병헌_Snowland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10
 
 

사진이 사실 진술과 기록의 기능을 멀리 벗어나 전혀 다른 세계로 진입하지 오래되었다. 기술과 예술의 해묵의 논란도 아주 오래전 일이다. 사진은 현대의 예술을 특징하는 미적 주제로 다뤄진다. 아마도 우리 시대의 가장 섬세한 사진술을 민병헌에게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 젤라틴 실버프린트Gelatin Silver Print는 휘발성 있는 디지털 인화 사진과는 차별되는 은염을 이용한 전통적 사진 인화 방식이다. 민병헌은 젤라틴 실버프린트 작업은 늘 절제되고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작가만의 조형성을 자랑한다. 이와 함께 극단적으로 밝은 톤으로 연회색의 농담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반대로 진한 회색 혹은 갈색 톤으로 일관함으로써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촉각성을 자아내는 그 미묘한 계조의 프린트는 그만의 독특한 미학이 되었다. 그가 담아내는 회색조의 풍경들은 원경과 근경 모두 다양한 시각이지만 하나같이 절제된 언어와 균형미를 갖고 있다.

 

민병헌_mg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10

 

 

먼 곳 풍경이나 풍경 속 사물들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 속의 많은 피사체들과 달리, 민병헌의 「mg」 연작은 대체로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 심지어 극단적인 접사에 가까운 신체의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완벽하게 질감이 재현된 모델의 살결과 체모들, 노출된 성기의 적나라함은 시선과 욕망의 위치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민병헌_Wall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04
 
 

이번 전시에서는 관념적 사진, 회화적 사진이라는 민병헌적 사진에서 벗어나 콘트라스트가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들이 함께 소개된다. 미발표작이었던 「Wall」연작은 2003-4년 제작되었다. 재개발을 위해 철거되는 잠실 시영아파트. 건설 당시인 80년대의 벽지 패턴이 주는 시각적 재미, 장롱 자리를 뺀 나머지 벽에만 벽지를 발랐던 삶의 흔적 따위가「Wall」연작에, 동일한 구도로 담긴다. 이 15점의 연작 옆에는 한 장의 사진이 함께 전시된다. 이 벽들이 찍힌 시영아파트 한 동이다. 이 건물은 폐허 속에 마지막 한 동으로 우두커니 서있다. 사회적 메시지가 강할 수 있는 이 사진 연작을 작가는 동일한 구도로 아름다운 회색 톤의 미묘한 변화들로 포착한다. 철거를 기다리는 아파트의 빈 벽을 차지하는 빛바랜 꽃무늬 벽지, 그리고 꽃이라는 자연이 인간의 삶과 어우러진 소재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현되고 있다.

 

민병헌_군산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14

 

 

내가 50년대 태어나고 자란 서울의 모습들이 군산에는 현존한다. 일제강점기의 건축물에 60-70년대 난개발 문화가 더해진, 시간 멈춰버린 풍경은 언제나 나를 매료시킨다. 사진을 처음 배웠을 때로 돌아가, 군산의 다큐멘터리로 내 사진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민병헌 작가 인터뷰中) 이번 전시는 올해 작업을 시작한 「군산」연작 40점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20여년의 양수리 작업실을 정리하고 군산으로 이전한 민병헌은 오래된 소도시의 독특한 매력에 한껏 매료되어 있다. 텅 빈 화면, 고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명상적인 느낌으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자연에 대한 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신작에서 작가는 렌즈를 대상에 적극 투입시켜 촬영한 콘트라스트가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소개한다.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광의 향연과함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빛으로 미술관」으로, 계절에 따라 관람 시간이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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