À bout de peinture #2
조이경展 / CHOYIKYUNG / 趙利瓊 / mixed media
2015_0923 ▶ 2015_1016 / 월요일 휴관


조이경_Breaking The Waves_C 프린트_60×90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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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경 블로그_yikyungcho.blogspot.kr


초대일시 / 2015_0923_수요일_06: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서울특별시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가비GALLERY GABI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69(화동 127-3번지) 2층

Tel. +82.2.735.1036

www.gallerygabi.com


회화에 대하여 ● 19세기 인상주의자들은 빛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사물과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그들은 색채, 그림자, 형태의 일그러짐 등 빛이 주는 시각적인 변화 뿐 아니라 빛의 흐름이 시각의 흐름을 지배하는 현상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미디어작가 조이경이 사진 및 영상, 영상 설치 등의 작업을 하며 '회화에 대한' 고찰을 지속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작가는 '빛'이라는 물질이 우리에게 가시성(可視性)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는 관점의 향방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 ● 회화는 작가만이 볼 수 있는 비가시(非可視)의 세계를 구현하는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조이경이 주목한 것은 회화가 가지고 있는 매체적 특성이 아니라, 회화를 구성하는 재료가 타매체의 그것으로 대체되었을 때 관람자가 반응하는 행위 자체이다. 이에 작가는 회화의 미디엄인 캔버스와 안료를 미디어아트의 미디엄으로 바꾸는 실험을 꾸준히 해왔는데, 이는 모두 '빛'의 특성을 다룬 것이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Breaking The Waves'의 결혼식 날 밤 장면이 검은 종이 위에 영사된 동명의 작품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검은 종이 위에는 황금색, 붉은색 등의 피그먼트가 미리 뿌려져 있었는데, 그 위에 남녀가 부둥켜 안고 있는 영사된 영화이미지가 함께 어우러져 환상적이고도 내밀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작가는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미디엄 중 하나인 빛(영상)과 픽셀(사진)을 통해, 피그먼트를 미디엄으로 갖는 회화의 개념을 확장시키고자 한 것이다.


조이경_White on Red_C 프린트_40×40cm_2015


조이경_Opelia_단채널 영상설치_00:20:00 loop_2011

작가가 영화의 한 장면을 선택하여 일상의 다양한 공간에 영사(映寫)하고 이렇게 연출된 장면을 다시 사진으로 찍는 작업도 같은 개념을 설명한다. 영화 속에서 차출된 이미지들은 프로젝터를 거치는 과정에서 '빛'이라는 물질로 가공되는데, 이것이 스크린이 아닌 호텔방, 건물 외벽, 명화포스터 등의 이질적인 화면에 투사되면서 본래의 이미지가 가지고 있었던 흐름에서 탈피한 새로운 맥락이 전개된다. 그리고 조이경은 이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또 다시 '픽셀화'된 이미지로 도출해 낸다. 이처럼 다소 복잡해 보이는 그의 작업 과정은, '이미지는 그것을 전달하는 미디엄에 따라 다른 결과물로 보인다'는 명제에 기반한다.


조이경_Still Life Nr.4_C 프린트_120×80cm_2010


조이경_Eine Weisse Vase_C 프린트_60×40cm_2015


조이경_Apples & Pears_C 프린트_30×35cm_2014

또한 작가는 벽지, 찢어진 종이, 영화배우 포스터 등 다양한 표면에 디지털 이미지를 투사시킨다. 이는 2차원의 평면에 피그먼트를 올려서 이미지를 완성하는 회화적 개념에 대한 도전이 되기도 한다. 사실 오늘날 회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컴퓨터 모니터나 인쇄물을 통해서인데, 이는 회화의 안료가 디지털 픽셀로 전환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러한 지점에 주목한 작품이 2010년부터 진행된 「정물(Still Life)」 연작이다. 조이경은 먼저 정물화의 소재로 많이 쓰이는 꽃, 꽃병, 과일 등을 각각 따로 시간차를 두고 영상으로 촬영하였다. 활짝 핀 꽃이 시들어 말라가는 과정, 또는 과일이 점점 부패해가는 과정이 영상에 오롯이 담긴다. 작가는 영상을 이미지로 변형하는 과정에서 시간의 순서를 흩트려 놓아 편집하였고, 이를 여러 표면에 영사한 후 사진촬영을 했다. 이에 작품은 조형적인 면에서는 마치 17세기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지방에서 유행했던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조이경은 사물이 변화하는 모습을 정지된 화면으로 제시할 수 밖에 없었던 기존 바니타스 정물화의 한계를 동시대적 매체로 극복하였으며, 특히 작품에 '왜곡된 시간성'을 개입시킴으로써 "still"과 "life"의 역설적인 조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조이경_Psycho_C 프린트_60×90cm_2009

조이경_Marie Antoinette_C 프린트_60×86cm_2011


조이경_서울의 한 호텔에서, 2014년 2월 24일 오후 8시 25분_C 프린트_60×90cm_2014

조이경 작가는 영상이 3차원의 실제 공간에 영사되었을 때 만들어지는 가상과 현실 세계의 간극을 구현하기도 한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Psycho』의 첫 살인 장면이 작가의 샤워 부스에 영사되고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Marie Antoinette』에서 마리 앙투와네트가 농염하게 누워있는 장면이 작가 자신의 침대 위에 영사되는 모습은, 영화 속 가상 세계와 실제 세계를 시각적이고 물리적으로 접목시킨다. 이는 작가가 영화에서 느꼈던 개인적인 감정의 연상 작용인 동시에, 영화라는 대중매체의 이미지를 스크린이 아닌 현실 공간에 제시한다는 점에서 대중의 공감을 투영시키는 이중 장치가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서울의 한 호텔에서 2014년 2월 24일 오후 8시 24분」은 영상 이미지와 장소가 전혀 별개로 보이는 이질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러한 낯설고 생소한 감정을 바로 작품의 내용으로 삼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 호텔이라는 장소는 불쾌하고 왠지 모르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그는 이를 테리 길리엄 감독의 『그림형제』에서 빨간 망토를 입은 소녀가 할머니를 찾아나서는 영상으로 대변한다. 그런데 어두운 호텔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숲의 이미지와 소녀의 뒷모습은 다름 아닌 현실 세계의 사물들—호텔 침구, 호텔방 창문 너머로 보이는 옆집의 불 켜진 창문, 벽지에 드리워진 그림자, 침대 위에 놓인 구두 한 쌍—을 통해 그 비현실적인 실체를 드러내는 반어적인 은유를 보여준다. ● 이처럼 조이경은 이미 만들어진(ready-made) 이미지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킴으로써 새로운 맥락을 구성하고 있다. 회화 역시 결국에는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시각적 재현을 표방하는 매체임을 상기해 볼 때, 영상, 설치, 사진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미지를 전달하는 작가의 작업은 동시대 예술에서 미디엄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시각적 탐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김소정


Vol.20150923c | 조이경展 / CHOYIKYUNG / 趙利瓊 / mixed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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