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추운 겨울, 부산 국제시장에 큰 불이 났다.
모든 걸 다 태워버린 물질적 손실도 컸지만, 전쟁 중의 영세 상인에게 준 충격은 매우 컸다.
엄동설한에 길거리에 나앉게 된 서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몇 년 전 영화로 인기를 끈 국제시장은 해방되어 귀국한 동포들의 노점으로 시작되었는데,
본래는 ‘도떼기시장’으로 불렸다. 1948년 '자유시장'이란 이름으로 단층목조건물 열 두동을 지었는데,
전쟁으로 몰려든 피난민들이 성시를 이루자 '국제시장'으로 이름이 바꾼 것이다.
그 당시는 속칭 양키시장으로 원조물자나 군용품은 물론 외제밀수품들이 판 쳤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난 온 예술가들도 국제시장에서 호구지책을 마련한 이들이 적잖은데,
당시의 국제시장은 상거래 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용광로며 온갖 정보의 원천이었다.
이 사진은 김한용선생께서 찍었으며,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한 ‘한국사진과 리얼리즘’에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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