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사동 거리에 우리나라 최고의 광대 패거리가 몰려왔다.
이 날 ‘광화문광장’의 19차 촛불집회에서 ‘옳’ 퍼포먼스를 벌인 후,
헌법재판소를 거쳐 갑자기 인사동으로 진로를 바꾼 것이다.

비주류 예술가 유진규 패거리의 인사동 행진으로 모처럼 활기가 넘쳐났다.
지나치는 관광객들과 상인들의 눈길을 한 곳에 끌어 모았으나,
‘옳’ 퍼포먼스 뜻이나 제대로 아는지 모르겠다.
주말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수는 평소의 삼분지 일도 안 되더라.

세상에 옳지 못한 곳이 어디 한 두 곳이겠느냐마는,
인사동은 돈으로 섞어 문드러진 동네다.
전통문화나 예술과 낭만 따윈 아무 필요 없고, 오로지 돈이다.

관청은 물론, 이름만 그럴사한 ‘인사전통문화보존회’도 장사꾼들 손아귀에 논다.
하기야 “인사전통문화보존회”란 조직 자체가 인사동 장사꾼들로 모인 단체가 아니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쳤으나 중국 관광객이 물러나니, 이제 닭 쫓던 개신세가 된 것이다.

유진규씨가 굳이 인사동을 찾아 ‘옳’퍼포먼스 굿판을 벌인 것도,
인사동의 정체성을 돈에 팔아넘긴 그 작태를 꾸짖기 위해서다.
이제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온 나라가 홍역을 치루고 있다.
이 참에 인사동도 본래의 모습을 돌아보아, 제대로 지켜주기 바란다.

이날 인사동 거리에서 인사동 마당발 노광래씨와 퓨전음악인 윤강욱씨를 만나고,
유진규 일행을 취재하러 따라 다니던 영원한 동지 정영신씨도 만났다.
고향 같은 동내에서 고향 같은 사람들 만나니, 그 날이 봄 날이었다.
진정, 인사동의 봄은 오려나?

사진, 글 / 조문호
























김수길씨의 ‘시간지우기’사진전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열렸다.

난, 오래전부터 인사동에서 김수길씨를 보아 왔지만, 사진을 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80년대 중반무렵 인사동에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이란 카페가 있었는데,

그 카페를 운영한 주인이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일단, 그림공부를 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사진들이 그림 같았다.

오래된 활동사진이 돌아가는 느낌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중첩된 이미지는 작가의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 낸 것들인데, 암울하고 처연한 풍경이었다.

앙상한 가로수가 펼쳐있고 그사이에 실루엣의 사람이 부각된 가운데. 저 멀리 버스도 보인다.

작가의 기억이 뭔지는 알 수 없으나, 뭔가 정처 없이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면서도, 한편으론 쓸쓸해진다.

또한 꽃 위로 웅덩이가 있는 시골길이 정겹게 펼쳐져 있다. 애틋한 고향에 대한 기억인 것 같다.

모든 사진들이 숨은 그림 찾는 퍼즐 같다.

작가는 왜 시간을 지우는 것인가? 사라져가는 시간을 지운다고 말할 때는 잊기 위함인가?
아니, 그는 잊기 위함이 아니라, 기억하기 위해 지운다고 한다.


한 때는, 서울 사대문 안의 이화동 낙산 뒷골목을 기록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엔 사실적인 기록이 아니라 정반대의 추상적인 기억의 기록을 선보인 것이다.

단순해 보이는 현실기록보다 창의적 기록으로, 한 걸음 나아갔을지 모르지만,

세월이 지난다면 이화동의 현실기록이 더 빛나지 않을까?

어찌 보면, 그 가치기준 자체가 허망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잡지 ‘카페人’ 발행인 손한수씨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컷을 위해 작가는 오늘도 지운다.
 잊지 않기 위해 시간을 지운다.
 그렇게 응축된 순간들의 이야기는 울림이 크다.
 지우면 여운이 깊다”

글 / 조문호












아래 사진은 정영신씨가 오프닝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작가를 비롯하여 이순심관장, 노광래, 김구, 임경일, 편근희씨 등 낮익은 분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지난 토요일, 급히 만날 분들이 있었다.
술이 취해, ‘인사동사진축제’ 구상안을 이규상씨 페북 메시지로 보낸다는 게,
실수하여 전체공개가 된 것이다.

그 내용에는 이규상씨는 물론 엄상빈씨 이름까지 거명되어 있어,
당사자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 댓글이 이어지고 있었다.
잘못된 경위를 문자로 전한 후, 일단 만나 뵙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5시 무렵, 아내와 인사동 ‘허리우드’로 나갔다.
엄상빈씨와 이규상씨 두 분께, 전 후 사정을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일단 운영위원 부터 구성하여 구체적인 기획안이 나올 때, 공개하기로 했다.
사진인들의 힘을 모아, 우리사진의 정체성을 찾는 축제에 공감했다.

‘나우갤러리’에서 박진호씨와의 약속으로 오래 지체할 수 없었다.
이규상씨가 달을 훔친 사나이 만나러 가자는 제안에 모두들 일어섰다.
‘나우갤러리’에는 박진호씨와 여친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분위기 깨며 자리까지 빼앗았지만, 어쩌겠는가.

모처럼 오붓한 자리에서 달과 함께 놀았다.
누구 말처럼, 훔친 달이지만 풍류가 그윽했다.
서예가의 힘찬 붓길 같기도 하고, 추상화 같기도 했다.
이 좋은 달밤에 어찌 술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이규상씨를 따라 청계천에 있는 국수집으로 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수육을 안주로 소주 한 잔했다.
얼마나 맛있던지, 사진 찍는 일도 잊어버렸다.
얼큰하게 취해, 아쉽지만 헤어졌다.

아내를 앞세워, 다시 인사동 ‘유목민’으로 쳐들어갔다.
그 곳에도 반가운 분이 많았다.
멀리서는 김기영씨가 손을 흔들었고,
이호상씨의 노래소리가 골목을 매웠다.

신성준선생을 비롯하여 조해인시인, 노광래씨도 있었다.
이날은 주인장 전활철씨도 기타 치며 노래했다.
등달아 노광래씨 까지 기타들고 설쳤는데,
좌우지간, 실수로 시작된 하루였지만, 신나는 토요일이었다.


사진, 글 / 조문호





















































오늘은 인사동에서 할 일이 많아 바쁘다.
그 많은 사람들을 제켜 놓고, 오랜 인사동 흔적 찾아보는 일이 제일 먼저고,

그 다음에는 ‘유카리화랑’의 서정춘시화전과 ‘민예사랑’의 최선호전시에 들려야하기 때문이다.



맨 먼저 내가 붙들고 있는 인사동의 오랜 흔적을 찾으러 돌아 다녔다.
매번 보던 풍경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꼼꼼히 살펴보니 살아남은 아스라한 이야기도 있더라.  

시멘트가 벗겨져 배가 터져 나온 담장의 흙과 돌에서 오랜 인사동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고,

어렵게 버티고 있는 오래된 전신주는 물론 여러군데서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고 문영태 화백 미망인 장재순여사의 골동가게 ‘민예사랑’에서 최선호씨의 그림과

도예전을 연다기에 좀 의아했다. 그 좁은 공간에 있던 골동들은 다 어쩌고, 두 가지 전시를 하는지?

입구들 들어서니 200호 남짓한 꽃그림이 마음을 움켜잡더니, 주변의 소품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골동가게에서 갤러리로 왔다 갔다 하는 ‘민예사랑’의 변신술도 기막히더라.




세 번째는 인사동 마당발 노광래씨가 ‘유카리’에서 서정춘시인의 시화전을 열고 있었다.
서정춘시인이 누구인가? 노벨문학상에 목맨 주책시인보다 더 훌륭한 시인이다.

그 분의 시를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어 좋았는데, 억지춘향 격의 작품도 있어 시를 모독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30여명의 화가와 사진가들이 참여했는데, 화가가 시에 빠져 그림으로 승화시킨 작품도 있더라.

 





네 번째는 '유카리화랑'에서 김진열씨를 만나 ‘시가연’에 갔더니, 신나는 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가연’은 시인은 물론 음악인과 예술가들이 어울리는 장소로, 인사동의 풍류를 만들어 가는 곳이다.

임방울선생의 판소리 '추억'을 우지용씨가 들려주었고, 그림 그리는 김진열씨의 창도, 명창 빰 치더라.

시와 소리와 춤이 함께 하는 곳, 그것이 인사동의 풍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직은 괜찮은 인사동이더라.

갑자기 할 일이 생기니, 힘이 절로 솟는 하루였다.


사진,글 / 조문호






























설치 미술하는 단양의 김언경씨 딸, 자연이가 시집갔다.
지난 일요일 정오 무렵,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메종드 비’에서 결혼식을 했다.

김언경씨는 인사동에서 80년대 중반부터 어울린 오래된 벗이고 후배다.
인사동에서 ‘유목민’하는 전활철씨와 어울려 의형제의 연을 맺을 정도로 가까웠다.
하는 일에 허덕이느라 겨를도 없었지만, 단양에서 ‘낭만’이라는 카페를 열어도 아직 못 가봤다.

사는 것이나 인간관계나 다 편치 않았다.

그의 딸 자연이는 오래 전 한 두어 차례 만난 적이 있으나, 몰라보게 예뻐졌다.
그리고 너무 어른스러워져, 똘똘한 신랑 거느리고 잘 살 것 같았다.

요즘 결혼식은 너무 자유로워 좋았다.
그 지루하던 주례사를 없애고 춤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재미있게 끌어갔다.
바람직한 변화였으나, 서로에게 책임의식을 느끼게 하는 간단한 성혼례 같은 절차는 있었으면 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릴 신랑각시를 축하하러 온 분 중에는 반가운 분들도 많았다.
‘뮤아트’의 김상현씨, ‘유카리화랑’ 노광래씨 내외 시인 조준영, 이필두교수,

서양화가 김기이, 김치중씨 등 많은 분들을 만났다.


"자연아 잘 살아라~"



사진,글/ 조문호
























지난24일부터 이틀 동안 아내와 추석 대목장 촬영하느라 충청도 지역을 돌아 다녔다.

판교, 해미 같은 조그만 장들은 초장에 빤짝하다금방 한산한 파장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당진 같은 군소재지 장들은 온 종일 사람들로 붐볐다.

제수용품은 구해두었는지, 평소 자식들이 좋아한 음식들 찾느라 여기 저기 기웃거리신다.

 

우리내외도 서울에 들려 다시 정선으로 떠나야하기에 마음이 바빴다.

서둘러 올라 오던 중에, 미국에서 오신 최정자시인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추석 다음 날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얼굴 좀 보자는 것이다.

열흘 전에 서울 왔다는 연락은 받았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어 왔던 터라

급히 인사동으로 차를 몰았다.

 

인사동 '아라아트'에는 여러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정자 시인을 비롯해 김명성 시인, ‘유목민주인장 전활철, 그 아들 시원이,

인사동지킴이 공윤희, 사업가 이상훈, 이태규씨 등 여러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은 급하지만, 밥 먹고, 차 마시고, 술까지 마시느라 하루를 다 보내버렸다.

 

밤늦은 시간 유목민골목에 모여 앉아 술잔을 나누는데, 김여옥 시인과 화가 서길원,

최경태, '유카리'관장 노광래, 번역가 이지연씨 등 주객들이 차례 차례 등장했다.

시에 관한 시잘데 없는 이야기 끝에 "안 팔리는 시집은 왜 만드냐?" 는 김여옥시인의 말에

시집은 팔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해서 만든다.“는 명답을 최정자시인이 했다.

 

좀 있으니 술이 거나하게 취한 채현국 선생께서 쫄랑쫄랑 골목으로 들어오신다.

매일같이 강연에 끌려 다니시다 모처럼 술 한 잔 하신 모양이다.

요즘 돈 되는 강연회 요청은 다 물리치고, 가난한 모임의 강연회만 부지런히 다니시는데,

선생님이 계시는 시골 중학교 학생이야기로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얼마 전 조그만 학생 한 녀석이 채선생께 다가와 할배! 이런 말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너무 귀엽습니다

해 놓고 줄행랑을 치는대도, 선생님께서는 기분 좋아 그냥 깔깔 웃으셨단다.

그 이야기에서 채선생님의 교육철학이나 자유분방한 학교 분위기가 그대로 입력되었다.

 

또 한 가지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아라아트김명성씨가 병원에 누워있는 화가 이청운씨를 비롯하여 어려운 예술가 열 명에게

명절 쉴 돈을 일일이 보내 주었다는 것이다. 자기 코가 석자인 명절 직전의 온정이라 더 크게 다가왔다.


년에 최정자 시인이 귀국했을 때는,  어려움에 처한 김명성씨가 안 서러워 모아놓은 달라 천불을 놓고 가셨단다.

그러나 가난한 시인의 돈을 차마 쓸 수 없어 책상 서랍에 넣어둔 채, 여지 것 재기를 다짐해 왔다고 한다.

그 날, 돈을 다시 돌려 주려는 김명성씨와 안 받겠다는 최정자씨의 실랑이를 들으며 발길을 돌렸는데,

인사동 예술가들의 애틋한 정은, 꺼져가는 인사동의 한 가닥 등불 같았다.


"사람나고 돈나지, 돈나고 사람났나?"

 

  사진,글 / 조문호 







인사동에도 가을을 알리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분다.

거리에서 그림 파는 동양화가 허원훈씨에게
“날씨가 서늘해 부채는 거둘 때가 된 것 같다”고 말 붙였더니
“날씨에 상관없어요. 겨울철만 팔지 않고, 봄이나 가을에도 팝니다”라고 답했다.
부채가 더위를 식히는 역할 보다 장식품으로 더 많이 활용된다는 이야기였다.

허씨가 그려 파는 품목은 부채와 족자 등 동양화 소품들이 주종을 이루는데,
가격이래야 만원에서부터 비싸야 3만원이 고작이다.
“하루에 얼마나 팔립니까?”라고 물었더니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란다.
하기야 남의 영업 비밀을 묻는 내가 잘못이다 싶다.

이젠 서양화 파는 외국인까지 나타나 신경이 꽤 쓰이는 모양이다.

지난 9일은 전시가 시작되는 수요일이라 전시장마다 사람들로 붐볐다.
대개 전시를 축하하는 지인들의 발걸음인데, 평소에도 이랬으면 좋겠다.
그 날 ‘한국미술관’에서 열리는 성파스님 옻칠전에는 손님들로 미어터졌지만,
‘노암갤러리’의 마광수, 변우식씨의 ‘색을 밝히다’전에는 지인 몇 명이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거리에서 반가운 분들도 여럿 만났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서양화가 최울가씨를 비롯하여 변우식, 신소연씨, 미술평론가 윤범모, 유근오씨,

행위예술가 타이거 백, 이지하, 이영실씨, 김명지시인, ‘아리수’대표 김준영씨, ‘유카리’관장 노광래씨,

사진가 고 헌씨와 인사동지킴이 공윤희씨를 만났고,

촬영 기회를 놓친 분으로는 미술평론가 박영택씨와 문학평론가 구중서선생을 만났다.

사진,글 / 조문호





































 

 

도예가 김용문씨의 토템과 막사발전이 지난 7월15일 오후5시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개막되었다.

세계막사발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가는 현재 터키의 앙카라하제테페대학교의 도예과 초빙교수로 있다.

맛사발은 조선도공의 오랜 숙련 끝에 이루어 낸  밥그릇, 찻잔, 막걸리 잔으로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그릇이다.

작가는 작품이 진열대에서 장식화 되는 것보다 실 생활화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항상 작품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한다.

이번 전시작들은 한국의 토착신앙을 보여주는 토템 조형물적 특징과 카파도키아의 자연과 함께 조화되는

독특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는 7월21일까지 계속된다.

개막식에는 작가 김용문씨를 비롯하여 이계선 통인관장, 철학자 채현국선생, 서양화가 정순겸씨, 연출가 고상준씨,

소설가 구중관씨, 유카리 노광래관장, 오덕훈씨 등이 참석하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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