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서 이종호씨가 올라왔다.
그는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이 시대 몇 남지 않은 마지막 협객이다.
아내와 서둘러 인사동에 나갔다.
16길 ‘풍석원’에 이종호씨가 있었다.
“어~ 형님! 와이래 애빗노?”
특유의 정겨운 사투리가 터져 나왔다.
“몬 무서 그러타 아이가~”
야! 이 얼마만의 회우냐. 반가워 얼싸 안았다.
그 자리에는 이종호 외에도 김명성, 박인식, 김상현,
공윤희, 이상훈씨 등 반가운 분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니미~ 할 말도 많은데, 밥 먹으랴, 술 마시랴 정신없었다.
정선 전시 때, 못가 미안하다지만, 씰대없는 소리다.
그는 정말 바쁜 사람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지만, 일은 칼같이 한다.
그날도 밤 열시 기차표 사 두고 있었다.
대충 마시고, 디귿자로 돌아 ‘유목민’에 갔다.
그곳에는 김기덕 감독 일행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종호씨는 여기 저기 이야기하느라
앉을 시간도 없었다. 술도 서서 마셨다.
그 와중에 춘천전시 끝나면, 마산서 전시하란다.
열다섯 점은 확실하게 팔아 줄테니 내려오란다.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였다.
김상현씨로 부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염치없지만, 나이 칠순에 인생 정리하는 전시 한번 하련다.
마을에서 생일잔치해준다지만, 전시장에서 놀기로 했다.
사진으로 조졌으니, 끝까지 사진으로 조질란다.
아쉽게 떠나고 나니, 김명성씨가 제안한다.
8월 한 달 동안 ‘아라아트’를 통째로 빌려 줄 테니, 전시하란다.
선약된 전시는 9월로 옮기겠단다.
그래! 인사동에서 진정한 사진 축제 한 판 벌이자.
오랫동안 마음 먹었던, “우리사진과 민족의 정체성“전을 열기로 했다.
갑과 을이 없는 사진축제,
나라 돈 넘보지 않고, 사진인들 힘으로 만드는 진정한 축제 한 번 하련다.
모두들 고맙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작은 마음뿐이다.
사진 :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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