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급히 만날 분들이 있었다.
술이 취해, ‘인사동사진축제’ 구상안을 이규상씨 페북 메시지로 보낸다는 게,
실수하여 전체공개가 된 것이다.

그 내용에는 이규상씨는 물론 엄상빈씨 이름까지 거명되어 있어,
당사자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 댓글이 이어지고 있었다.
잘못된 경위를 문자로 전한 후, 일단 만나 뵙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5시 무렵, 아내와 인사동 ‘허리우드’로 나갔다.
엄상빈씨와 이규상씨 두 분께, 전 후 사정을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일단 운영위원 부터 구성하여 구체적인 기획안이 나올 때, 공개하기로 했다.
사진인들의 힘을 모아, 우리사진의 정체성을 찾는 축제에 공감했다.

‘나우갤러리’에서 박진호씨와의 약속으로 오래 지체할 수 없었다.
이규상씨가 달을 훔친 사나이 만나러 가자는 제안에 모두들 일어섰다.
‘나우갤러리’에는 박진호씨와 여친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분위기 깨며 자리까지 빼앗았지만, 어쩌겠는가.

모처럼 오붓한 자리에서 달과 함께 놀았다.
누구 말처럼, 훔친 달이지만 풍류가 그윽했다.
서예가의 힘찬 붓길 같기도 하고, 추상화 같기도 했다.
이 좋은 달밤에 어찌 술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이규상씨를 따라 청계천에 있는 국수집으로 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수육을 안주로 소주 한 잔했다.
얼마나 맛있던지, 사진 찍는 일도 잊어버렸다.
얼큰하게 취해, 아쉽지만 헤어졌다.

아내를 앞세워, 다시 인사동 ‘유목민’으로 쳐들어갔다.
그 곳에도 반가운 분이 많았다.
멀리서는 김기영씨가 손을 흔들었고,
이호상씨의 노래소리가 골목을 매웠다.

신성준선생을 비롯하여 조해인시인, 노광래씨도 있었다.
이날은 주인장 전활철씨도 기타 치며 노래했다.
등달아 노광래씨 까지 기타들고 설쳤는데,
좌우지간, 실수로 시작된 하루였지만, 신나는 토요일이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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