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장에 가자'전에서 마지막으로 찍었던, 고 김동수선생



지난 6월1일, 예정에 없던 인사동 오찬모임에 나갔다.
오래 전부터 시인 강민선생과의 약속을 못 지켜, 늘 마음에 걸려 왔던 터다.
마침 오후6시에 박진호씨의 사진전 오프닝도 있어, 겸사겸사 전화를 드렸더니,

오후1시쯤 인사동 ‘포도나무집’에서 만나잔다.

전 날 밤 애(愛)편내 우울증 풀어 주려 대작하다, 너무 과하게 마셨다.
술김에 광기넘친 사랑 놀음까지 했으나 잠이 안 왔다.
페북에 들어가 씰데 없는 댓글 질로 날 밤을 깠으니, 몸 조시는 보나마나다.

정오 무렵, 마즙 한 잔 마시고 ‘포도나무집’으로 나갔더니,
강민선생 뿐 아니라, 소설가 김승환, 화가 강녹사, 시인 장봉숙선생도 함께 계셨다.
아마 장봉숙선생께서 오찬자리를 마련하신 모양인데, 완전 불청객이었다.
모처럼 친구 분끼리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는데, 꾸어다 놓은 보리쌀 자루처럼 지키고 있었으니,
솔직히 밥맛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속은 쓰리지만, 된장국에 밥 말아먹고, ‘예당’에서 커피까지 얻어 마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강민 선생께서 죽어가는 친구들이 많다는 한탄이 나왔다.
처음엔 얼마 전에 돌아가신 신봉승선생 말씀인 줄 알았는데, 
뒤늦게 김동수선생께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 것도 제법 지났단다.
정말 믿기기 않는 소식이었다. 어찌 그 걸 몰랐는지...

김동수선생은 오래전 ‘민속박물관장’까지 지낸 로맨티스트다.
내가 인사동에 사무실 두고 있을 땐, 선생께선 낙원동에 사무실을 두고 계셨다.
인사동에서 만나기만 하면, 같이 술 한 잔하자는 말씀을 하셨으나, 미룬 적이 더 많았다.
친구들과는 매일같이 퍼 마시며, 자주 못한 게, 영 마음에 걸렸다.

김동수선생을 마지막 본 것은 작년 ‘아라아트’에서 가진 '장에 가자'전 에서다.
오프닝 때도 오시고, 그 다음 날도 오셨는데, 그게 마지막사진이 될 줄이야...
집에 돌아가시며, 예전에 전시한 ‘인사동 사람들’ 사진 값을 못 주어 미안하니,
술 한 잔 거나하게 사겠다는 말씀까지 하셨는데, 이제 저승 가서 마시게 되었구나.
가는 길 순서가 없으니, 강 민 선생보다 내가 먼저 갈 지 어떻게 알겠나?
평소 생각대로 재미있게 살려는 다짐을 하고 또 했다.

강민선생께서 몸이 불편하셨지만, ‘푸른별 이야기’에 들려 막걸리 한 잔 더했다.
아무 얘기 없이 술만 홀짝거리며, 김동수선생을 추억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근간에 선생님 묘소 찾아뵙고, 꼭 술 한 잔 올리겠습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십시오."

사진, 글 / 조문호



2007년 2월 인사동 '공화랑'에서 전시한 '인사동 사람들'의 김동수선생


오랜만에 만난 인사동 사람들, 좌로부터 강녹사, 김승환, 장봉숙, 강 민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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