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른들로 부터 ‘사진 찍으면 혼 빠진다’고 찍지 말라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어떤 연유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지만, 처음 본 도깨비 상자 같은 요상한 기계에서

자신의 모습이 나오는 걸 보고 질겁했는지 모르겠다.

연세 많은 분일 수록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는 것을 사진을 찍어오며 알았다.

 

갑자기 찍히는 사람들의 표정들은 세대별로 큰 차이가 있었다.

눈길이 마주치면 무조건 웃으며 눈인사를 하거나 때로는 너무 멋지다는 말도 건 내는데,

외국인이냐 내국인이냐 아니면 신세대냐 구세대냐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일부 내국인들에 비해 외국인들은 아주 긍정적인 자세를 취해 준다.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대별로 정 반대의 반응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10대가 아주 적극적이고, 20-30대는 긍정적인 눈길을 주는 반면, 40-50대는 다소 의아한 눈길로 냉소적인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60-70대에 들어서는 노인일수록 아주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찍지 말라고 신경질까지 낸다.

 

왜 우리나라 구세대들이 이렇게 지나친 거부감을 가지며 피해의식을 느끼는지 짐작은 된다.

평생 당하고만 살아왔기 때문이다.

정치적 권력의 폭력과 돈에 짓밟히고, 때로는 사람들에 속거나 사기당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죽이고 죽임을 당한 한국전쟁을 겪은 노인층일수록 더 심할 것이다.

그만큼 이유 없이 당하고 탄압받으며 살아왔기에, 일단은 사람을 경계하며 부정적으로 보는 습관이 체질화된 듯하다.

 

그래서 아는 분들이 아니면 노인들에게는 가급적 카메라를 들이 대지 않는다.

적절한 순간을 놓치기 아쉬워 찍었더라도, 사정을 털어놓고 양해를 구한다.

한 때는 찍지도 않았는데 시비를 걸어 와 종로경찰서까지 끌려 간 적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감추고 싶은 사생활을 추적하는 파파라치가 아니라면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시장바닥의 할머니까지 “초상권 침해야~”를 외치는 시대에 어느 간 큰 사진인이 남의 얼굴을

허락도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사람이 있겠는가?

 

세월이 흘러 너도 나도 세상을 등지게 되면, 그 사진들이 어느 한 곳엔가 남아돌아

우리의 후손들이 지난 시절을 기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역사적 장면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아래 사진은 지난 7월16일 오후 무렵, 인사동 거리에서 스냅한사진이다.

그 날 인사동 거리에서 아내를 만났고, '아라아트'에서 전시 중인 정비파씨 내외분과 인사동 터줏대감 심우성선생도 만났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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