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중복 날, 김명성 시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형 어디 있어? 신용이 형이 인사동에 나왔어, 별 일 없으면 나와”

오후8시경 ‘유목민’에 도착했더니 김신용, 김명성, 박인식씨가 앉아 있었는데,

테이블에 빈병들이 그득한 걸 보아, 제법 마신 모양이었다.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기에 무슨 바람이 불었냐고 했더니 초창기 시집 ‘버려진 사람들’과

‘개같은 날들의 기록’ 두 권이 동시에 복간되었다는 것이다.

88년에 나온 ‘버려진 사람들’은 ‘도서출판 포엠포엠’의 포엠포엠 시인선9집으로 복간되었고,

90년에 나온 ‘개 같은 날들의 기록’은 ‘문학의 전당’의 시인동네 시인선31집으로 복간 되었다며 시집 두 권을 내 놓았다.

 

처음 나왔던 시집이 우리 집 책장에 아직 꽂혀 있으나 이미 사인을 해 두어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지갑이 비어 난감했다.

사진집 출판 경험에 비추어 저자의 심정을 헤아리기에 그냥 받기가 이젠 부담스러운 것이다.

자비 출판으로 주위에 나누어 보는 책이 아니라면 가난한 저자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인식씨가 내일 파리로 떠나야 한다며 먼저일어나자 김신용씨 마저 술이 취한다며 따라 일어섰다.

김명성씨와 단 둘이 마셨으나, 그날따라 왠지 술맛이 나지 않아 소주 한 병을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그의 첫 시집 ‘버려진 사람들’을 펼쳐 보았다.

황량한 삶 속에서는 모든 버려진 것들을 사랑하는 것이 생존방법이며 시의 명제이자 출발점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었다.

 

 

사진, 글 / 조문호

 

 

 

 

 

요즘 정선에다 사진전시를 벌여놓고, 영월의 동강사진제에다 여기저기 다니느라 혼자 바쁘다.

문제는 정선 집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데다 스마트 폰마저 없어 찍은 사진이나 전할 소식이 있어도 올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게 서울에 가야만 가능하니 소식들이 늦을 수밖에 없다. 늘 뒷북치는 이바구지만 오늘 있는 일인 냥 보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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