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한참 기다려야 했던 병원이나 식당들이 모두 비어 있었다.

피서 떠난 4일의 서울은 평양 거리인양 낮 설었다.

 

장경호씨와의 약속으로 ‘한국현대형상전’이 열리는 ‘팔레드 서울’로 갔다.

그 곳에도 관객은 있을 리 없었다. 단 한 사람 박 건씨를 만났을 뿐이다.

장경호씨는 전시 마무리가 가까워와서야 도록을 만들겠다며 작품촬영을 부탁했다.

전시 못 본 분들을 위한 배려인 듯싶었다.

 

촬영을 끝내고 인사동 ‘무다헌’으로 넘어왔다.

주인만 앉은 가게에서 메뉴에도 없는 막걸리와 소주를 시켜놓고, 꼬이는 일들을 한탄했다.

술을 마시다 장경호씨가 말을 꺼냈다.

여지 것 공부하고 체득해 온 자신만의 미술론을 하나 둘 발표해야겠단다.

 

그리고 22일에는 신학철, 최석태, 강고운씨와 함께 고 김진석 화백의 생가에 들리기로 약속했다.

강고운시인의 남편이며 신학철화백 친구였던 김진석씨의 유작전을 위한 준비다.

그 핑게로 마음 맞는 사람들 끼리 어울려 여행할 생각하니 기분이 들떴다.

뒤늦게야 이두엽씨를 비롯한 여러 명의 손님들이 들어닥쳤다.

 

장경호씨의 한계 주량 막걸리 두 병을 넘기자 강고운씨가 바짝 긴장한다.

행여 다른 손님들에게 실수할까 걱정하기에 그만 퇴청하자며 꼬드겼다.

괜찮다고 퍼져 앉은 그를 두고 나오기가 편치 않았지만 나와야 했다.

재미없이 혼자 있어야 그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가 발표하려는 미술론이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면 좋겠다.

 

사진,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