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은 장경호씨가 기획한 2015 한국현대형상회화전이 열리는 날이다.

80년대 미술운동의 뿌리였던 '한국현대형상회화'전도 어언 30년이 되었다.

우리의 역사적 시대현실에 대한 자각과 인간적 삶의 바탕인 이 형상전은

오로지 장경호씨의 집착에 의해 오늘까지 이어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하는 날이 하필이면 울 엄마 제삿날이라 정선에서 지낼 제사를 서울로 옮겨가며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를 이끄는 신학철선생이나 장경호씨가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그들의 신작들을 학수고대해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학철선생의 작품들은 오래 걸리는 대작들이기도 하지만, 긴 세월 아내 병수발하다 상까지 당해 그림 그릴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분이다. 그림이 비싸게 팔려도 작품이 없어 돈 내고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더구나 두 달 전에 그리는 작품을 봤는데, 어떻게 마무리됐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장경호씨는 워낙 칼 같은 성격의 지우기를 반복하는 작가라 완성작을 만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부터 제사 상 차릴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다, 오후6시 무렵에야 아내와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통의동에 있는 갤러리 '팔레 드 서울'을 나는 늘 빨래 터로 부른다. 무식한 놈의 기억법이다.

경복궁 지하철역에서 빨래터로 가다 정희성시인과 강고운시인을 만나 함께 갔다.

 

전시장에는 출품작가 신학철, 장경호, 이샛별, 성병희, 차혜림, 황세준씨를 비롯하여 이수호, 성완경, 김정대,

성기준, 배성일, 손기환, 이기정, 이선엽, 노광래, 최석태씨 등 많은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전시는 신학철선생의 신작 '한국현대사 광장'이 전체 작품들의 중심을 잡아 주고 있었다.

촛불시위에 몰린 군중 속에 똬리를 튼 인체가 마치 거대한 성지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강한 꿈틀거림을 느꼈던지, 내 식으로 말한다면 그 용트림하는 엉덩이에 깔려 죽고 싶었다.

아마 보수 꼴통의 미술평론가가 평했다면 이 시대 최고의 선동적 작품이라 말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장경호씨의 '코리아환상'은 인체 부분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진실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성병희씨의 '아무도 모른다'는 '친절한 금자씨'가 연상될 정도로 끔찍하게 느껴졌다.

사람 목숨을 하찮게 생각하는 권력자들을 풍자하고 있었다.

 

회화 형식을 빌었지만, 마치 사회의 진실을 기록하고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사진 같았다.

오는 8월11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꼭 한 번 보아야 할 전시로 생각된다.

 

 

 

사진, 글 / 조문호

 

 

아래는 전시장에서 만난 분들과 뒤풀이를 기록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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