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을 하루 앞둔 지난9일 저녁의 안국역 주변은 소란스러웠다.

촛불시민들은 중요한 날, 소란 피우지 말자며 일찍 흩어졌으나,

낙원상가에서 헌재 가는 길에 몰려있던 태극기부대는 분위기가 험악했다.

신들린 사람처럼 탄핵반대를 외치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욕설을 퍼부었다.

 

언론보도에 불만을 가져, 사진찍는 자들을 철천지 원수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주최 측 사람나 태극기부대만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었다.

나 같은 늙은이야 태극기부대로 보아 넘길 만도 하지만, 봐 주지 않았다.

태극기 하나 들고 위장이라도 하면 되겠지만, 그렇게 사기 쳐 뭐하겠나 싶어 돌아섰다.



 


일찍 부터 유목민에서 죽치고 있는 화가 장경호씨와 합류했다.

종로경찰서 옆이라 유목민’엔 손님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리 많지 않았다.

그 부근에 모인 촛불시민들은 일찍 흩어졌지만,

한 사람이 간신히 드나 들수 있는 샛길도 모르거니와 골목 안 구석에 박힌 유목민을 알 리 없었다.

 

유목민에는 주인장 전활철씨를 비롯하여, 장경호. 유진오씨가 마주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좀 있으니, 이승철 시인도 나타났다. 옆 자리엔 황 혁, 김기준, 이기묘, 성영만,

김응규, 박성원, 조봉훈씨 등 여러 명이 날아들어, 사진도 찍고 인사도 땡겼다.

밤 늦은 시간, 어디서 꺾었는지 꽃망울 맺힌 벚꽃 가지를 든 신현수씨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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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술이 취해도 좀처럼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그 병신 년 때문인지?

개구신들이 다 꼬리내려, 술자리 조가 잘 맞지 않았던지? 

예전 같았으면 돼지 목 따는 소리로 봄날은 간다도 한 곡 뽑았을 것이나,

이런 저런 생각만 많아진다이제 철든 것일까?

 

그러나, 철들기를 절대 거부한다. 봄이 오면 미친 듯이 한 번 놀 것이다.

조지피면 같이 웃고, 조지 지면 같이 우는, 알뜰한 그 맹세를 불러대며...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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