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스스로를 내세우는 보여주기식 전시나 인터뷰는 하지 않기로 다짐했건만,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여러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며칠 전에는 온 식구가 동원되어 전시 준비 작업에 나섰다.

선우만 가게 일 하느라 동참하지 못했지, 다들 솥을 걸거나 칠을 하는 등 정신없이 바빴다.

김창복씨는 목공 일을, 기웅서씨는 용접일을, 이현이는 조경 일로 다들 고생했다.

용접할 자제가 부족해 마무리는 못했지만, 대략의 가닥은 잡혔다.

 

거지 처지에 남의 돈 까먹는 이 힘든 일을 왜 하는지, 하면서도 고개를 흔들어 댔다.

발단은 김선우가 만들어 준 아산 백암길 사람사진관의 개관식을 겸한 전시도

한번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정선 집 화재 때 도움 주신 많은 분에게 드리는

보고 형식의 자리도 필요했다.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었는데,

마침 스마트협동조합에서 신청해 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2024 예술활동준비지원사업

선정되어 진행하였으나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원금 삼백만원으로 준비하기도 부족하지만,

동자동에서 아산 백암길을 드나들며 준비한다는 것은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그보다 무슨 사진으로 무슨 말을 할지가 관건이었다.

전시 기획안부터 마련되어 추진하는 것이 순서겠으나.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그래서 삼십 년 전에 찍었으나 제대로 발표하지 못한 신체발언사진을 꺼내

사회적 문제로 꼽히는 미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는데,

시골인 것도 걸리지만, 사진관을 만들어 준 선우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긴 세월 작업해 온 전체 사진에서 주요 사진만 추려내어 그때 말을 되새기는

말한다사진 설치전을 열기로 결정한 것이다.

단지 신체발언사진은 내 사진 한 점만 숲속에 내걸어 당사자 문제 제기만 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진안 계남정미소에서 열린 정영신의 진안 그 다정한 풍경

작가와의 대화에 따라갔는데, 그날 밤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오래된 사우 김종신씨를 만나 완주 자택에서 자기로 하고 술을 마셨는데,

술만 마시면 발동하는 성적 발언이나 장난 끼가 도진 것이다.

그것도 여러 사람 있는 자리에서 딸 같은 선우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그 당시는 심각한 상황도 인식하지 못한 채 며칠이 지났는데,

뒤늦게 선우로부터 장문의 이메일을 받아 보며 화들짝 놀란 것이다.

선우에게 사죄하고, 앞으로 술을 완전히 끊기로 하고 덮었으나, 그냥 넘길 문제는 아니었다.

 

난, 성 개방주의자로 성 문제를 경직시키는 현실에 늘 불만을 가진 사람이다.

술자리에서 좌중을 웃기려고 가끔 성 문제를 거론해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오래된 술버릇이라 잘 고쳐지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은, 평상시에는 샌님처럼 말도 잘 하지 않다가

술만 한 잔 들어가면 백팔십도로 바뀌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술 취해 돼지 목따는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성을 안주 삼아 별 지랄을 다 한다.

다행히 돈도 권력도 명예도 없어 살아남았지,

아니었다면 벌써 미투에 걸려 매장되었을 것이다.

이번에 크게 깨달은, 뒤늦은 반성으로 평생 즐겨온 술마저 끊었지만,

미력하지만 그 문제를 개선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사회적 문제가 된 미투가 성 의식을 바로잡아 성차별을 없애는 데는 이바지했으나,

정치적이거나 개인적 목적에 의해 생사람 잡는 경우도 많았다.

더 큰 문제는 아름다운 성 문제를 경직시켜 남녀 간의 큰 벽을 만들었다.

사람답게 살자는 바람직한 운동이 남녀 간의 애정을 가로막는 역효과를 낸 것이다.

 

일단 이번 전시에 내 걸기로 한 사내 알몸 사진은 걸지 않기로 했지만,

언젠가 다시 보충 사진을 찍어 제대로 된 전시와 심포지움을 열어,

페미니즘 문제의 가해자로 낱낱이 고백하는 단두대에 서겠다는 것이다.

바라건대, 다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

경직된 남녀 문제에 봄바람을 일으키고 싶다.

 

건강이 그때까지 지탱해 줄지 모르겠으나 돌팔매는 나중에 맞기로 하고,

이번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로 전시를 치루게 되었다.

 

평생 작업해 온 사진에서 추려 내 자연 속에 설치하는 전시인데,

전시장에 갇힌 사진에서 야외로 끌어내는 전시다.

동자동 빨래 줄 사진전에서 인사동 담벼락 전시에 이은 야외 전 행보다.

 

청량리에서 몸 팔던 소녀의 이야기에서부터 독재에 저항한 시민이나

살기 어려운 산골 농민들이나 장터 사람들의 하소연,

거리에 내몰린 노숙인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그 시절의 인간애를 소환하는 전시다.

 

내 아들을 살려내라는 김세진 어머니의 울부짖음도 있고,

돈 벌어 가족 먹여 살렸다오팔팔김정숙씨의 하소연,

춥고 배 고프다는 노숙인 이덕영씨의 절규도 있다.

허리가 아파 누워 장사한다는 증평장의 정숙현 할머니,

죽도록 고생해도 빚만 남았다는 최덕남씨, ”세상에 믿을 건 두 손 뿐이다

정선의 최종대씨 등 대부분 힘든 서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예술은 오기, 무기, 놀기다는 화가 박건의 사진이나

막사발로 세계를 제패하고 싶다는 도예가 김용문씨 등

인사동 사람들의 투지가 포함된 30여 점의 사람이 자연 속에 설치된다.

 

사람 사는 정이 메말라가는 이 에이아이유령 세상에,

힘든 이야기지만 사람 사는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지나치는 걸음에 들려 차 한잔 드시며 사람 사는 정이나 나누자.

 

가을이 무르익는 24일부터 31일까지 백암길 사람사진관에 술상 차린다.

 

사진, / 조문호

 

 

 

지난 9일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박흥순의 잊혀진 그림을 찿아서가 열렸다.

첫날 들리지 않으면 못 볼 것 같아, 아산 가려고 두 시쯤 짐을 챙겨 동자동에서 나왔다.

한글날이라 그런지 인사동에 사람이 엄청 많았다.

 

'나무화랑에 올라가니 박흥순씨를 비롯하여 김진하 관장과 장경호씨가 있었다.

 

전시작들은 오래전 보아왔던 복서연작 말고도 환경 비판적인 작품이나 다른 작품도 있었다.

 

승자보다 패자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잔인한 말초성을 까발린 복서연작은 비애감이 감돌았다.

 

링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권투선수도 그렇지만, 맞아 쓰러지는 선수 보며

객석에서 환호하는 사람은 또 뭔가? 폭력의 관음증에 노출된 인간 심리를 나무라고 있었다.

 

승자를 대리 체험하는 자기도취가 결국 권력과 자본이 연출한 허구임을 까발린 것이다.

한편으로 쓰러진 복서의 비참한 모습은 80년대 군부독재에 핍박받은 민중의 모습이기도 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는 젊은 시절 반체제 작가로 낙인찍혀 감시받아 가며 힘겹게 작업했다.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복서나 마찬가지였다.

 

박흥순씨는 1982년 결성된 임술년창립 멤버로,

당대 현실을 소재로 비판적 리얼리즘을 추구한 리얼리스트다.

한때 민미협대표를 지내기도 했는데, 작품도 좋지만 사람은 더 좋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데,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오래전 초상화 전시를 열며 나까지 그려 전시한 적이 있었는데,

돈 없는 거지 그리는 하나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전시가 끝난 후 작품을 싸 주는데, 벼룩은 낮짝이라도 있다지만 벼룩보다 못하다.

그냥 그림만 챙기고 다음에 술 한잔 산다는 게 십 년이 넘었다.

 

초상화 또한 얼마나 멋지게 잘 그렸는지 모른다.

그의 그림 솜씨라면 당연히 잘 그리겠지만,

여태 다른 화가가 그린 내 초상화도 보았으나 최고였다.

 

그리고 복서신작도 있었는데, 정치적 풍자로 대상이 바뀌었다.

김정은의 주먹에 쓰러지는 트럼프를 보며 왜 그리 속이 후련한지 모르겠다.

그놈이 그놈이지만, 트럼프는 주는 것 없이 밉다.

 

트럼프 뿐 아니라 때려잡을 놈이 어디 한두 놈이겠는가?

다시 불을 지핀 박흥순의 새로운 복서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미술평론가 김진하씨의 서문 일부를 옮겼다.

고향의 불안, 1991,갈증, 1994은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를 거론했고, 이라크와 성조기, 2006를 통해서 미국의 폭력적 전쟁을 고발하고, 독도와 촛불, 2008은 일본 정치인들의 독도 관련 망언을 규탄하는 장엄한 현장을 그리고, 북에서 바라본 NLL, 2012은 핑크 모노톤으로 NLL의 긴장을 경쾌하고도 모던한 팩러독스 문법으로 회화적 실험을 하고, 만남, 2019은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작가의 기대를, 미완의 종지부, 2020를 통해서는 여전히 5.18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는 전두환을 비판했다. 그리고 2021년에는 다시 복싱에 북·미 관계를 대입한 풍자화 북미의 이벤트를 그렸다. 복서로 링에 오른 김정은이 역시 복서인 트럼프를 다운시키는 장면이다. 그런데 둘 다 상처투성이다. 심한 밀당으로 상호 어떤 이익도 얻지 못하고 상처만 남은 북·미 간 협상 실패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한반도에서의 긴장 상황을 걱정해서인데, 결국 2024년 현재 그의 염려대로 한반도는 심각한 갈등상태에 처해 있다. 그의 염려가 예지였던 셈이다. 결국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그에게는 여전히 우리사회의 문제를 직시하는 리얼리스트의 피가 흐른다는 게 반증된 것이라고 하겠다

 

전시를 보고 나니, 뒤늦게 정영신 동지와 정해레나씨가 나타났다.

박흥순씨가 삶아 온 약 밤 까먹으며, 님도 보고 뽕도 땄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날이면 날마다 열리는 전시가 아니오니, 놓치지 마십시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5일은 인사동 구테이블에서 송상욱시인 추모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아산에서 하루 전에 올라와, 두 시간 전에 인사동에 사진액자를 부렸는데,

추모제 시동을 건 창예헌김명성이사장과 화가 서길헌씨가 먼저 와 있었다.

 

함께 온 정영신씨만 행사준비에 힘을 보태기 위해 내렸고, 나는 차안에서 잠깐 눈을 붙여야 했다.

요즘 불면증으로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해, 늘 잠이 부족해서다.

얼마 전 술이 취해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저질러 그 죄책감으로 실의에 빠져버렸다.

 

이런 저런 일들이 머리를 짓눌러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반세기동안 즐겨 마신 술도 끊어, 술로 마음을 달랠 수도 없었다.

차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죄 없는 담배만 피워댔다.

 

정해진 다섯 시가 되어서야 추모제 열릴 장소에 갔더니, 일찍부터 많은 분이 와 계셨다.

다들 오랜만에 만난 분들이라 인사 나누기 바빴는데,

송상욱선생 덕분에 모처럼 많은 인사동 인사들을 만나게 되었다.

 

방동규, 구중서 원로선생을 비롯하여 오산에서 오신 한봉림선생,

양산에서 온 정명수씨, 지리산에서 온 하태웅씨 등 다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주셨다.

 

김명성, 박인식, 최유진, 정기범, 이 성, 조준영, 정영신, 장경호, 최석태,

서길헌, 이만주, 임태종, 이동국, 강찬모, 이두엽, 안혜련, 이명희, 정복수,

칡뫼김구, 박상희, 전강호, 조명환, 노광래, 김정남, 이상훈, 전인경, 심재문,

김각환, 임경일, 노인자, 백남희, 발렌티노김, 박흥식, 강경석, 전활철씨 등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많은 분이 모였는데, 60여명은 되는 것 같았다.

 

더 놀라운 것은, 대수술로 중환자실에서 나온 지 며칠 되지 않은 뮤아트김상현씨가

가족의 부축을 받아가며 악기를 가지고 나타난 것이다.

 

대부분 돌아가시거나 병석에 계셔서 원로 선생님은 두 분 밖에 못 나왔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못 나온 분도 많았지만,

송상욱선생 추모를 겸한 인사동사람들의 결집에 다 같이 힘을 보태 주었다.

 

추모제 비용은 1인당 4만원씩 50명의 식사비와 사진 액자 제작비, 제사비용 등을 김명성씨가 부담하였고,

나머지 추가된 10명의 식사비와 술값은 이상훈씨가 계산했다.

그리고 유목민의 전활철씨가 보낸 막걸리 네 박스는 반이나 남아, 아산 설치전 때 사용키 위해 차에 실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참석하기로 한 고인의 미망인은 연락이 두절된 채, 나타나지 않았다.

여러 의혹이 갖가지 추측만 불러 일으켰다.

 

벽에는 송상욱시인의 자필시를 비롯하여 고인을 추모하는 많은 시가 걸렸고,

생전의 모습이 담긴 여러 장면의 사진도 전시되었다.

 

그러나 행사장으로 사용한 ‘’구테이틀의 구조 상 전시를 보기 힘들었다.

하나의 장식물에 불과 할 뿐, 고인을 추념하는 데는 별 도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여 앉은 방을 구석구석 돌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당 구석에 설치한 동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송상욱선생의 노래가 마음을 움직였다.

기타 치며 부용산을 부르는 지난 모습을 보니, 마치 선생께서 환생하셔서 노래 하는 것 같았다.

 

부용산 오리 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 바람 타고 /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방동규선생께서 고인의 영정 앞에 절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예를 올렸다.

생전의 모습을 떠 올리니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

지긋 지긋한 세상 졸업하고 떠난 이 기쁜 잔칫날, 슬픔이라니...

하기야! 죽음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 하지 않았던가?

 

송상욱 음유시인의 인사동 사랑은 유별나다.

학교를 퇴임한 후 우연히 들린 인사동의 풍류에 매료되어 인사동에 방 한 칸 얻어, 시 쓰며 노래 불렀다.

 

좋아하는 시편들을 모아 멧돌이라는 무가지 간행물을 만들어

시 좋아하는 인사동 사람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시사랑, 노래사랑, 인사동사랑, 삼박자 춤을 춘 것이다.

 

그리고 인사동에서 열리는 지인들의 전시회나시와 관련된 행사 때 마다

무거운 음향기기를 끌고 다니며 기타치고 노래 부르며 축하해 주었다.

 

기타가 없는 술자리에서 젓가락 장단으로 부르는 노래 또한 얼마나 흥겨운지...

내 이름은 순이랍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에레나예요. 그냥그냥 십팔번으로 통한답니다

술이 좋아 마신 술이 아니랍니다

괴로워서 마신 술에 내가 취해서 고향에 부모형제 내 동생이 보고파 웁니다

 그날 밤 극장 앞에서 그 역전 캬바레에서 보았다는 뜬소문도 거짓이예요"

라는 내 이름은 순이가 흥겨운 젓가락 장단에 실려 귓전에 맴도는 것 같다.

 

그러한 풍류의 세월도 뒤늦게 재혼을 하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즐겨 만들어 돌리던 멧돌도 폐간되었고, 인사동 사무실마저 철수하게 되었다.

가끔 기타를 메고 인사동 주위를 배회하는 모습과 마주치면 마음이 짠했다.

 

고인의 넋을 기리려고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아코디언으로 애절한 연주를 해준

김상현씨의 열정 또한 코끝이 찡했다.

 

김명성씨는 그 고마움에 답이라도 하듯, 김상현씨에게 작품 두 점을 선물했다.

인사동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청운 화백의 100호짜리 대작 두 점을....

이 야박한 세상에, 친구를 위해 자기가 가장 아끼는 작품을 선물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지 아닐 수가 없다.

 

송상욱 선생이 불러준 부용산 노래가 슬픔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면,

두 번째 눈물은 감격에 의한 기쁨의 눈물이었다.

모두 하나같이 옛정을 잊지 않고 모여주시고 도와주시는 고마운 마음에 벅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책과 슬픔, 기쁨이 범벅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인사동은 변했지만,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반가운 분들이 권하는 술 한 잔 받아 마시지 못하는 불편한 자리지만,

이차로 옮겨간 유목민까지 따라 다니며 자리를 지켰다.

먼 길 떠난 송상욱 시인을 배웅해 드리며, 인사동 사람들의 재기에 박수를 쳤다.

 

사진, 글 / 조문호

 

 

 

 

 

 

 

 

 

얼마 전 사진가 김영호씨가 페북에 올린 박광복 지상낙원전시리뷰에 무릎을 쳤다.

낙원동 골목도 누군가 기록해야 할 것이란 생각을 오랫동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벌려놓은 일이 많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멀찍이 보고만 있었는데,

박광복의 전시 소식은 너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은 사진전에 가지 않지만, 축하하러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침 송상욱시인 추모 모임에 사용할 현수막도 찾을 겸,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브레송을 정동지와 함께 갔다.

전시장 문은 열렸는데, 식사하러 갔는지 아무도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찬찬히 돌아보았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아는 분도 여러 사람 등장하지만, 이런저런 오래된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30년이 넘도록 인사동 사진 찍느라 오가며, 돈 떨어지면 갈 때가 낙원동뿐이었다.

지금이야 감시카메라가 있어 얼씬도 못하겠지만, 담장 넘어 탑골공원 잔디밭은 숙소나 마찬가지였다.

추운 날씨에는 월담할 자가 없지만, 여름에는 모기에 시달려도 잘만했다.

어떨 때는 남녀가 딩굴며 사랑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새벽에 일어나 오백원짜리 동전 한 잎 챙겨 해장국 먹으러 가는 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이천 원으로 올랐지만, 그 부근의 음식 값은 싸고 맛있는 집이 많다.

낙원상가 지하의 일미식당으로부터, 탁자가 두 개뿐인 낙원상가 계단 밑에 자리 잡은 구멍가게도 좋다.

이름도 없는 대폿집을 통인의 관우선생이 다리 밑집이란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갈 때마다 자리가 없다.

북문 쪽의 유진식당도 자주 이용하는 술집이었다.

그러나 낙원동에 출입하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맛보다 더 싼 집을 찾는다.

 

탑골공원으로 출근하는 노인이 많은 것은

무료급식도 있지만, 파격적으로 싼 식당이나 이발소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현궁 맞은편에 있는 노인복지센터와 낙원상가에 있는 실버영화관 등

노인들이 시간 보낼 곳이 몰린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박카스 아줌마'들이 종묘 쪽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나랑 연애 한번 할래요? 잘해 드릴게라며 박카스를 내미는 장면은 이제 탑골공원 주변에서는 볼 수 없다.

 

어쩌다 나이 드는 것이 사회적 문제의 고통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보다 더 슬픈 것은 가족 부양하느라 정신없이 돈벌이에 급급하다

미처 재미있게 사는 '놀이'조차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몰입할 놀이도 없는 남자들에게 불어난 잉여 시간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남자 비극의 시작은 월급봉투가 아내의 통장으로 들어가면서다.

경제권을 빼앗기며 집에서까지 밀려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노인 문제는 누구나 거쳐야 할 인생 행로다.

이곳 노인들은 대체로 이중적 존재 의식에 사로잡혀있다.

물리적 신체나이는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도태된 상황을 심리적으로 거부한다.

이곳에 나와 있어도, 스스로는 철저히 '관찰자'라 여긴다.

돈이 없어 무료급식소를 이용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과거를 살아낸 시간에 의식의 끈을 묶어 두고 있다.

잘 나가던 지난 모습을 현재 시공간에 끊임없이 투영시킨다.

분명 현실과 괴리된 몽상임에도, 이런 의식이 이곳을 노인 전유 공간으로 변화시킨 힘이라 여겨진다.

 

다들 어두워져 집으로 돌아가면, 공원 주변엔 노숙자만 남는다.

리어커에 실고 다니는 노래방 기계로 노래 한 곡 뽑는 재미도 쏠쏠한데, 시끄럽다는 상인들 신고로 쫓겨났다.

낙원동이 노인들 도피처가 아니라 전시 제목처럼 지상낙원을 만들 수는 없을까?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 술과 가무, 시비와 싸움 등 밑바닥 삶을 사는 이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포착되었다.

스트로보를 동조시킨 강렬한 장면들은 얼핏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액티브한 포즈가 경직된 그들의 삶을 말하는 것 같다.

언젠가 이곳도 밀려나게 되면, 박광복의 사진으로만 남아 추억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다큐멘터리 사진이 아니겠는가?

 

사진도 사진이지만 외로운 노숙자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계속해서 낙원동 기록을 해 주었으면 고맙겠지만, 애로를 알기에 강요하지는 못하겠다.

그리고 완전한 기록을 위해 찍힌 분들의 성함도 알아 두었으면 좋겠다.

이름 없는 사람 사진은 사람이 아니라 유령이나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자부심을 갖도록 설득하는 것도 사진가가 해야 할 덕목으로 꼽힌다.

 

노숙인들과 함께하며 기록해낸 박광복의 지상낙원전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 전시는 갤러리 브레송에서 1016일까지 열리니 많은 관람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 조문호

 

작가 강경구

 

강경구 바람의 시간전이 지난 2‘NAMA 갤러리에서 개막되었다.

떠나는 사람들, 162X112cm,캔버스에 아크릴,2024

 

강경구의 신작이 가까운 돈화문로에서 열린다는데,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그는 먹 대신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겹겹이 칠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인간 내면의 고민을 담아 온 작가다.

서있는 사람들,227X181cm, 캔버스에 오일,2024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여 자연과 도시 풍경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작품 세계로 주목받았다. 20여 회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가지며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임계리, 80.5X234cm, 캔버스에 아크릴, 2023

전시장에 들어서니 대작 임계리가 시선을 압도했다.

농토와 경작지로 여겨질 정도로 산세만 그렸는데도 마치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하게 느껴졌다.

동양화의 전통적 기법을 현대적 해석과 결합해, 바람이 지닌 상징적 힘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다.

송계리 , 130X324cm,  캔버스에 아크릴 ,2021

그 옆에 걸린 송계리는 산세만 드러낸 것으로 보아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울림이었다.

백두대간의 능선과 골만 드러냈으나 우직스러운 원시적 질감에서 마치 산의 꿈틀거림을 감지할 수 있었다.

뭔가 부족한 듯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충만함의 미적쾌감이 일어났다.

작품들은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시간과 공간,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바람을 매개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본질을 표현한 것이다.

작품에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그 힘이 자연의 모든 요소에 영향을 미치며 화폭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우러라 우러라 , 80X117cm,  캔버스에 아크릴,2024

그리고 우러라 우러라연작은 한강 고수부지 잡초 넝쿨들의 질긴 생존 현장을 그렸는데,

인간들의 삶이나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야전 탱크의 위장막 같기도 하고, 귀신들의 너울거림 같기도 하고,

거대하고 육중한 다면체의 바위가 되었다가는, 얼굴 없는 수많은 군중의 시위 현장처럼 삼엄하게 다가왔다. 이곳은 또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빛과 그림자에 의해 전혀 다른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상한 연극무대이기도 했다.”고 작가 노트에 적었다.

즉 인간들의 삶과 같은 처절한 생존 이미지라는 것이다.

우러라 우러라 , 60X73cm,  캔버스에 아크릴 ,2024

2층으로 올라가니 때마침 개막식이 열리고 있었다.

강경구 작가를 비롯하여 안창홍, 김진열, 송 창, 김근중, 장경호, 박 건, 이흥덕,

김진하, 이재민, 하일지, 이동환씨 등 내노라 하는 화가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곳은 유령처럼 서성이는 사람들 그림으로 장식했다.

 

한정된 시간 속의 모습이 다양한 자세로 그려져 있었는데,

기다리는 사람들떠나는 사람들의 연작, ‘외출’, ‘퇴근

도시 삶에 찌든 군상들은 마치 영혼이 실종된 현대인의 초상 같았다.

18년후, 110X259cm, 캔버스에 오일,2024

강경구 작가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직관과 느낌을 주관적으로 그려내는 화가로,

소소하고 비근한 일상의 모습을 친근하게 그려낸다.

그의 작품에는 삶의 무의미, 절망, 고뇌와 고독, 아픔 등 도시의 감수성이 절절히 녹아 있었다.

호방한 필치에 의한 대담한 축약의 형태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명쾌함을 선사한다.

얼핏 보면 삽화나 가벼운 스케치풍의 그림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구수한 해학의 정취가 녹아들어 오늘의 시대 미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들, 112X162cm, 캔버스에 아크릴, 2023

미술평론가 김진하씨는 서문 그림, 그리기, 그림다움에서 이렇게 말했다.

액티브하고, 거칠고, 즉발적인 표현주의적 형태감과 색채와 붓질과 물질감은, 그만큼 충동적인 그리기의

유희성을 수렴한 그림이다. 아동화를 연상시킬 정도의 무작위로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조형성은

어른 식 아동화라 일컬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일상적 체험을 담은 내용이되 속기를 거세한 이런 내면의 드러냄은 강경구식 문인화로 보아도 될 정도이고, , 서양화라는 물리적, 관습적 구분에서 일탈한 채

자유로운 드로잉에 기반한 대교약졸의 형상성이 거기에서 꿈틀거린다. 원초적인 몸의 궤적인

그리기과정이 낳은 동사형 그림’, 동적 쾌감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탈속의 어법으로 전환하고,

그 형상은 다시 현실적 주제로 귀환하는 이미지다

모순의 날들, 117X73cm, 캔버스에 아크릴,2024

 

오늘의 현실을 읽을 수 있는 바람의 시간은 오는 1022일까지 열린다.

 

/ 조문호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본 블로그는 지난 2023년 11월 27일  '네오록'에 소개된 김남진전시 리뷰를 올렸다가

티스토리로 부터 청소년 유해 정보라는 사유로 '영구 로그인 제한'이라는 극단적인 규제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 지속적인 이의제기와 항의로 약11개월만에 규제가 해제되어 재개하게 된 점을 알려드립니다.

그 동안 불편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리며, 지속적인 관심과 방문을 부탁드립니다.

 

운영자 조문호 올림

 

1`

박재동화백의 ”이것저것”展이 지난 22일 오후 4시부터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성황리에 개막되었다.

 

개막식에는 작가를 응원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전시장에 들어가니 박재동 화백과 시민운동가 김민웅,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함께 노래 부르고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음악인이 나와 축하공연을 펼쳐 전시장에 온 것이 아니라 마치 공연장에 온 것 같았다.

 

만화계 지인들은 물론이고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하여 심정수, 박복신, 허준, 조신호, 최명철씨 등

반가운 분들이 너무 많아 다 거명할 수가 없다.

 

전시장 중앙에는 수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치켜든 ‘촛불행동’이 걸려 있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촛불행동'의 거리 투사다웠다.

군부보다 더한 검부 시대 사는 예술가들이 어찌 팔짱 끼고 지켜볼 수만 있겠는가?

 

그는 고답적인 소재보다 항상 낮은 곳에 사는 민중들 일상에 다가가 그렸다.

그들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애정 어린 눈길로 그린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얼굴 전부를 그려야 한이 풀릴 거라는 그다.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떤 자리건 안 가리고 그림을 그리는데,

심지어 거리 행진을 하면서도 그림을 그리는 타고 난 화가다.

 

전시장에는 어린 시절 그린 작품에서 시작하여 수시로 조그만 화첩에 그린 '손바닥 그림'도 붙어 있었다.

 

전단지나 종이컵에 자유롭게 그린 스케치를 비롯해 크레파스화, 수채, 유채, 수묵, 팬화, 크로키 등

많기도 한데,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한 때 독자를 웃기며 열 받게 한 만평과 익살 넘치는 캐리커처였다.

 

고답적인 언론 지형에서의 과감한 형식 파괴가 오늘의 시사 만화계를 일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화백 작품은 모든 것이 민중의 삶에서 비롯된다. 그림 값으로 동전 받고 아이들을 그려준다.

 

재료에 한계 짓지 않고 닥치는 대로 그린다.

시위 전단지에서부터 종이컵에 이르기까지 소재에 구애 받지 않고 이 세상 모든 사물을 소중하게 본다.

 

그리고 사람을 좋아해 꾸준히 시대의 기록을 남긴다는 사실이다.

 

전시장 초입 벽에 적힌 '예술인 듯한 것'도 싫고, '예술이어야 한다는 것'도 싫다는

작가의 글이 예술의 허세를 비꼬는 듯하다.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2층에서 열리는 '박재동의 이것저것' 展은

27일까지라 전시가 며칠 남지 않아 서둘러야 한다. “모두 함께하자!”

 

사진, 글 / 조문호

 

 

'눈빛출판사' 창립 35주년 기념 북페어 우리 마음속의 사진과 책 한 권

지난 22일부터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리고 있다.

 

35년 동안 눈빛에서 출판해 온 사진 책 600여 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책에 따라 10%에서 50%까지 할인하여 판매하니, 좋은 사진들을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더구나 중견과 신예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중점적으로 엮어온 눈빛사진가선시리즈

71권을 통해 한국사진의 흐름도 가늠해볼 수 있다.

눈빛 아카이브로 나온 사진집은 지금 발행하면 도저히 그 가격으로 구할 수 없는

책이라 싸게 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눈빛이 소장하고 있는 책 속의 사진들도 관람할 수 있다.

구와바라 시세이, 이경모, 김한용, 김기찬, 힌정식, 김영수, 이창성, 전민조,

김문호, 엄상빈, 김보섭, 우명률, 조숙진, 정영신, 이정희, 임재천, 이규철 씨 등

작고 및 원로 현역 사진가들의 주옥같은 사진들도 책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비록 사진을 하지 않는 분이라도 곁에 두고 틈틈이 볼 수 있는 추억의 사진집이 많다.

작품성을 강조한 난해한 사진보다 갓구워낸 군고구마처럼 한 장의 사진이 따스한 추억을

모락모락 불러들여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 줄 좋은 사진집이다.

 

예를 들면 최민식의 인간이나 김기찬의 골목안 풍경은 모르는 분이 없겠지만,

작고 작가인 이해선, 이형록, 이경모 사진집과 김한용 희망연대기‘, 정도선 회령에서 남긴 사진집도 있다.

 

그리고 눈빛에서 엮은 한국사진의 작은 역사 지금까지의 사진에서부터 크리스 마커의 북녁 사람들’,

구와바라 시세이 내가 바라본 격동의 한국“, 박옥수 시간여행‘, 안장헌 소소한 일상‘,

전민조 역사를 말하는 사진‘, 신복진 광주발사진종합‘, 권태균 노마드‘, 김운기 어머니, 그 고향의 실루엣‘,

정영신 어머니의 땅도 지난 시절을 새록새록 불러들일 추억 속의 사진집이다.

또한 오랜 병영 생활을 되 돌아 볼 수 있는 이한구의 군용과 장종운의 젊은 날의 초상등을 추천한다.

 

진열대에 올린 사진집만도 이렇게 좋은 책이 많은데, 꼼꼼히 살펴보면 더 좋은 사진집도 부지기수다.

 

이왕이면 오늘 1125() 오후 4시에 들리면 오랫동안 묵언 잠적했던 이규상 대표의 강연회가 있으니,

도랑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겠는가?

 

아래는 눈빛출판사이규상 대표 글이다.

 

책은 오랫동안 지식의 전달과 영감(靈感)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정보의 전달과 저장이 종이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수천 년 이어온 책의 위상은 나날이 퇴색돼 가고 있다. 불과 2-30년 사이에 불현듯 가해진 이러한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다. 산업혁명이 인간 삶의 근본적 변혁을 몰고 왔듯이 디지털 문명의 출현은 또 다른 삶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수천 년의 습관을 순식간에 바꿔야 하는 가공할 디지털 혁명기에 살고 있다. 그에 따른 인문의 위기는 곧 출판의 위기다. 이번 행사는 사옥 짓기보다 사진으로 사진집을 지어온 눈빛출판사의 35년 발자취를 집약한 전시를 겸한 북페어다. 최근 전시를 통해 책의 확장을 새롭게 모색하고 있는 눈빛출판사는 급변하는 출판환경에 대응하고 인문과 예술의 위기 속에 다 각도로 출판의 방향과 역할을 모색해오고 있다.”

 

북페어는 오는 124일까지 열리니, 인사동 가는 걸음에 꼭 들리시길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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