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사진 설치전이 지난 24일 막을 올렸다.
전시를 여러 차례 해 보았지만, 이번 처럼 힘든 전시는 처음이다.
경비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지원금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나,
몸이 송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죽더라도 전시는 열어놓고 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주눅들어,
어떻게 준비했는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전시장 찾은 손님 받는 게, 상가 문상객 받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그랬다면 ‘대마불사주’라도 마음껏 대접할 수 있고,
손님도 두 번 걸음 하지 않아도 될 것인데...
여러 사람 고생만 시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불편한 이곳까지 오라는 말도 부담스럽지만, 오셔도 손님 맞을 일이 걱정되었다.
음식이야 김선우가 준비했지만, 술을 끊었으니 술 고문을 어떻게 당하느냐도 관건이었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곳에 오는 교통편과 숙박이었다.
승용차로 오면 술을 마실 수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다,
일만 없다면 역까지 마중 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한가롭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일을 벌였으니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하기는 했으나, 식구들이 고생 많이 했다.
전 날밤은 김창복, 김선우, 양이현, 김평 등 온 식구가 동원되었는데,
힘들게 길 낸 가마솥에다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안도의 한숨을 쉰 것이다.
전시 날자는 기다려주지 않고 어김없이 찾아왔는데,
문 열자마자 세종시에 산다는 오세인씨가 오셨다.
이광수씨 페북을 보고 알았다는, 첫 손님의 진지한 관람에 기분이 좋았다.
커피 한 잔 드렸더니, ‘두메산골사람들’ 사진집도 한 권 사주었다.
이어 홍유선, 김현아씨가 다녀가고 나니, 소설가 임헌갑씨가 심영태씨와 같이 오셨는데,
지리산 막걸리를 두 박스나 가져오셨다.
때맞추어 온 완주의 사진가 김종신씨는 오다 보니 안내 현수막이 없더라며
현수막 두 개를 주문해 주었다.
임헌갑씨 일행은 온천장에 숙소를 잡았으나,
김종신씨는 캠핑 카에서 지내기로 하고 술자리를 만들었는데,
모처럼 옛이야기를 안주 삼아 늦은 시간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임헌갑씨는 지난번에 주지 못한 책이라며, ‘인도로 가는 동안’이라는 연작 소설을 한 권 주었다.
초대일인 26일에는 마산의 변형주씨가 마산 중리 막걸리를 가져왔다.
‘유목민’ 전활철씨가 준 '느린마을' 막걸리와 '송명섭' 막걸리 두 박스에다
우리가 준비한 소주와 맥주를 비롯한 ’대마불사주‘에 이르기까지 곳곳의 명주가 다 준비되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 전시가 아니라 사람 사는 주막 같은데, 아무래도 술은 남아돌 것 같았다.
이튿날은 화가 신상덕씨와 정복수씨, ‘사진바다’ 곽명우씨,
사진비평가 이광수씨가 연이어 오셔서 전시장 분위기가 한결 무르익었다.
정복수씨는 ‘나무화랑’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인 초상화를 전복하는 초상화 작품집을 선물했다.
역시 고생한 보람이 느껴지는 훌륭한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이광수교수로 부터 받은 따끈따끈한 선물 '따마스' 사진집이었다.
무겁게 마음을 휘어잡는 사진에서 '악의 꽃'이 연상되었다.
스토리의 연관성보다, 인간은 악이지만 꽃처럼 아름답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기존의 전시형식에서 벗어난 좋은 사진전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늦게는 ‘뮤아트’ 김상현씨와 기타리스트 김병수씨가 나타났다.
인사 나누기가 무섭게 시작된 두 분의 협연은 가을밤의 정취를 무르익게 했다.
김상현씨의 아코디온 연주에 덧붙인 김병수의 기타 음율은 애간장을 녹였다.
그런데, 수술 후 한 번도 불러보지 못했다는 김상현씨가 처음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예전보다 음색이 훨씬 깊어졌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옛말이 딱 맞았다.
특히 ‘하얀 목련’은 듣는이의 심금을 울려 준 절창이라, 우리 식구만 듣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모닥불 앞에서 듣는 협연이라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새벽닭이 울어 시간을 보니, 새벽 네시가 훌쩍 넘었더라.
편치 않은 몸으로 먼 길까지 달려와 준 것만도 고마운데, 너무 고생하셨다.
그들의 뜨거운 음악 사랑과 깊은 인정에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잠깐도 눈을 붙이지 못하고 떠나는 뒷모습에 마음이 아렸다.
그다음 일요일에는 일찍부터 ‘유목민’의 전활철씨가 술안주를 잔뜩 짊어지고 왔는데,
좀 있으니 사진가 고영준씨는 친구들을 데려 왔고,
우기곤씨 역시 사우 여러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뒤이어 전통무예가 하태웅씨가 지리산에서 오셨고,
시인 이은정, 전태수, 홍대춘, 서정란씨 등의 문인들과 사진가 마동욱, 김영숙 내외,
화가 칡뫼 김구, 함상규, 고선애, 최보현, 박효링, 권현석, 노인자, 송춘애,
박귀옥, 엄근배, 성혜선씨 등 많은 분이 다녀가셨다.
오는 11월13일부터 26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황무지, 우상의 벌판’ 개인전을 여는
화가 칡뫼 김구는 열차와 택시를 갈아타며 어렵사리 오셨는데, 가제본 된 책을 가져왔다.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 한 자리에 오래 머물 수도 없었지만,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손님 접대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떠나고 나니 죄송스러운 마음만 남았다.
오죽하면 전시 시작한 지 며칠 동안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는 커녕 들여다볼 틈도 없었다.
그 뒤 이틀 동안 오신 분 사진 역시, 정리할 시간이 없어 주말까지 찍은 사진만 올리는 것이다.
끝나는 날까지 마무리하려면 두 번은 더 소개해야 할 것 같았다.
빚진 생각에 마음은 무겁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쩌겠는가?
시간이 맞지 않은 분을 위해 주말인 11월3일까지 연장하기로 했으니,
가을 가기 전에 나들이 한 번 해도 좋을 것 같다..
다들 성원해 주셔서 고맙고 고맙습니다.
아무쪼록 깊어가는 현충사의 가을을 오래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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