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야 미안하다.
사람이 참 이기적이다. 문화란 이름으로 자연을 학대 한다.
설치전 한다며 만든 굴뚝이 감나무를 처다 봐, 가림 막을 세우고 이 글을 썼다.
생명체들이 인간의 이기에 의해 핍박 받는 일이 어디 이 뿐이겠는가?
인간보다 더 이기적이고 영악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이광수교수는 인간을 악이라 규정하지만, 그런 악을 40여 년 찍어왔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좋아 사람을 찍었으나, 주변에 사람이 없다.
이런 저런 일에 마음 다쳐, 많은 사람이 멀어졌다.
잘 아는 가족이나 가까운 분일수록 그 폐해는 심했다.
남의 집 불 보듯 하는 세상에 나섰다가 독박 쓴 것이다.
내가 가진 가치관이나 생각이 옳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술 취해 벌인 여러 가지 폐해를 생각하니, 남 탓할 자격도 없었다.
교육과 도덕이 무너지는 세상이지만, 벙어리가 되기로 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 설치전은 상처 입힌 자연과 인간에게 사죄하는 마지막 전시다.
지난 시간을 불러내어, 힘겹게 살아 온 아픔 속의 인간애를 돌아본다.
”돈 벌어 가족 먹여 살렸다“는 청량리 소녀의 하소연에서부터
”내 아들을 살려내라“는 김세진 어머니의 울부짖음도 있다.
”허리가 아파 누워 장사한다“는 장터 할머니,
”죽도록 고생해도 빚만 남았다“는 최덕남씨,
”세상에 믿을 건 두 손 뿐이다“는 정선의 최종대씨,
”춥고 배 고프다“는 노숙인 이덕영씨의 절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힘든 서민들이 살아가는 애달픈 이야기다.
그리고 “몸은 저승에 보내고도 인사동에서 맴돈다”는 고)신경림 시인에서 부터
“예술은 오기, 무기, 놀기다“는 화가 박건씨의 말 등
인사동 사람들 이야기까지 곁들인 30여 점을 자연 속에 풀어 놓았다.
사람 사는 정이 메말라 가는 비정한 세상, 인간은 있으나 사람은 없다.
슬프지만 따뜻한 인간애가 모닥불처럼 피어오르는 한 가닥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간 나면 차 한 잔 나누며 사람 사는 정을 나누자.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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