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아산을 떠나겠다며 동자동으로 돌아왔으나 며칠을 넘기지 못한다.
주말에는 서울 볼 일이 많기도 하지만, 언덕에 고개 숙인 대마가 눈에 밟혀서다.
서리 맞기를 기다렸으나, 욕심이 또 다른 욕심을 부를 것 같았다.
지난 일요일 상경했으나 이틀 후에 다시 아산 작업실로 달려간 것이다.
사람들로 부산한 시간보다 혼자 즐기는 소소함이 행복하다.
아침 햇살 사이로 내리 깔리는 음악도 감미롭지만,
여기저기 흐트러진 식물이나 사물에서 이런저런 사유의 늪에 빠져든다.
빛바랜 백일홍의 모양에서 허물어져 내리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서리 내리기를 기다리는 국화 봉우리에서 실 날 같은 소망도 가져 본다.
화려하게 핀 꽃보다, 지는 꽃의 애잔함이 더 가슴을 파고든다.
일산 사는 동생이 조카 지향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오랫동안 암으로 투병하다 눈을 감아 편안한 안식을 빌었지만,
남은 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어쩌랴!
아픈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는 듯,
친구 한봉림씨가 작업실을 방문하겠다는 전화를 했다.
그래, 옛이야기나 나누며 못다 한 정이나 나누자.
한 번 가면 다시 못 올 인생이 아니던가?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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