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생일을 맞아, 전 후 사흘을 코가 비틀어지게 마셨다.


‘아라아트’ 김명성씨와 생일이 하루 차이라, 근 10년 동안 생일잔치를 같이 해왔다.
생일 하루 전부터 인사동 ‘유목민’에서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
인사동 꼴통들의 송년회와 겹쳐, 많은 사람들이 어울린 술 잔치였다.

그 이튿날, 진짜 생일에는 깜빡 잊어버렸다.
도서관에서 늦게 들어 온 아내의 냉냉한 표정에 화들짝 놀라, ‘이마트’로 뛰쳐나갔다.
사온 케익을 안주삼아 오붓한 축하연을 벌인다는 게, 너무 과했다.

이제 끝났나 싶었으나, 다음 날은 처제와 동서가 술과 안주를 사들고 쳐들어왔다.
메기 매운탕의 시원한 안주는 술이 술을 마시게 했다.
취한 김에 노래방까지 진출해 야단법석을 떨었는데, 완전히 녹초 되었다.

그 이틑 날 온 종일 이불 밑에서 끙끙대고 있는데, 아침부터 이명희씨 전화가 왔다.
강민 선생님 뵈러 인사동 나가는데, 같이 점심 먹자는 내용이었다.
아내더러 전하랬다. “조가는 저승길 문턱에서 헤맨다고...”

원님 덕에 나팔은 잘 불었으나, 그 지나친 대가를 톡톡히 치룬 생일잔치였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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