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날’사진전이 ‘돈의문박물관마을’ 작가갤러리에서 열린지가 두 달이 넘었다.

23일 까지 열리니 이제 닷새정도 남았다.

 

지난 주말 낙성대 양시영씨 전시 보고 오는 길에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잠깐 들렸다.

전시장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웠으나, 그 때까지 관람객이 있었다.

코로나에 주눅 들어 요즘같이 사람 없는 판에 그 날만 320명이 보고 갔단다,

 

대개 가족끼리 보러 오는데, 관람 스템프를 받아오면

어린이들에게 선물 주는 게임이 있어 더 열심히 다니며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요즘 어린이들이 바지개를 어떻게 알고 곰방대를 어찌 알겠나?

같이 온 엄마조차 이름도 모르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살아 온 역사가 한 세대가 가기도 전에 잊어버리는 것이다.

 

“자! 이제 파장 다 돼 갑니더.

자슥들 한테 점수 딸라카마 장에 댈꼬 오이소.

좋은 기경하고 선물도 받으니 도랑치고 게 잡는 기 아이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입니더"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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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만 바뀌면 정동지가 선물타령을 해댄다.

해 바뀌는데 선물도 없나?"

씰대 없는 소리라며 깔아 뭉갠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가끔은 선물공세로 알랑방귀라도 뀌면

밥 한 술 얻어먹기가 훨씬 편할텐데, 그게 잘 안 된다.

요즘 같은 여인 천하에 살아남은 것만도 용타싶다.

 

지난 년말에는 진흥마켓에서 회 한 팩 사오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오는 길에 이층 다이소에서 선물도 하나 사란다.

다이소에서 뭘 사지?매장을 몇 번이나 돌았으나 살게 없었다.

"그래 선물 좋아하는 어린애니 장난감이나 사자"며

이천 원짜리 모형 카메라를 샀다.

덤으로 초록색 사과 양초까지 샀다.

송년회에 촛불로 분위기를 잡고 싶어서다.

 

정동지 입이 째졌다.

일단 카메라작전은 성공이었다.

앙증맞은 카메라가 액자 밑에 제자리를 잡았는데,

사과양초까지 따라 붙었다.

 

선물 택배도 연이었다.

떡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대전의 박순규씨와 아산의 김선우씨가 떡을 보내왔다,

난리가 나도 굶어 죽을 염려는 없을 것 같았다.

 

'공유공간 마임'의 선우가 보낸 연하장에는 그림 같은 집이 튀어 올랐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으라는 메시지다.

건축가 임태종씨는 인사동 사진을 사겠다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도 주었다.

 

그것도 백만원짜리 큰 사진을 사람이라고는 개미새끼 한마리 없는 사진만 골랐다.

난, 사람찍는 찍사가 아니던가?

  사람 없는 사진만 고르는 것을 보니, 이제 사람 장사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새해에는 불 난 집터에 조그만 집도 짓고 보내 준 떡도 잘 먹을게요.

다들 고맙습니다.

 

둘 만의 송년회에 앞서 먼저 들릴 곳도 있었다

'스마트협동조합'에서 맛있는 홍어를 준비했단다.

서인형, 최석태, 정영신씨와 사무실 모퉁이에 끼어 앉았는데,

홍어 애 맛이 애간장을 녹이더라.

 

그동안 어려운 예술가들 돕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

아무 단체에서도 못한 일을 창립한지 삼년밖에 안 된 '스마트협동조합'에서 해 낸 것이다.

더 큰 발전을 위해 다 같이 건배를 들었다.

 

녹번동 아지트에서 가진 둘 만의 송년회는 신년회로 이어지는 연속상영이었다.

내시와 광대 역할을 두루 섞은 십구금 퍼포먼스는 웃음없이 볼 수 없는 순정의 드라마였다.

눈물나도록 웃었는데, 통쾌하게 웃는 것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있겠나?

 새해에는 즐겁고 재미있는 일 많이 만들기를 바랍니다.

 

사진, / 조문호

 

 

캄보디아 깜퐁참 가나안 농군학교를 돕는 후원전이 인사동 '갤러리씨네'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20여 년 전 중국단둥에 가나안 농군학교를 설립한바 있는 김홍명씨를 돕는 전시다.

 

당시 북한사역과 탈북자사역, 북한 지하교실 설립, 농아교회 개척 등으로

지도자 양성을 하던 중 중국으로부터 추방되어 캄보디아에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한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교육지원은 물론 가난한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등 많은 일을 하고 있으나, 코로나 여파로 사정이 어렵다고 한다.

 

후원전이라도 열어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에 ‘갤러리씨네’ 노광래씨가 전시를 기획했으나

도움도 주지 못하고 끝낼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후원전에 출품해 달라는 연락은 받았으나 ‘인사동이야기’ 전시 마무리와 겹쳐 경황이 없었다.

그 후에는 몸이 아파 제 때 작품을 보내지 못한 것이다.

 

건강을 되찾은 20일에서야 사진을 챙겨 부리나케 인사동 ‘갤러리씨네’로 나갔는데,

그 날이 공식적으로는 전시가 끝나는 날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달 동안 연장전시를 하게 되었다니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전시장 벽에는 박불똥씨 ‘보도지침’을 비롯한 많은 작가들의 출품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으나, 출품자 명단에 없는 강찬모씨와 최울가씨 작품도 보였다.

 

한 해를 보내는 의미 있는 때를 맞아 다 같이 자선의 손길에 동참하자.

어려운 분도 돕고 새 작품도 소장 할 수 있으니, 도랑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겠는가?

 

정영신씨와 전시장을 방문한 시간에는 조각가 박상희씨 내외도 들렸다.

노광래씨가 내 놓은 모과차를 마시며, 훈훈한 새해를 맞을 수 있기를 기원했다.

 

사진, 글 / 조문호

 

‘눈빛출판사’에서 나온 '인사동 이야기’는 11년 전에 나와 절판된 사진집이다.

 

인사동이야기 / 250페이지 / 25,000원 / 눈빛출판사

 

 개정판으로 나온 지가 한 달이 채 못되었다.

 

인사동을 사랑하는 예술가들이 풀어놓은 인사동 이야기와

인사동을 추억하는 곳곳에서 찍은 입상사진으로 엮었다.

 

아래는 책에 실린 내용이다.

 

서문 / 인사동 친구들 / 한정식 사진가

 

나의 인사동 이야기 / 고) 강민 시인

인사동의 역사는 골목에서 만들어진다 / 강기희 소설가

인사동에서 만난 두 사람 / 강선화 사업가

인사동 나그네 / 구중관 소설가

인사동 풍경 / 기국서 연출가

봄비를 기다리며 / 김명성 시인

인사동 낙수 한 토막 / 김신용 시인

인사동에서 길을 잃다 / 김여옥 시인

무대 잃은 인사동 노악사 / 조문호

인사동에서의 하루 / 김용문 도예가

유연의 얼굴들 / 김형숙 수필가

 

어느 고미술상에게서 들은 얘기 / 김진하 미술평론가

인사동 회화나무 하나 / 김호근 전 갤러리 북스 대표

땡초 전성시대 / 조문호

세월은 흘러가고 / 민영 시인

인사동 / 박영현 시인

모델료 받아 노잣돈 한다던 천상병 시인 / 조문호

인사동은 늪이었다 / 배평모 소설가

활극과 인정의 터, 인사동 / 변순우 시인

서울, 1962년 인사동 / 서정춘 시인

인사동은 고장 난 피아노의 건반 같은 곳 / 송상욱 시인

인사동- 민병산 선생을 애도하며 / 신경림 시인

 

그리운 인사동 / 신동여 도예가

통문관의 산기 선생이 그립다 / 고) 심우성 민속학자

인사동 골목을 살리자 / 오세필 기와 장인

인사동과 막 뮐러 / 윤양섭 리버티 에셋 매니지먼트 회장

인사동과의 인연 / 고) 이계익 전 교통부장관

나의 소우주, 잃어버린 낙원 / 이나무 작가, 출판인

인사동 사람들, 그들의 빛깔 / 이정숙 문학평론가

인사동은 공간인가, 아니면 사람들의 기억인가 / 임재경 언론인

인사동 풍류 / 임춘원 시인

김일의 후예 박대머리 / 조문호

인사동 시의 거리’ / 조정애 시인

 

인사동의 단골집들 / 전강호 화가

미지의 세계 / 정영신 사진가 겸 소설가

인사동의 힘 / 조인숙 사진가

땡땡이로 시작된 인연 / 조준영 시인

인사동 친구들 / 조해인 시인

인사동 역사 / 최대식 화가

인사동, 기억의 풍경 / 고) 최영해 시인

인사동 사람들은 기인인가 / 최울가 화가

인사동에서 꿈을 꾸다 / 최일순 연극배우

인사동으로 상경한 세 화가 / 조문호

인사모’여 영원하라 / 황명걸 시인

 

작업 노트 /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 조문호

 

강찬모 / 히말라야 별만큼 반짝이는 화가

구중서 / ‘한국작가회의’ 원조이신 리얼리즘 문학평론가

공창호 / 인사동 고미술의 대가

공윤희 / 여지껏 ‘공대위’로 불리는 인사동 지킴이.

금보성 / 인사동에서 한글 회화를 시작하다

고) 김동수 / 민속박물관장을 지낸 로맨티스트

김수길 / ‘구름에 달 가듯이’ 술집 하다 달 가듯 떠도는 사진가

고) 김영수 / 인사동 콧수염으로 통하는 ‘민사협’의 대부

고) 김용태, ‘민예총’과 동격인 화가.

노광래 / 평생을 노부장으로 부르는 ‘갤러리 시네’ 이장

 

류연복 / 다채로운 칼춤으로 풍미하는 목판화가

고) 목순옥 / 천상병 시인을 사랑한 ‘귀천’의 사모님

박 건 / 값싼 사물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공산품 작가

박불똥 / 민중미술에 불똥 지핀 화가.

박상희 / 세계를 방랑하며 문명의 시대정신 담아내는 조각가

박재동 / 초상화와 버스킹으로 인사동을 풍미하는 시사만화가

방동규 / 조선의 3대 구라로 불리는 시대의 의인

서정란 / ‘꽃구름 카페’를 노래한 이름 같은 서정시인

성완경 / ‘현실과발언’의 주체로 활동한 미술평론가

수안 / 시, 전각, 그림을 잘하는 통도사 스님.

 

안동해 / 티롤 음악감상실을 운영한 서예가

안창홍 / 45년간 인간성 회복을 형상화한 화가

엄인호 /「골목길」을 부른 ‘신촌블루스’의 리더.

고) 여운 / 조선시대 화가 최북을 닮은 목탄화가, ‘인사동 밤안개’로 불린다

유재만 / ‘김대환박물관’을 지키는 아리랑 명품관 대표

육명심 / ‘장승’과 ‘백민’ 시리즈로 우리 모습을 잡아 낸 사진가.

이만주 / 시로 사회구조를 비판하는 무용평론가.

이명희 / ‘말괄량이 길들이기’ 보다 대폿집 주모 역이 제격이네

고) 이종문 / 거리에서 하늘로 유랑 떠난 유랑악사

이종승 / 인사동 화랑을 순회하는 비주류 화가

 

이청운 / 어려웠던 시절의 그 파아란 바다를 그리는 서양화가.

고) 이호철 / 분단문학을 승화시킨 소설가

임경일 / 인사동 문화를 사랑하는 전방위 예술애호가

임영주 / 전통문화재의 달인인 고미술 학자

임태종 / 인사동 문화터를 탈바꿈하는 건축가

장경호 / 한강미술관장을 역임한 화가.

장사익 / 노래와 소리의 경계를 허문 가수

전유성 / ‘학교종이 땡땡땡’의 교장을 역임한 인생 개그의 대부

전활철 / 인사동 풍류를 연출하는 ‘유목민‘ 주인

정동용 / 인사동 ‘시인학교’ 10년 하다 말아먹은 시인

 

정해광 / 인사동에 아프리카미술을 끌어들인 미술관장

정희성 / 저문 강에 삽을 씻는 시인

고) 채현국 / 한때 인사동 낭인들의 활빈당주였던 철학자

최백호 / 시인 같은 가수가 그림도 잘 그리네.

최석태 / 우리 미술을 연구하는 고집불통 평론가

최효준 / 인사동과 미술을 이어온 전 서울시립미술관장.

하태웅 / 전통무술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무예가

한봉림 / 전주문화계 맹주 도예가

허태수 / 시민운동에 앞장서는 목사

 

이밖에 소개한 분들이 70여명 더 있다.

 

책은 인터넷에서 구하면 편하지만, 저자 서명을 원한다면 연락바란다.

 

얼마 전에는 정영신의 ‘어머니의 땅’과 조문호의 ‘노숙인, 길에서 살다’ 도 나왔다.

 

‘인사동 이야기’ / 눈빛출판사 / 가격 25,000원

정영신의 ‘어머니의 땅’ 사진집 / 눈빛출판사 /가격 35,000원

조문호의 ‘노숙인, 길에서 살다’ 포토에세이집 / 이숲출판사 / 가격 25,000원

 

책이 필요하신 분은

문자 메시지로 주소를 남겨주면 발송해 드리겠다.

계좌이체 : (하나은행) 593-810222-39907 정영신

정영신 연락처 : 010-2955-8926

 

가끔 인터넷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찾아본다.

띠별로 몇 줄 적어 논 운세를 믿지는 않으나 재미로 보는 것이다.

운세가 나쁘면 그만이지만, 행여 좋은 운세라도 나오면 괜히 기분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 날은 "좋은 일은 있으나 끝이 좋지 않다"는 좋다 마는 김빠지는 운세였다.

 

지난 주말은 녹번동 정동지 집에서 개겼는데, 뜻밖에 손녀 하랑이가 찾아왔다.

아들 햇님에 안겨 온 손녀 하랑이가 그 날따라 사진 포즈는커녕 눈 맞추기도 싫어했다.

땡초 처럼 머리를 빡빡 민 할애비가 낯설기도 하지만, 무서웠던 것 같았다.

그러다 이내 잠들어 버렸다.

 

잠든 손녀의 천진한 모습에 빠져 행복감에 젖었는데,

손녀 빰에는 하랑이라 적힌 스탬프 도장이 찍혀 있었다.

 

며칠 전 페이스북에 아들이 올린 하랑이 춤추는 사진을 보아

춤추는 멋진 손녀 사진 한 장 찍고 싶었는데, 결국 자리가 파할 때 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잠자는 손녀를 안고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닭 쫓던 개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들 내외가 가고 좀 있으니,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찾아왔다.

요즘 고 김용태씨 DMZ작품의 바탕을 이루는 미군부대 주변 사진관에서 수집한 기념사진들을

스캔 받는 작업을 정영신씨와 같이 해 녹번동에서 술 한 잔 할 기회가 잦다.

 

그 날은 정영신씨의 장터 기획전에 대한 반가운 소식을 물고 와 스캔 받는 일은 뒷전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야사에 대한 강의가 한 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비단 미술계뿐 아니라 잘 알려진 정사보다 뒷이야기인 야사가 더 흥미로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눈이 번쩍 뜨일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는데,

그런 내용을 책으로 묶는다면 대박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스마트협동조합서인형 이사장과의 약속시간이 되어 그만 일어나야 했다.

 

스마트협동조합가까이 있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푸짐한 안주에다 사무실에서 공수해 온 보드카로 술자리가 걸판졌다.

그러나 독주가 목구멍에 들어가니 금방 돌아버렸다.

 

평소에 마시는 진로를 주량에 맞추어 천천히 마셔야 하는데,

좋은 술이라며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제풀에 간 것이다.

술이 취해 할 말과 안할 말을 가리지 못하고 콩팔 칠팔 지껄인 것은 물론

술집 주인아주머니에게 큰절을 올리는 추태까지 부린 것이다.

 

내 딴에는 만들어 준 술안주도 좋았지만,

가져 온 술을 영업집에서 마신데 따른 죄송함의 큰절이었으나

그만 몸매에 대한 칭찬까지 곁들이는 오버를 해버린 것이다.

절 받는 분의 마음이 결코 편치 않았던 것 같았다.

 

뒤늦게 정동지로부터 이야기 들어 알았지만,

필름이 끊겨 중간 중간 기억 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제 버릇 개주지 못한다는 정동지의 푸념에 감 잡을 뿐이었다.

 

다 같이 녹번동 집으로 돌아와서 손님들 앞에 대마불사주를 꺼내놓고 잠자리 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찍힌 사진을 보니 같이 앉아 이야기 나누는 사진도 있었다.

그 이튿날 정동지에게 물어보니, 내복차림으로 한참 주접 떨다 잤단다.

 

아이쿠! 고려장 할 나이에 이 무슨 추태던가?

그 날 아침에 본 오늘의 운세가 딱 들어맞았다.

 

"좋은 일은 있으나 끝이 좋지 않다"

 

사진 :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지난 주말 포항 장기장 가는 길에 울산 태화장에 들렸다.

 

태화장은 30년 전까지 울산일대에서 가장 컸던 울산장의 흔적을 가장 많이 간직한 장이다.

 

옛 울산장은 상설시장인 중앙, 성남, 우정시장으로 쪼개졌다가 대형마트 출현으로 시들해졌다.

이 틈새를 파고들어 생겨난 것이 바로 태화 오일장이다.

 

10년 전에 생겨 점차 규모를 키워오다, 이제 근동에서 가장 큰 오일장이 되었다.

큰 광장이 없는 태화장은 장날이면 찻길가와 골목 전부가 장터로 변한다.

대로나 이면 도로를 가리지 않고 빈터만 있으면 물건을 펼쳐놓았는데,

시장 중앙에서 300나 떨어진 동강병원까지 뻗쳐 있었다.

 

태화장은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아 다른 재래시장의 손님이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으로 갈수록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데. 가는 날 역시 사람이 너무 많아 주차할 곳은 물론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곳에도 체온을 체크하거나 손 소독하는 곳도 없었다.

더구나 비좁은 시장 길에 자리 잡은 음식점엔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었다.

아무리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러다 생사람 잡을까 걱정된다.

 

함께 간 정동지는 사람들에 떠밀려 비좁은 시장 길을 헤집고 다녔으나,

난 외곽을 맴돌며 정동지의 촬영이 끝나기만 기다려야 했다.

동지를 사지로 내몰고 망 보는 격이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물산이 풍부했던 울산의 옛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옛 태화루를 끼고 있어 고풍스런 멋도 간직하고 있다.

 

좁은 길을 가다 부딪쳐도 시비 거는 사람 없고, 길이 막힌다고 재촉하는 이도 없었다.

 

아지매! 좀 팔았소? “밥은 뭇는기요?” 정감 깃든 인사들이 오 간다.

초짜로 보이는 오징어 장수는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오징어요를 외친다.

허리 아픈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펴지도 못한 채 손님 맞는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오일장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는 장이다.

태화장은 5일 10일에 선다. 

 

돌아오는 길에 태화 강변을 거니는 호젓한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사진, / 조문호

 

 

 

정영신의 장날전이 돈의문박물관마을작가갤러리에서 지난 16일 개막되었으나

전염병 때문에 별도의 개막식은 생략되었다.

 

조해인, 김수길, 백승호, 장경호, 곽명우, 최석태, 손귀현씨 등

몇몇 지인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찾아와 전시를 축하했다.

 

인사동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겨 오붓한 뒤풀이를 마련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3일까지 열린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정영신의 장날’ 사진전이 오늘부터 열립니다.

 

장날사진전은 년 말까지 열리기로 되어 있으나, 전시가 연기되어 한 달 더 연장 될 확률이 많아 볼 수 있는 시일은 넉넉합니다.

 

정영신의 장터사진은 잘 아시겠지만,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열리는 장날전은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장터의 다양한 장면들이 퍼즐처럼 벽면을 채웠는데, 오랜 추억을 슬슬 불러일으키며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지난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자녀분이나 손자들과 함께 가면 우리 정서를 일깨워 주는 유익한 자리가 되리라 여겨집니다.

 

장옥전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고,

옛날 장터에서나 볼 수 있던 손저울이나 됫박 등도 진열되어 있습니다.

 

연세가 지긋한 분은 아득한 추억이 모닥불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이고,

젊은 세대에게는 온고지신의 자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곳에 가면 정영신의 장날전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 전각전도 오늘 개막되고, 곳곳에 볼거리가 많습니다.

 

저 역시 이전에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잘 몰랐습니다.

한양도성 서쪽 성문 안 첫 동네인 새문안 동네를 보존 또는 재현했는데, 백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미로 같은 골목길도 정겹고 곳곳에 볼거리와 체험 공간도 많았습니다.

 

마을 구경은 물론 늦가을의 향취를 맛보는 시간도 됩니다.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아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에 들리는 것이 꼼꼼하게 살펴보며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장날전시 때문에 다른 일은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일주일 후에 열릴 인사동이야기사진전은 아직 프린트도 못한 상태입니다.

마음은 편치 않아도 잘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정영신의 장터 사진전은 전국 각지에서 여러차례 전시를 한바 있으나 작품저장 창고나 마찬가지였던 정선집 화재로 모두 소실되어 '돈화문박물관마을' 작가갤러리에 맞추어 새로 제작했는데, 요즘은 판넬제작을 액자집에서 만들어 주질 않더군요. 돈도 되지않으면서 일이 많아 그런 모양인데, 액자 값에 가까운 금액을 치루고서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위치는 정동길 따라 올라가면 '경향신문사'가 있고 그 건너편 대로 건너 강북삼성병원이 보입니다.
강북삼성병원 바로 옆, 행촌동으로 넘어가는 좁은 골목길 건너편이 돈의문박물관마을입니다.

 

시간 나시면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열리는 장날보러 가세요.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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