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만 바뀌면 정동지가 선물타령을 해댄다.

해 바뀌는데 선물도 없나?"

씰대 없는 소리라며 깔아 뭉갠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가끔은 선물공세로 알랑방귀라도 뀌면

밥 한 술 얻어먹기가 훨씬 편할텐데, 그게 잘 안 된다.

요즘 같은 여인 천하에 살아남은 것만도 용타싶다.

 

지난 년말에는 진흥마켓에서 회 한 팩 사오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오는 길에 이층 다이소에서 선물도 하나 사란다.

다이소에서 뭘 사지?매장을 몇 번이나 돌았으나 살게 없었다.

"그래 선물 좋아하는 어린애니 장난감이나 사자"며

이천 원짜리 모형 카메라를 샀다.

덤으로 초록색 사과 양초까지 샀다.

송년회에 촛불로 분위기를 잡고 싶어서다.

 

정동지 입이 째졌다.

일단 카메라작전은 성공이었다.

앙증맞은 카메라가 액자 밑에 제자리를 잡았는데,

사과양초까지 따라 붙었다.

 

선물 택배도 연이었다.

떡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대전의 박순규씨와 아산의 김선우씨가 떡을 보내왔다,

난리가 나도 굶어 죽을 염려는 없을 것 같았다.

 

'공유공간 마임'의 선우가 보낸 연하장에는 그림 같은 집이 튀어 올랐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으라는 메시지다.

건축가 임태종씨는 인사동 사진을 사겠다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도 주었다.

 

그것도 백만원짜리 큰 사진을 사람이라고는 개미새끼 한마리 없는 사진만 골랐다.

난, 사람찍는 찍사가 아니던가?

  사람 없는 사진만 고르는 것을 보니, 이제 사람 장사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새해에는 불 난 집터에 조그만 집도 짓고 보내 준 떡도 잘 먹을게요.

다들 고맙습니다.

 

둘 만의 송년회에 앞서 먼저 들릴 곳도 있었다

'스마트협동조합'에서 맛있는 홍어를 준비했단다.

서인형, 최석태, 정영신씨와 사무실 모퉁이에 끼어 앉았는데,

홍어 애 맛이 애간장을 녹이더라.

 

그동안 어려운 예술가들 돕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

아무 단체에서도 못한 일을 창립한지 삼년밖에 안 된 '스마트협동조합'에서 해 낸 것이다.

더 큰 발전을 위해 다 같이 건배를 들었다.

 

녹번동 아지트에서 가진 둘 만의 송년회는 신년회로 이어지는 연속상영이었다.

내시와 광대 역할을 두루 섞은 십구금 퍼포먼스는 웃음없이 볼 수 없는 순정의 드라마였다.

눈물나도록 웃었는데, 통쾌하게 웃는 것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있겠나?

 새해에는 즐겁고 재미있는 일 많이 만들기를 바랍니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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