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청구성심병원’에서 백신을 맞은 후, 삼일동안 드러누워 혼 줄이 났다,

온 몸에 힘이 없고 어지러워 계속 잠만 잤는데,

백신 맞은 후유증인지, 신장병 때문이지, 아니면 술을 많이 마셔 생긴 술병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삼일 만에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가끔 먹는 대마강정 몇 알 먹고서야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때서야 노트북을 배에 깔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블로그에 올리는데,

사진이라고는 서울역광장에서 코로나검진 받을 때 찍은 사진뿐이었다.

 

지난 13일은 서울역광장으로 코로나 검진 받으러 갔다.

호흡기 장애로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음성 확인부터 받아 오라는 병원 지시에 따른 것이다.

서울역광장에서 코로나 검사 받으려는 사람들의 긴 줄은 끝이 보이지 않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날은 날씨가 추워 그런지 서울역광장에 머무는 노숙인도 몇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노숙하는 김지은씨는 어디서 구했는지 조그만 텐트를 쳐놓고 담요에 둘둘 싸여 있었는데,

담요 부피에 짓눌려 숨이 막히는지, 가끔 고개를 내밀곤 했다.

그토록 단속원에게 집기를 뺏겨도 끝까지 자리를 고수하는 의지의 노숙인이다.

 

그 이튿날은 정동지를 대동하여 '청구성심병원'에 갔다.

나야 고질병인 호흡기 문제로 몇 년 째 다니지만,

정동지도 고혈압에 의한 혈액검사 받는 날이라 같이 간 것이다.

둘 다 간 김에 코로나 3차 백신까지 맞아버렸다.

 

검사 결과를 알기 위해 온종일 병원에 잡혀 있다 보니, 최석태씨와 만나기로한 약속시간에 차질이 생겼다.

스캔 받는 일 때문에 역촌동 식당에서 기다린다는데, 한 시간이나 지체되어 발을 동동 굴려야했다.

그러나 검사결과를 받아보니, 콩팥기능에 문제가 생겨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이첩 의뢰서를 써주었다.

 

큰 병원 가는 일은 다음 문제고, 급히 최석태씨 만나기로 한 식당부터 갔더니,

기다리다 지쳐 혼자 밥을 먹어 버렸다.

너무 미안해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인데, 밥값까지 그가 내버렸다.

정영신씨 집에서 늦은 시간까지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갔는데,

그때서야 몸에 이상 징후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 날 오전 아홉시로 잡힌 검진일정 때문에 아플 여유도 없었다.

어지러움 증을 마다하고 '은평성모병원'을 찾아갔는데,

병원규모도 크지만 모든 게 전산화되어 어디가 어딘지 난감했다.

마침 정동지가 도와주어 가능했지 혼자 갔더라면 그냥 돌아올 뻔 했다.

 

힘들어 꼼짝하기도 싫었으나, 몇 시간동안 끌려다니며 검사를 받은 후 담당의사를 만났다.

"신장질환에 제일 중요한 것이 물의 섭취인데, 하루에 물은 얼마나 마시냐?"고 물었다.

물은 밥 먹은 후와 약 먹을 때 외는 잘 마시지 않는다고 했더니, 큰일 난다는 것이다.

술은 자주 마시는데, 술은 물이 아닌지 모르겠다.

 

당일 검사를 다 끝내지 않고, 초음파검사와 동맥경화 검사는

일주일 뒤로 날자를 잡아주며 다시 한번 오라고 했다. 

 당장 병실에 드러 눕고 싶었으나, 간신히 집에 돌아와서야 누울 수 있었다.

 

그때부터 비몽사몽 이불속에서 삼일을 딩굴어야 했다.

마침 쪽방상담소에서 배급 탄, 팩에 든 죽이 남아 있어 연명할 수 있었다.

아무튼, 명줄 하나는 질긴 것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누워 넋두리라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사는 것이 죽는 것이고, 죽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