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평론가 “작품집들이 모두 머리가 아닌 발로 쓴 작품”

 

홍찬선 시인의 시집 '서울특별詩'가 출간(스타북스 출판사)됐다. 홍찬선 시인은 제10시집 『서울특별詩』 <시작보고서>에서 “서울은 양파”라고 비유했다. 양파를 까도, 까도 비슷한 모양이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안다고 가보면 전혀 새로운 것들이 쑥쑥 불거져 나오고,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는 서울의 모습을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홍 시인은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서울 100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과거에서 현재를 찾고, 현재에서 미래를 가늠해보는 ‘특별한 작업’을 했다. 서울의 다양한 장소와 그것이 갖고 있는 의미를 시로 소개하는 일이다. 그래서 시집 제목도 『서울특별詩』다.

 

홍 시인은 “시는 머리로 생각하는 것도, 시는 손으로 쓰는 것도 아니다. 시는 발로 줍는 것”이라는 독특한 시론(詩論)을 편다. “발품을 팔아야 보지 못하던 것을 보고, 몸품을 팔아야 알 수 없었던 맛을 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가 고플 때마다 불쑥 떠나 자연과 사람이 만들어 놓은 시를 발로 주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꽃피는 봄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장마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이열치열로, 울긋불긋 단풍비가 내리는 가을에는 넓고 깊은 혜윰으로, 함박눈 펑펑 내릴 때는 푸근한 엄마 품을 그리워하며 서울의 골목을 누비며 시를 주웠다.”고 했다. 그렇게 돌아다닐 때마다 “민들레와 소나기와 낙엽과 하얀 눈이 벗이 되어 코로나로 도둑맞은 삶과 시간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홍 시인은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해와 달이 뜨고 봄이 찾아오는 것처럼 코로나가 아무리 몽니를 부려도 코로나를 이겨내고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며 “ 『서울특별詩』를 쓰면서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충재 평론가(시인)는 시평에서 “홍찬선 시인은 감히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열정과 세밀함을 겸비한 시인이며, 일정분야를 놓고 본받고 싶은 부분이 많은 시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이 번에 출간한 제10시집 『서울특별詩』 시집도 그렇고, 이전의 시집 서너 권 《남한산성 100처 100시》, 《가는 곳마다 예술이요 보는 것마다 역사이다》, 《아름다운 이 나라 역사를 만든 여성들》외 작품집들이 모두 머리가 아닌 발로 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열정을 지닌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집도 역시 그에서 멀지 않은 아주 가까운, 그리고 유사한 열정이 빚어낸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시집은 출간되지 않았다. 이는 시인 특유의 특파원, 기자, 편집자의 달란트가 총집결되어 이루어진 소산이란 점에서 우리가 편히 앉아서 문화적으로 큰 유익을 경험하게 되는 기회를 선물로 받았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의 시인의 열정이 이토록 수많은 독자들에게 엔돌핀이란 감성을 선물하게 됨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평하고 “이 시집은 서울특별시의 문화사업에 관계하는 모든 분들에게도 귀한 자료가 될 듯싶다. 그리고 시를 편협한 곳에 머물게 하여 자유를 잃고 있는 시인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기쁜 마음을 전한다. 이제는 시인들이 시를 가지고 어떤 역할자로 나서야 할 것인가에 대한 아주 특이하고도 애정 어린 고민을 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학문적 혹은 문학적으로 미시적 테마에 천착하여 유희의 대상으로만 치부하기엔 독자들이 너무 멀다. 그 책임은 여전히 시인들에게 있음을 부인하지 않기를 바란다. 왜? 시인들의 영혼이 지나치게 빈궁한 상태에 이르거나, 순수성을 잃고 방황하거나, 한량의 오두막집이나 기웃거리며 스스로 내적 멋과 에너지를 잃은 까닭이다. 그런 시인들이라면 홍찬선 시인의 열정과 문화를 사랑하는 그 삶에 관심을 갖고 배우기를 자청한다면, 아마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시집 『서울특별詩』의 대표 시 소개

 

1) 시인이 되자

 

가을에는 시인이 되자

풀벌레 귀뚜라미 세레나데에

며느리 얼굴 고추잠자리처럼 붉히고

한가위 보름달 두둥실 두리둥실

노란 국화 쿠린 은행과 사귀는 속에

 

겨울에도 시인이 되자

새하얀 고드름에 시래기 삭히고

모진 눈보라에도 씨종자 굳게 지키며

꽉 찬 사랑 들꽃으로 흐드러지게 피는 

봄에는 젊음의 시를 쓰자

 

코로나 속에서도 아이는 태어나고

거센 비바람에도 어둠이 물러가듯

사는 게 힘들고 어려울수록 

천 길 낭떠러지에서 한 발 내딛는 용기로

여름에도 믿음의 시를 노래하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리지 말고

따듯한 마음 푸근한 살림 전하는 

사시사철 시인이 되자

거짓과 탐욕에 휘둘리는 가짜가 아니라

참과 양심에 우러나는 진짜 시인이 되자 

 

2) 서울광장

 

서울광장에는 삶이 있다

널찍한 대청마루에 두둥실 떠오른

파란 보름달을 맛보며 어슬렁거리는

느긋한 자유로움으로 

사랑의 삶이 퐁퐁 솟고

 

서울광장에는 문화가 숨 쉰다

121개 분수 사이로 아이들이 무더위를 식히고

하얀 스케이트장에선 추위를 뜨겁게 달구며

고향장터가 열리고 록, 드럼 페스티벌과 

공연예술제를 즐기는 문화가 꽃 피어

  

서울광장에는 역사가 살아 있다

고종이 대안문大安門 앞에 만든 도로와 광장이

3.1대한독립만세운동과 6.10민주항쟁으로 

2002 월드컵 붉은악마 응원함성으로 이어져

배달겨레를 한 마음으로 만든 역사가 서리고  

 

서울광장은 미래를 꿈꾼다

자동차에게 교통광장으로 내주고

사람은 땅 밑으로만 다니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지고

삶이 아름다워지는 멋진 미래가 다가온다

 

3) 인사동

 

인사동의 시간은 

들쭉날쭉 흐른다

별 볼 일 있는 사람은 느긋하게

별 볼 일 없는 사람은 종종걸음으로

아인슈타인에 앞서 걷는다

 

인사동의 나이는

제 멋대로 먹는다

삶 맛 아는 사람은 맛갈스럽게

삶 맛 모르는 놈은 퍽퍽하게

갈지자 맘대로 오고간다

 

올 때마다 다른 모습 보이는

인사동은 인생판,

어떤 극본을 짜는지

별 볼지 못 볼지

삶 맛 알지 모를지 

 

그 사람이 그리는 대로

숨김없이 보여준다

빠짐없이 드러낸다

 

4) 해방촌에 뜨는 해

 

오늘도 해방촌에는 달이 뜬다

해방의 고통을 안고 태어나서

해방의 꿈을 바라며 살아가는 곳

 

목멱木覓산 남쪽 기슭 해방촌은 

아픈 역사를 기쁜 미래로 만들어 간다

 

고려 때 원元과 

조선 때 왜倭와   

대한제국을 강탈한 일제와

6.25 전쟁 후 미국의 군대가 주둔했던 곳

 

해방 후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전쟁을 피해 온 피난민들과 

농어촌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이 

사연을 벽돌 삼고 고통을 흙벽 삼아

비탈에 눈물로 일군 삶의 터전!

 

지금은 그 사람들 대부분 떠났고

해방촌교회와 보성여중고와 신흥시장이 

그날의 사연을 말없음표로 이야기하고

108계단이 경성호국신사를 증거하고 있는 곳! 

 

역사의 때를 벗고 

젊은 예술문화의 옷을 입고 있는 

해방촌에 오늘도 해가 발갛게 뜬다 

 

5) 운수 좋은 날

 

올바른 마음을 지키며 사는 게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헐떡이게 힘든 것은 

시대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창의문 밖 인왕산 오르는 길, 

부암동 무계원(武溪園) 부근에 

보일 듯 말 듯 어처구니없게 놓여 있는 

현진건 집 터, 표지석이 

시인의 아픔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죽은 것보다

일제에 항거했던 처절한 삶이 

친일의 떵떵거림 속에서 

나날이 잊히는 게 더욱 고통이라는 것을

 

빈처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무영탑 흑치상지로 대한사람의 얼을 

일깨우려다 불쑥불쑥 치미는 울화통에   

마흔 셋에 요절했다는 것을 

 

이육사 한용운 윤동주와 함께 

죽을 때까지 일제에 항거했던 그가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지웠던 그가

그토록 힘들게 살았다는 것을

 

부암付岩동 목인박물관 목석원 부근의

현진건 집 터라는 표지석이 

시인의 외로웠던 삶처럼 

잘못된 시대의 아픔을 전해주고 있다.

 

시집 『서울특별詩』의 대표 시 소개

 

1) 시인이 되자

 

가을에는 시인이 되자

풀벌레 귀뚜라미 세레나데에

며느리 얼굴 고추잠자리처럼 붉히고

한가위 보름달 두둥실 두리둥실

노란 국화 쿠린 은행과 사귀는 속에

 

겨울에도 시인이 되자

새하얀 고드름에 시래기 삭히고

모진 눈보라에도 씨종자 굳게 지키며

꽉 찬 사랑 들꽃으로 흐드러지게 피는 

봄에는 젊음의 시를 쓰자

 

코로나 속에서도 아이는 태어나고

거센 비바람에도 어둠이 물러가듯

사는 게 힘들고 어려울수록 

천 길 낭떠러지에서 한 발 내딛는 용기로

여름에도 믿음의 시를 노래하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리지 말고

따듯한 마음 푸근한 살림 전하는 

사시사철 시인이 되자

거짓과 탐욕에 휘둘리는 가짜가 아니라

참과 양심에 우러나는 진짜 시인이 되자 

 

2) 서울광장

 

서울광장에는 삶이 있다

널찍한 대청마루에 두둥실 떠오른

파란 보름달을 맛보며 어슬렁거리는

느긋한 자유로움으로 

사랑의 삶이 퐁퐁 솟고

 

서울광장에는 문화가 숨 쉰다

121개 분수 사이로 아이들이 무더위를 식히고

하얀 스케이트장에선 추위를 뜨겁게 달구며

고향장터가 열리고 록, 드럼 페스티벌과 

공연예술제를 즐기는 문화가 꽃 피어

  

서울광장에는 역사가 살아 있다

고종이 대안문大安門 앞에 만든 도로와 광장이

3.1대한독립만세운동과 6.10민주항쟁으로 

2002 월드컵 붉은악마 응원함성으로 이어져

배달겨레를 한 마음으로 만든 역사가 서리고  

 

서울광장은 미래를 꿈꾼다

자동차에게 교통광장으로 내주고

사람은 땅 밑으로만 다니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지고

삶이 아름다워지는 멋진 미래가 다가온다

 

3) 인사동

 

인사동의 시간은 

들쭉날쭉 흐른다

별 볼 일 있는 사람은 느긋하게

별 볼 일 없는 사람은 종종걸음으로

아인슈타인에 앞서 걷는다

 

인사동의 나이는

제 멋대로 먹는다

삶 맛 아는 사람은 맛갈스럽게

삶 맛 모르는 놈은 퍽퍽하게

갈지자 맘대로 오고간다

 

올 때마다 다른 모습 보이는

인사동은 인생판,

어떤 극본을 짜는지

별 볼지 못 볼지

삶 맛 알지 모를지 

 

그 사람이 그리는 대로

숨김없이 보여준다

빠짐없이 드러낸다

 

4) 해방촌에 뜨는 해

 

오늘도 해방촌에는 달이 뜬다

해방의 고통을 안고 태어나서

해방의 꿈을 바라며 살아가는 곳

 

목멱木覓산 남쪽 기슭 해방촌은 

아픈 역사를 기쁜 미래로 만들어 간다

 

고려 때 원元과 

조선 때 왜倭와   

대한제국을 강탈한 일제와

6.25 전쟁 후 미국의 군대가 주둔했던 곳

 

해방 후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전쟁을 피해 온 피난민들과 

농어촌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이 

사연을 벽돌 삼고 고통을 흙벽 삼아

비탈에 눈물로 일군 삶의 터전!

 

지금은 그 사람들 대부분 떠났고

해방촌교회와 보성여중고와 신흥시장이 

그날의 사연을 말없음표로 이야기하고

108계단이 경성호국신사를 증거하고 있는 곳! 

 

역사의 때를 벗고 

젊은 예술문화의 옷을 입고 있는 

해방촌에 오늘도 해가 발갛게 뜬다 

 

5) 운수 좋은 날

 

올바른 마음을 지키며 사는 게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헐떡이게 힘든 것은 

시대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창의문 밖 인왕산 오르는 길, 

부암동 무계원(武溪園) 부근에 

보일 듯 말 듯 어처구니없게 놓여 있는 

현진건 집 터, 표지석이 

시인의 아픔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죽은 것보다

일제에 항거했던 처절한 삶이 

친일의 떵떵거림 속에서 

나날이 잊히는 게 더욱 고통이라는 것을

 

빈처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무영탑 흑치상지로 대한사람의 얼을 

일깨우려다 불쑥불쑥 치미는 울화통에   

마흔 셋에 요절했다는 것을 

 

이육사 한용운 윤동주와 함께 

죽을 때까지 일제에 항거했던 그가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지웠던 그가

그토록 힘들게 살았다는 것을

 

부암付岩동 목인박물관 목석원 부근의

현진건 집 터라는 표지석이 

시인의 외로웠던 삶처럼 

잘못된 시대의 아픔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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