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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귀천’ 골목 깊숙이 자리 잡은 음식점 ‘지리산’이 돈에 밀려났다.

얼마 전부터 문 닫힌 지리산을 철거하기 위해 가림막을 쳐 놓았는데, 며칠사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놀부집 같았던 지리산 한옥이 사라지니,

그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천도교 중앙대교당'의 서쪽 면이 훤하게 드러난 것이다.

다시 신축건물이 들어서면 볼 수없는 진귀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왼쪽에는 박정희정권 때 세운 수운회관이 천도교당을 위협하듯 내려다보고 있는데,

수운회관 건물은 이곳에 들어설 수 없는 높이의 건물이었다.

역사의 흐름을 증언하는 두 건물이 대비를 이루고 있으나, 돌이켜보면 참 혼란스러운 역사였다.

천도교중앙교당은 일본인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기도 했으나,

기울어 진 교세와 함께 건축물의 가치까지 기울어진 셈이다.

 

그런데, 지리산이 철거된 자리에는 어떤 건물이 들어설까?

이곳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천도교 중앙대교당은 다시 가려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점점 변해가는 인사동의 현실이 암담할 뿐이다.

하기야! 인사동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게 바뀌는 게 세상이치가 아니겠는가?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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