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선생의 ‘고요_존재는 고요하다'전이 후암동 'KP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가 열리는 지난 19일, 서초동 한정식선생 댁을 찾아갔다.

해가 바뀌어 인사차 들린다는 것이 차일피일 하다, 전시 소식을 듣고서야 부랴부랴 찾아 나선 것이다.

선생님을 모시고 전시장에 같이 갈 생각에서다.

 

모처럼 찾아 뵙게 되었는데, 이마에 반창고를 붙이고 계셨다.

며칠 전 침실에서 넘어져 이마를 다쳤다는 것이다.

피도 많이 흘리고 몇 바늘이나 꿰맸다며,

갤러리 지하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전시장은 못 간다고 하셨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댁을 나왔으나, 눈길이 미끄러워 가까운 식당도 걷기는 무리였다.

선생님 시키는 데로 차로 이동하여 ‘늘봄 웰봄’이란 식당에 간 것이다.

 

오찬 자리에서 산문집과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번 전시는 제자인 이일우씨가 기획한 전시로

그 동안의 ‘고요’ 전시에서 보여주지 않은 추상적 작품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 번도 못 본 작품이라 더 궁금했다.

 

선생을 모시고 식당을 나섰으나,

간단한 계단에서도 머뭇거리시는 걸 보니 계단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것 같았다.

아무튼, 새해에는 건강도 회복하시고, 더 좋은 일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을 모셔다 드린 후, 전시가 열리는 'KP갤러리'로 갔다.

전시장 입구에 ‘고요’라는 제목이 붙었는데,

옆에 걸린 작품에서는 고요를 뛰어넘는 침잠 속 진동 같은 것이 느껴졌다.

 

선생께서 평생 추구해온 ‘고요’란 사진미학의 정수는 모르는 분이 없으나

이번 전시는 분명 한 수 위였다.

 

선명하게 흐르는 멈춤에는 봄버들 물오르는 그 파르르한 떨림같은 것이 감지되었는데,.

고요 속에 밀려 나오는 팽팽한 긴장감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추상이건 공상이건, 폭풍전야 같은 그 순간이 바로 고요의 경지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정적 속으로 한 없이 끌고 가는 블랙홀 같았다.

 

이 전시는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선생이 놓친 것을 제자가 찾아낸 것이었다.

무슨 전시든 기획자 능력에 따라 격이 달라진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한정식선생의 ‘고요_존재는 고요하다’전은 3월 3일까지 열리니,

틈나시면 꼭 한번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KP갤러리 주소 / 서울 용산구 소월로2나길 12(후암동 435-1번지) B1

전화 / 02.706.6751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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