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포항 장기장 가는 길에 울산 태화장에 들렸다.
태화장은 30년 전까지 울산일대에서 가장 컸던 ‘울산장’의 흔적을 가장 많이 간직한 장이다.
옛 울산장은 상설시장인 중앙, 성남, 우정시장으로 쪼개졌다가 대형마트 출현으로 시들해졌다.
이 틈새를 파고들어 생겨난 것이 바로 태화 오일장이다.
10년 전에 생겨 점차 규모를 키워오다, 이제 근동에서 가장 큰 오일장이 되었다.
큰 광장이 없는 태화장은 장날이면 찻길가와 골목 전부가 장터로 변한다.
대로나 이면 도로를 가리지 않고 빈터만 있으면 물건을 펼쳐놓았는데,
시장 중앙에서 300m 나 떨어진 동강병원까지 뻗쳐 있었다.
태화장은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아 다른 재래시장의 손님이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으로 갈수록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데. 가는 날 역시 사람이 너무 많아 주차할 곳은 물론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곳에도 체온을 체크하거나 손 소독하는 곳도 없었다.
더구나 비좁은 시장 길에 자리 잡은 음식점엔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었다.
아무리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러다 생사람 잡을까 걱정된다.
함께 간 정동지는 사람들에 떠밀려 비좁은 시장 길을 헤집고 다녔으나,
난 외곽을 맴돌며 정동지의 촬영이 끝나기만 기다려야 했다.
동지를 사지로 내몰고 망 보는 격이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물산이 풍부했던 울산의 옛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옛 태화루를 끼고 있어 고풍스런 멋도 간직하고 있다.
좁은 길을 가다 부딪쳐도 시비 거는 사람 없고, 길이 막힌다고 재촉하는 이도 없었다.
“아지매! 좀 팔았소? “밥은 뭇는기요?” 정감 깃든 인사들이 오 간다.
초짜로 보이는 오징어 장수는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오징어요”를 외친다.
허리 아픈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펴지도 못한 채 손님 맞는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오일장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는 장이다.
태화장은 5일 10일에 선다.
돌아오는 길에 태화 강변을 거니는 호젓한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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