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정선 곤드레 산나물축제장은 전국에서 몰려 든 관광객들로 대성황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정선아리랑시장의 주말장과 겹친 17일에 최고 절정을 이루었다는데, 아래 사진들은 18일 오후에 촬영한 축제장 풍경입니다.

축제장에는 청정한 산골에서 채취한 곤드레는 물론 곰취, 더덕, 참나물, 취나물, 황기 등이 넘쳐났고, 산나물을 이용한 각종 향토음식들도 골고루 맛볼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 상인들과 손님들의 즐거운 흥정소리가 이어졌고, 떠돌이 장사꾼 공연단의 장구소리가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습니다. 이벤트 공연장에는 정선아리랑의 애정 편을 극화한 인형극이 첫 선을 보였으며, 주차장에는 각지에서 몰려던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줄을 이었지만 다행히 교통정체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정선아리랑시장 공연장에서는 상인공연단의 정선아리랑 공연과 함께, 투호놀이, 재기차기, 떡메치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들이 이어졌고요...

그 날 축제장에서 만난 박진혜(51세, 서울)씨에게 축제장에 들린 소감을 물어 보았습니다.
"싱싱한 정선 산나물들이 좋아 작년에는 정선장에 세 번이나 들렸어요. 그러나 장터가 너무 혼잡해 올 봄에는 안 올 생각을 했는데, 마침 다른 장소에서 정선 곤드레 산나물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왔지요. 좋아하는 곤드레와 곰취, 참나물을 샀어요. 이제부터 정선아리랑시장에 들려 식사도 하고 공연도 볼 참입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내며 봉지 봉지마다 담긴 산나물들을 양손에 들고, 총총걸음으로 축제장을 빠져나갔다.

 

 

 

 

 

 

 

 

 

 

 

 

 

 

 

 

 

 








정선아리랑시장의 볼거리가 또 하나 늘었습니다.
바로 시장협동조합원으로 구성한, 상인 공연단이 불러주는 '정선아리랑'입니다.

기존 팀들이 불렀던 '정선아리랑' 노래 소리는 꾀꼬리처럼 감미롭긴 하지만 감정이 제대로 묻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새로이 구성한 상인공연단의 '정선아리랑'은 가사에서 드러나는 정선사람들의 한과 애환이 서린, 그 감정이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공연의 속성상 남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기 위한 한계에 부딪치지만, 이들이 부른 '정선아리랑'은 마치 삶의 현장에서 일하다 부르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지난 5월18일에 있었던 주말장 공연에 나온 사회자가 공연단이 결성 된지 오래지 않았다지만, 오래된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오래되면 관성이 붙어, 매번 감정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안정자씨와 김갑순씨의 한 맺힌 노래 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휘어잡았습니다. 바로 이것이 정선아리랑의 맛이고 최고 가치입니다. 상인공연단의 성공적인 출범을 축하드리며, 부디 초심을 잃지 마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상인공연단 명단
안정자, 김갑순, 맹경숙, 최숙녀, 신옥화, 신애선, 안선자, 정정식, 유돈학, 변의애

 

 

 

 

 

 

 

 

 

 

 

 

 

 

 

 

 

 

 

 

 

 

 

 

 

 

 

 

뺑대 틈 사이로 동강할미꽃이 풀 색시처럼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다.
봄비가 내린 지난 29일, 올 해로 여덟 번째 맞은 동강할미꽃 축제가  귤암리 ‘동강생태체험학습장’에서 열렸다.

행사진행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보슬비가 내려, 오히려 동강할미꽃들이 더 좋아했겠다.

그러나 개막식전의 축제장은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한 풍경을 연출했다.
정선군수 후보를 비롯해 도의원, 군의원 후보들 모두 나와 명함을 돌리느라 분주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던 분들도 이날따라 친한 척 했는데, 순식간에 받은 명함으로 주머니가 두툼했다.

후보 난립으로 좀 느긋해진 최승준 군수는 시간이 임박해 모습을 드러냈으나 허리가 더 낮아진 건 마찬가지였다. 
살기좋은  정선을 만들려면 훌륭한 후보를 골라야 하는데, 인물에 대한 정보가 없어 난감하다.

개인별 경력이야 선거홍보물에 나오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후보의 인품이나 사고력, 정선에 대한 애향심 등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제가 늘 모범적인 공무원으로 생각했던 이강승 정선읍장께 물었다.

“곤란한 질문이겠지만 읍장님이라면 누구를 군수로 뽑겠습니까?”랬더니 난처한지 그냥 빙그레 웃으시기만 한다.

그동안 이강승씨를 오랜동안 유심히 지켜보았기에 그 분이 추천한다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강승읍장은 해마다 축제장에 나와도 눈도장 찍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처럼 챙겨,

축제가 끝날 때 까지 관광객들을 상대로 정선홍보에 최선을 다하는 분이다.

그냥 명함이나 건네주는 눈 인사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식사와 술 접대까지 해가며 인연을 맺는다.

지난 정선아리랑제의 길놀이에서는 정선읍 팀 맨 앞에 서서 자랑스럽게 행진하니 내가 더 자랑스럽더라.

참가한 지역민들과 시종일관 어울리며 격려해 주는 모습을 보고 그의 사람 됨됨을 알게 된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어려운 민원이 들어오면 손수 나서서 해결하는 분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이는 책임감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애향심에서 비롯된,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분을 군수로 도의원으로 군의원으로 뽑아야 할 텐데, 정말 걱정이 태산같다.

나 뿐 아니라 많은 지역민들도 마찬가지여서 여지껏 선호하는 정당을 보고 투표했을 경우가 많을게다.

이번 선거는 요행을 바라며 찍을 것이 아니라 후보들 뒷조사를 해서라도 정보를 공유해야겠다고 작정했다.

각설하고, 다시 동강할미꽃 축제 이야기로 돌아가야겠다.
이번 축제부터 동강할미꽃 축제추진위원회 집행부가 바뀌었다. 회장에 최종열, 총무에는 서덕웅씨가 맡게 되었는데,

우선 시간만 메우려는 예전의 집행부에 비해 적극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도중에 중단되다 부활된 어린이 백일장과 그림 공모는 참 잘 한 일로 생각된다. 여기에 덪부쳐 어린이 사진콘테스트나 여러가지 공모를 같이 해 어린이들의 관심을 다양화 시켜야 한다. 어린이들이 바로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상은 가급적 많이 주어 모든 어린이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안겨주어야 한다. 그들이 성장하여 정선의 문화예술을 이끌어야 하고, 그들이 정선을 문화예술의 고향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 그림부문의 금상은 초등학교 5학년, 개구쟁이의 사고가 강하게 드러난 수작이었다. .

 

앞으로는 가시적이고 통상적인 행사보다 귤암리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어 체계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연도 가수나 전문가들을 부르기보다 주민들이 가진 장기들을 제대로 찾아내면 그게 더 훨씬 더 효율적이다.

어디를 가나 듣고 볼 수 있는 것보다는 촌스러움 자체를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최성월씨의 정선아리랑 소리는 기존의 앵무새 같은 소리꾼 보다 삶의 애환이 녹아있어 더 호소력이 있다.

그의 춤도 잘 춘다기보다 그만의 개성이 있어 모두들 좋아하고, 그 춤을 본 사람들은 세월이 지나도 그 춤을 잊지 못한다고

들었다.

공연이라기 보다 그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친근감을 주는 자리가 더 오래 기억된다.
머리를 모아 내년 축제부터 전 국민으로부터 관심을 모울 수 있는 작지만 알찬 축제로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홍동주선생을 비롯한 정선아리랑 소리공연단들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개막전 공연이라 그런지 관람객들의 자세도 느슨하다.

 

행사장에 필요한 새끼를 꼬고 있는 귤암리 어르신

아랫만지골 최영규씨가 누구를 주려는지 동강할미꽃 화분을 챙겨온다.

                                                       귤암리 노장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날 따라 군수님의 허리가 더 낮아졌다.

                                             최종열 축제추진위원장께서 축제선언과 함께 인사말을 하고 있다. 

                                        거짓말 좀 보태, 개막선언에 따른 박수소리가 만지산에 메아리를 남겼다.

서덕웅 총무의 결의에 찬 표정이다.

                                                               김현숙 군의회의장께서 축사를 하고 있다.

                            환경부장관께서 보낸 자연생태우수마을 지정서를 군수께서 귤암리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귤암리 어르신들이 행사 진행과정을 지켜 보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 우선 소주라도 한 잔 해야겠다는 어르신들

                                                                 음식 장만하느라 바쁜 귤암리 부녀회 회원들

 

                                            부얶에서 술국 한 그릇 얻어, 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만지골 김익수씨

청년회원들이 음식 배달하느라 분주했다

                                              관광객들에게 "더 필요한게 없냐?"며 이강승읍장이 묻고있다.

                        귤암리는 장수마을이다. 윗만지골의 나중근씨(오른편)는 올 해로 아흔 둘인데도 밭 일을 하신다.

                                                          김익수씨가 김형태씨에게 한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최종열 축제추진위원장의 콧날이 만지산 살팔봉을 닮았다

                                                  어린이들을 위해 고구마, 감자를 구워 그냥 나누어 주고 있다.

                                            정선아리랑시장의 산나물 가게 주인께서도 동강할미꽃 사러 오셨네.

                                                  동강할미꽃을 심고있는 이강승읍장. 작업복 입고 오셔야지...

                                   해 마다 야생화를 전시해 주는 사진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뭐가 저리 좋은 일이 있을까? 항상 웃고 살아야 장수하니까...

부시맨처럼 생긴 옷바우골 신승철씨(57세)는 아직 총각이다

                                                              빨래처럼 걸린 현수막들이 백일장 수상작이다.

                                                                 동강체험학습장은 곳 곳에 볼거리가 많다

                                        소프라노 남수정씨가 열창하고 있다. 드레스 색갈이 동강할미꽃을 닮았다.

 

                                                             가랑비를 맞어가며 공연을 지켜보는 관광객들

                                                              귤암리 농산물들을 판매하는 귤암리 부녀회원들

                                                        봄비를 피하느라 모두들 본부 천막 속으로 피난오셨네.

                                                                      점차 공연 열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 신나는 장단소리가 들리시죠?

                                  고구려밴드 보컬리스트 이길영씨가 정선아리랑을 록 음율에 실어 들려주고 있다.

                                   귤암리 기둥역활을 하는 분들이 모이셨네. 좌로부터 서덕웅, 최영규, 최종열씨

                                                                 어린이들의 백일장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최종열 위원장께서 너무 대견스러워 어린이의 손을 잡으려 한다.

                                                                 상을 받는 어린이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초대위원장을 지낸 김형태씨에게 최영규씨가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떡 판의 최고 해설가인 최영규씨가 유모러스한 농으로 분위기를 돋구고 있다.

                                                          아! 읍장이나 위원장 떡 치는 솜씨가 막상 막하입니다.

                                             한 어린이가 "나도 떡 한 번 치면 안되요?"라고 물었더니 최영규씨는 

                                                   "애들도 떡치는 걸 배워야 한다"며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 작품이 그림부문의 금상 수상작, 카메라맨 눈이나 렌즈에 비친 동강할미꽃이 돋보인다.



제8회 정선 동강할미꽃 축제가 오는 28, 29일 양일간 정선읍 귤암리 소재 동강생태체험학습장 일대에서 열린다.

동강할미꽃 축제위원회는 이 기간 마을안길 할미꽃심기, 짚풀공예, 목공예, 떡메치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비롯 학생백일장 우수작 빨래줄 전시와 동강생태 사진전시회를 선보인다.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 고구려밴드, 소프라노 남수정 등의 문화공연이 이어지며 정선한우 국밥 등 전통 토속음식이 먹거리로 제공된다. 이와 함께 관광객을 위해 정선의 청정 농특산물 판매장도 마련된다





 

                                               이 사진들은 두번째 벌목날, 동행한 아내(정영신)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앞만 보고 달리던 작업에 드디어 제동이 걸렸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병실에 갇힌 지금에서야 모든 상황을 되 돌아보게 되었고, 이번 사고의 원인과 입원하기까지의 과오를 뉘우치며 반성문을 쓰게 된 것이다. 자연을 해쳤고, 비록 자신의 몸이지만 인간의 신체를 학대한 것에 대하여...

지난 달 정선 만지산 ‘사진굿당’의 벌목 작업을 시작했다.
만지산에 들어 온지 15년이 넘었지만, 자연스러운 환경을 좋아하는 탓에 가능하면 주변의 자연환경에 손대지 않고 살았다.

그러나 산골에서 살아가는 이웃의 생각은 달랐다. 나무를 잘라 집 주위를 트이게 하라는데, 어느 날 최종대씨가 찾아와 말했다.
“작가님! 저 상수리나무 베어야 합니다. 강풍에 넘어지면 큰 일 납니다.”
사실 나도 그 상수리나무가 눈에 걸렸다. 예전에는 그림 같이 잘 생긴 소나무 사이로 떠 오르는 일출을 방안에서도 내다볼 수 있었는데, 20m 높이로 자란 상수리나무가 그 기막힌 풍경을 막아버렸다. 이젠 주변 잡목들까지 더해 입구를 음습하게 만든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상수리나무부터 잘랐다. 워낙 덩치가 커 나무에 톱날이 끼이기도 했고, 톱날이 망가져 정선 읍내를 오가느라 나무 한 그루 베는데 온 종일 걸려야했다. 그리고 경사진 위치의 불편한 자세에서 기계톱을 들고 뒤로 넘어지는 실수도 했다. 머리 위를 스친 톱날이 모자를 갈기갈기 찢었는데, 정말 식은땀 흐르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 후 11월 2일, 정선아리랑시장 촬영으로 아내와 동행하여 나머지 잡목들을 잘랐다. 아내가 도와주려 나섰으나 사양했다. 나는 남들이 도와주는 것을 싫어한다. 도움에 따른 심적 부담도 따르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마무리를 감안할 때, 좀 늦어도 혼자 하는 것이 마음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성격을 아는 아내인지라 잘라놓은 나무들만 낑낑대며 마당으로 옮겼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 날 몸살을 앓아 하루 종일 일손을 놓아야 했다.

지난 11월 14일 다시 정선을 찾았다. 정선아리랑시장에서 관광객들이 줄어드는 비수기를 맞아, 향토음식 뷔페시범운영을 마무리하며 시장을 위해 고생한 분들에게 식사 접대하는 자리를 만든다기에 찾아 간 것이다.

전날 아침 일찍 귤암리에 도착해 남은 나무들을 자르기 시작했다. 밭에서 콩대를 실어 옮기던 최종대씨가 다가와 담배나 한 대 피우고 하란다. 담배를 부쳐 물며 "주변에 상수리나무는 많은데, 왜 도토리가 하나도 없냐?"고 물었더니 올 해는 농작물이 풍년이라 도토리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토리는 흉년에만 열려 농민들의 보릿고개를 메워준다는 말인데, 아마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없는 악천후를 도토리가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최씨는 “혼자 벌목하다 나무에 끼여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충고를 던지고는 다시 경운기 시동을 걸었다. 그 말을 남기고 출발한 지 얼마지 않아 갑자기 비슷한 사고가 일어 난 것이다.

 

기계톱으로 큰 잡목의 밑 둥지를 잘랐는데, 앞쪽으로 넘어져야 할 나무가 칡넝쿨에 걸려  왼쪽 발등에 떨어진 것이다. 발이 어스러지는 통증에 비명이 튀어나왔으나, 더 난감한 것은 나무둥지에 눌린 발목이 빠져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발을 빼내려고 몸부림칠수록 고통만 더 커져갔다.
“창수 아버지~”라며 목이 터져라 불렀으나 “탱~탱~탱~탱~“하는 경운기 소리만 멀어져 갔다.

꼼짝 못한 채 나무에 붙들려 있어야 했는데, 그 충격적인 고통도 시간이 갈수록 마비된 것처럼 감각이 무뎌졌다. 이런 저런 걱정을 하다 ”그래 발가락 쯤 없어도 사진 찍는 데야 지장 없겠지, 차라리 장애자등급이나 받아 자동차 운행에나 덕 좀 봤으면...“하는 방정을 떨기도 했다. 힘이 빠져 땅바닥에 퍼져 앉아 나무둥지에 끼인 발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꼬챙이로 신발 밑의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다행히 발에 약간의 틈이 생겨 신발과 양말을 둔 채, 발목만 간신히 뽑아 낼 수 있었다. 마치 피지처럼 납작해 진 발가락과 시퍼렇게 변한 발등에 놀라 병원을 가려 했으나 잡목들이 길을 막아 차를 빼 낼 수 가 없었던 것이다. 아픈 발을 질질 끌며 나무를 다 치우고 나니 서서히 어둠이 밀려왔다.

정선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엄지발가락의 뼈는 완전히 어스러졌고, 주변 인대 손상도 많았단다. 젊은 의사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엄지발가락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빨리 큰 병원으로 옮겨 수술 받아야 한다며 소란 떨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내일 정오에 시장에서 한 시간 쯤 일 하고 가야하니 응급조치와 깁스만 해 달랬으나 "무슨 일이 자기 몸보다 더 중요하냐"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틀 날 정선아리랑시장으로 촬영하러 나갔다. 정선시장 소식을 전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에 앞서 시장사람들이 어울려 서로 격려하며 정을 나누는 모습들을 기록하려는 사진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행사장의 상황은 예상을 빗나갔다. 사람들이 몰리는 장날을 피한 탓인지 노점상 할머니들은 보이지 않았고, 관광객들이 대부분의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지나친 집착과 고집을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목발에 의지하여 절뚝거리며 촬영은 했으나 내가 찾는 정경은 만날 수 없었다. 갑자기 목표에 대한 긴장감이 풀려 허탈해지니 발등은 더 아파왔다.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정신없이 차를 몰아 왔는데, 내부순환도로에 접어들자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변속하느라 다친 발로 크라치를 반복해서 밟았더니 진통이 몰려와 입술까지 떨리기 시작했다. 도착한 즉시 병원에 입원하였고, 그 이틀 날 뼈를 고정시키는 핀 두 개를 박았다. 하반신 마취가 덜 풀려 좀 몽롱한 상태였지만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는 아내의 얼굴을 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사고에 대한 미안함보다 병원비 청구서가 눈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실 침대에 노트북을 올려 아내에게 올리는 반성문을 쓰게된 것이다.
“미련하고 고집불통인 이 늙은 중생을 굽어 살펴 달라”고...

 


 

-이 사람-

 

"장터에 인생을 건 이윤광씨"

 

 

 

 

사람이 살면서 한 곳에 꽂혀 이 것 저 것 생각하지 않고 오직 한 가지 일에만 인생을 거는 경우가 가끔 있다. 

특히 학자나 예술인, 체육인들에서 많이 찾을 수 있는데, 대개 각 지향점의 가치나 경제력을 포함한 주변 여건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어지기도 한다.  정선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상인회장 이윤광(54세)씨가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는 타고 난 장사꾼이다.
정선시장에서 장사 했던 부친(이석도씨)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장돌뱅이들과 함께 자랐다고 한다.

고등학생 시절 방학이 되면 다른 지방에서 물건을 구해 와 장사를 하기도 했고, 대학 가는 대신 중고화물차를 사달래서는 그 차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남보다 일찍 세파에 부딪혔다. 대를 이어 장꾼으로 나선 그는 타고 난 부지런함에다 세상 잇속을 일찍 알아차려 재물도 꽤 모았다. 20대 후반부터 방범대장, 청년회장, 상인회 번영회장 등을 지내며 정선에 대한 애향심을 키워왔는데, 정선이 처한 현실과 다른 지역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정선아리랑시장이 나아가야 할 나름의 비전도 갖게 되었다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 없이 일어 설 수 있는 자립형 시장을 위한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구매로 원가를 절감하거나 자체 개발상품으로 수익을 증대하는 등 시장살림살이에 푹 빠져 산다. 그리고 농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협업형 시장을 만드는 일이나 정선특산물을 모두가 믿고 살 수 있는 진품(眞品)만을 위해, 그 감시하는 일만도 바쁘다. 지난 정선아리랑축제의 길놀이에서는 상인들로 구성한 보부상단을 만들었는데, 친근감과 더불어 다양한 재미를 이끌어내어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기도했다. 그의 기획력이나 추진력을 가늠할 수 있는 한 사례였는데, 보부상단의 엿장수로 분한 그의 광대적 연기력도 만만찮았다. 

 

이윤광씨는 협동조합 사무실이 아니면 늘 시장과 공연장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제 정선아리랑시장이 전국에서 성공한 시장으로 자리 잡아 이사장으로서 폼도 좀 잡을 만 하지만, 항상 작업복차림으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시장에 공연이 있을 땐 직접 나서지 않고 사람들이 없는 뒤편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문제점들을 파악하기도 한다.

“진짜만 살아남습니다”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주인이 먼저 변해야 한다며 상인들을 설득하고 함께 걱정해 주며, 상인들의 단합에도 지대한 공을 들인다. 그러한 친화력은 상인대학, 워크샵 등에 눈코 뜰 사이없이 바쁜 장사꾼들을 두 시간 동안이나 모이게 할 수 있는데서도 잘 드러났다.

정선시장에 있는 이윤광씨 과일가게는 늘 아내인 김금희(54세)가 지키고 있다.
“그 사람은 내 놓은 사람이래요”라는 아내 김금희씨의 말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소수의 이익보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몸 바치는 헌신이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에게도 큰 고민이 하나 있다.
날로 늘어나는 관광객들을 수용하려면 시장을 늘리거나 별도의 할머니 난장을 마련해야 할 텐데, 상인들의 권익에 우선해야 하는 이사장 입장으로서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선시장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중요한 문제점이기에 꼭 해내야 할 일이기도하다. 이대로는 정선시장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으며 성공한 오늘의 현실도 하나의 일장춘몽에 불과할지 모른다. 묘안을 찿아내 상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설득시켜야 하기에, 모두들 힘을 모아 그를 도와주어야한다. 

우리 모두 “정선아리랑시장의 미래와 이윤광씨의 헌신적인 외길 인생에 대하여 건배!”

 

 

사진,글/ 조문호

 

 

 

 

 

 

 

 

 

 

 

 

 

 

 



정선아리랑시장의 장옥을 중심으로, 사방에서 바라 본 시장과 장터 변두리 풍경입니다.

 

 

 

 

 

 

 

 

 

 

 

 

 

 

 

 

 

 

 

 

 

 

 

 

 

 


국악협회 회원으로 모인 놀이꾼들이 평창 워크샵이 끝난 후 정선아리랑시장에 들려

즉흥적으로 신명난 놀이 판을 벌였습니다.
최찬희씨의 사회로 진행된 놀이마당은 국악협회 이명식이사의 태평소가 흥을 주도했습니다.
그리고 박정임, 강지만씨 등 많은 분들이 어울려 좋은 자리를 만들었지만,

정선아리랑을 한스럽고 신명나게 불러준 이수자씨의 소리는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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