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마음의 상처를 북장단에 날리는 최덕화씨


정선시장에서 품바로 신명을 풀어내는 최덕화(63세)씨는 홀아비다.
역마살이 낀 그의 팔자는 30여 년 전, 가족과 헤어지며 떠돌이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때의 아들 둘이 장성하여 가끔 연락은 한다지만, 이산가족 신세일 뿐이다.

평택이 고향인 그는 전국의 장터를 떠돌다, 6년 전 정선에 안착했다.
지금은 정선을 거점으로 대화 등의 변두리 장에 원정을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정선아리랑시장 문화장터에서 신명 푸는 일로 살아간다.
그리고 정선아리랑시장 상인공연단의 일원으로 사물놀이 팀에 합류하기도 한다.

여기저기 나서다 보면, 그의 본업인 엿 장사는 잠시 접어야 하지만,
장사보다 신명을 풀어내는 시간이 훨씬 더 즐거운 것을 어쩌랴.
엿을 팔아 한 달에 150만원정도 번다지만, 돈에 집착하는 성격이 아니라 항상 빈털터리다.
장돌뱅이 아니 품바생활 15년에 남은 것이라고는 북, 장구 등의 악기들과 신명뿐이다.

그러나 보람은 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가위질까지하는 일인다역의 광대놀음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의 신명과 함께 어울리며 즐거워하는 관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백발을 휘날리며 열광적으로 북에 몰입할 때는 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얼~ 시구~ 시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로 시작되는 품바들의 각설이타령은
들을 수 없지만, 그의 신바람 난 북장단이 정선아리랑시장을 흥건히 적신다.

지난 일들을 잊기 위해서라도 혼신을 다해 북장단에 몰입하겠지만,
하루를 끝내고 자리에 누우면 그 허전함과 외로움을 어떻게 달랠거냐?
어차피 부초처럼 떠돌고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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