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이자 빈민운동가인 최인기의 ‘청계천 사람들’ 사진전이 지난 11일부터 ‘갤러리 브레송’에서 개막되었다.




전시된 사진들은 청계천 투쟁의 역사고 최인기의 삶 자체였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며 노동운동에 불을 붙인 전태일 열사가 떠올랐다.
최인기 역시 카메라를 도구로 가난한 청계천 사람들을 지키려 온몸을 던지고 있었다.




사진들을 돌아보니 분노가 치밀었다.
청계천 빈민들 피를 빨아 대통령 자리까지 꿰 찬 도둑놈 이명박의 반들거리는 대갈통을 도끼로 갈기고 싶었고, 오세훈은 밟아 버리고 싶었다.
한 놈은 청계천을 뒤집어 가난한 노점상과 철거민을 내 몰았고, 한 놈은 시민들의 추억과 삶의 공간인 동대문운동장을 허물었다.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설 때마다 죽어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뿐이었다.
그 긴 시간의 긴박한 순간순간을 최인기의 카메라는 놓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본령이 무엇이던가?
약자의 편에서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데 기여해야 하지 않는가.
그는 카메라를 저항의 도구로 활용했다.
핍박받는 노점상을 대변하며, 그들의 삶속에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그가 찍은 모든 것은 사람이 우선이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나쁜 사람이 있을 수 없다.
삼 년 가까이 지켜보았는데, 최인기씨 처럼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어떻게 돌 콩처럼 착해 빠진 양반이 악바리로 맞서는지 모르겠다.




청계천은 최인기씨가 청소년기를 보낸 고향 같은 곳이다.
아버지는 청계천에 있는 출판사에 다녔고, 어머니는 신 평화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셨다고 한다.
그가 살았던 삼일아파트의 옥상과 복도는 그들의 놀이터였다.




도시를 돈으로 보는 돈 벌레들이 빈민들의 삶은 물론 최인기씨의 유년기 추억마저 송두리째 앗아갔다.
권력에 눈깔이 뒤집혀 청계천을 완전히 갈아엎은 것이다.
그에 맞선 최인기는 더러운 세상을 갈아엎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위한 사회’를 부르짖으며 '기록하는 빈민운동가'로 나선 것이다




원로사진가들이 찍은 오래된 청계천 판자촌 사진들이 지나치며 눈으로 찍은 사진이라면,
노무라 목사의 청계천을 이어받은 그의 사진은 빈민들 속에 들어가 온 몸으로 찍었다.
그 사진들은 청계천이 바뀌는 과정부터 핍박받는 모습까지 하나의 일지처럼 담아 낸 청계천 저항의 역사다.




사진치유자 임종진씨는 최인기의 ‘청계천 사람들’사진집 서문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청계천 사람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형상들은 아마도 치열한 빈민운동가이자

단호한 어조로 인간의 존엄성을 전하고자하는 최인기의 존재적 의미의 기호이자 발원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예술이라는 미학적 표현의지를 타고 넘어 너나 할 것 없는 인간의 실존적 가치를 전하는 사람으로서

소소한 이들의 삶 안으로 들어가는 최인기의 시선은 늘 사람이 우선이고 가장 최선이다.

그럼으로 최인기의 사진은 정녕 사람이요 삶이다.“




최인기씨는 “저는 이 사진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불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편하지 않음을 통해 이 공간에 대한 의미를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합니다”고 말한다.




난, 사진가 보다 빈민운동가로서의 최인기를 더 좋아한다.
난, 사진보다 최인기의 따뜻한 마음을 더 좋아한다.

사진으로 사회를 바꾸려고 싸우는 그 투지를 좋아한다.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20일까지 이어진다.




청계천사람들, 삶과 투쟁의 공간으로서의 청계천
최인기 사진집

펴낸 곳 : 리슨투더시티
270페이지, 가격 35,000원



전시가 개막된 11일 오후6시에 들린 전시장에는 사진인보다 그와 함께 한 분이 더 많았다.
노점상을 비롯하여 ‘민주노련’ 사람들이라 성함을 잘 모른다.



아는 분이라고는 73년부터 76년까지 청계천 사람들을 기록하여 ‘노무라 리포트’를 펴낸 노무라 모토유키,
노점상대표 우종숙씨, ‘빈곤사회연대’ 윤애숙씨, ‘동자동사랑방’ 전도영씨 뿐이고,
사진가로는 김남진관장을 비롯하여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 ‘사진하는 공감아이’ 임종진대표,
사진가 엄상빈, 김문호, 안해룡, 김영호, 이세연, 곽명우, 김 헌, 안미경, 이광숙씨가 고작이다.




노무라 모토유키선생과 임종진, 우종숙씨 등 내빈의 축사와 최인기씨의 인사말을 들은 후

뒤풀이 장소인 ‘충무해물탕’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가지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뒤풀이 비용을 모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뒤풀이 장소에서 최인기씨를 말하는 이규상씨의 열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역시 이규상씨는 술이 한 잔 들어가야 투사적 기질이 나오더라.

사진, 글 / 조문호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초대전으로 열린 엄상빈의 ‘두만강을 건너간 사람들’이
지난 12일 오후3시 일산 ‘애니꼴’에서 개막되었다.



사진가 엄상빈씨를 닮았다. 20여 년 후의 모습같다.



일산인데다 첫길이라 정영신씨 똥차를 끌고 갔더니, 고급 승용차 속에 끼어들기 남세스러웠다.
전시장엔 축하객이 얼마나 많은지, 갤러리 개관 후 최고의 관객동원이 아닌가 싶었다.





반가운 사진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작품을 살펴보니, 마치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졌다.
정치 이데올로기에 희생되어 온 한민족에 대한 울분이 치밀었기 때문이다.






동포들의 얼굴에 억측 서럽게 살아 온 흔적이 역역했지만, 따뜻한 인간애가 흘렀다.
문명 이기에 물든 우리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순박한 모습이었다.
물론, 오래된 사진들이라 지금은 생활상이 다소 바뀌었겠지만,
달아빠진 서울사람들 같이 빤질거리진 않을 게다.






난, 사진을 돌아보며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다시 절감했다.
남한바닥이야 구석구석 안 가본 데가 없으나, 연변은커녕 삼팔선도 넘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녘 땅을 밟지 못한 자가 나 뿐은 아니지만. 한 민족이 서로 나 몰라라 사는 현실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하기야! 요즘은 개인주의가 극에 달해 가까이 사는 이웃끼리도 닫고 사는 현실이니, 더 무슨 말을 하랴!






난, 사진가 엄상빈씨가 두만강 변을 기록해 온 걸 전혀 몰랐다.
지인들 전시회나 경조사에는 빠지지 않고 들리는 바쁜 분이 언제 저렇게 귀중한 사진을 찍어 놓았는지 존경감이 일었다.
그동안 속초 아바이마을 사람을 비롯하여 동해안 비무장지대 등 분단과 통일문제에 천착해 온 줄은 알았으나,

연변의 조선족 기록은 짐작도 못했다.






그는 2001년 속초에서 취항한 동춘호를 타고 연변조선족자치주를 처음 방문했다고 한다.
그 이후 수차례 연변을 방문하며 연변의 시장과 농촌마을 그리고 조선족 학교를 담아왔단다.





그의 눈에 인상 깊게 박힌 것은 차창 밖으로 힐끗힐끗 보이는 두만강이었다고 한다.
엄상빈씨에게 보인 두만강은 민족 분단의 상처를 안고 흐르는 슬픈 강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에게는 유행가 제목처럼 ‘눈물 젖은 두만강’으로만 각인되어 있다.
얼마나 우리 동포의 한이 서린 강이었으면, 눈물에 젖었겠는가?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연변 동포의 애환이 절절이 배인 강이다.





그가 보여 주는 두만강은 우리민족의 비애가 흘렀다.
그렇지만, 그의 시선이 머문 사물 하나하나가 모두 정겨웠고, 사람들 표정마다 살가웠다.
동포를 대하는 사진가의 애착과 따뜻한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그 사진들을 보며 든 생각은 오로지 통일뿐이었다.
더 이상 민족을 갈라 놓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치밀어 올랐다.

"오! 통일이여~어서오라"






사진평론가 최연화씨 사회로 시작된 개막식에서는

연변에서 온 오인철 기자가 엄상빈씨에게 축하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두만강변 사람들'사진집에 서문을 쓴 인류학자 한상복씨와
사진집을 출판한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도 차례대로 축사를 했다.






사진집 제목도 전시명 처럼 ‘두만강을 건너간 사람들’이라 정했으나 탈북자를 연상시켜

‘두만강변 사람들’로 갑자기 제목을 바꾸게 되었다는 뒷얘기도 들려주었다.






애니꼴 정인영실장의 갤러리 소개에 이어 작가 엄상빈씨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두만강 변을 드나 던지 길게는 20여년의 여정이고, 짧게는 4박5일에 불과했지만,
자신에게는 애환이 담긴 훈춘이었다며, 간절한 통일의 염원을 사진에 담았다"고 했다. 



 

이 날 참석한 분은 김보섭, 박찬원, 이기명, 박찬호, 강제훈, 김봉규, 양시영, 남 준, 오현경,
제이안 리, 김용철, 장경석, 김지연, 한선영, 임성호, 양시영, 곽명우, 장 숙, 김 원, 김유리, 권 홍
안미숙, 정영신, 성윤미씨 등 성함도 잘 기억나지 않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사진, 글 / 조문호




두만강변 사람들 / 엄상빈 사진집
-연변 조선족 동포와 두만강의 20년 전과 후
 눈빛 / 180쪽 / 값 25,000원
































































 




충무로 상권이 을지로를 비롯한 주변지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와 사진을 대표한 충무로였지만, 요즘은 밤만 되면 한산하단다.



 


지난 11일 충무로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김남진씨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술 한잔하자며 630분까지 갤러리로 오라기에, 전시 오프닝이 있는 줄 알았다.



 


전시장에 들렸더니, 박승만, 송석우, 정휘동씨 삼인전이 열렸는데, 작가들은 보이지 않고 반가운 분만 여럿 있었다.

오늘 오프닝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어제였다며 오늘은 술 한 잔 하기 위해 모였단다.




 

먼저 전시된 사진부터 돌아보았다.

박승만씨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사용했던, 사물에 대한 존재 이유를 나름으로 해석하고 있었고,

송석우씨는 살면서 겪는 두려움과 트라우마를 정체성의 키워드로 풀어갔다.

바다를 찍어 화면을 분할시킨 정휘동씨는 삶의 공허에 대한 성찰을 드러내 보였다.

젊은이들의 아픔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공통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진 작업에 고민이 많은 분이나, 매너리즘에 빠진 사진가들은 꼭 한번 볼만한 전시였다.




 

이 날 전시장에 모인 분은 브레송김남진 관장을 비롯하여 비움갤러리김상균씨, ‘꽃피다갤러리 김유리관장 등

충무로에서 사진갤러리를 운영하는 세 분이 모여, 의외로 생각되었다.

그 외에도 눈빛출판사이규상씨와 사진가 김문호, 김영호, 이수철씨도 와 있었다.



 


다들 충무로에 있는 중국집 서동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동관은 오랜만에 갔지만, 20여 년 전에는 자주 들린 단골집이다.

삼성카메라클럽에서 현대사진가회로 바뀌며서 옮겼던 사무실이

지금의 해물탕집인 조방낙지 맞은편에 있었기에 종종 들린 것이다.



 


주인도 그대로였지만, 오래된 집기까지 눈에 익었다. 골동품에 가까운 금성에어컨이 아직까지 붙어 있었다.

모든 게 수시로 바뀌는 세태라 반갑기 그지없었다. 오래된 것들은 가게나 물건이나 모두 정겨웠다.



 


요리가 나오기 시작하니 정영신씨도 왔는데, 충무로에서 50여년을 살았다는 손필수씨가 나타났다.

중부거북상조회회장이라 적힌 명함을 돌렸는데, 충무로 상권을 살리기 위해 애쓰시는 분이었다.



 


아마, 김남진씨에게 충무로 사진축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자리를 주선한 것 같았다.

그래서 충무로에서 사진갤러리 운영하는 분이 모두 모인 것 같았다.

사진 인들이 힘을 뭉쳐 충무로에 사진바람을 다시 일으켰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때는 충무로가 사진인들의 메카가 아니었던가?

필름현상에서부터 전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들이 충무로에서 이루어졌는데, 사진이 디지털화되며 사진인들 발길이 점차 줄었다,

예전에는 길거리에서 반가운 사진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으나, 요즘은 가뭄에 콩나기 수준이다.



201512월 이해선사진상을 수상한 구와바라 시세이선생과 함께한 김한용선생, 오른쪽은 윤주영선생

 


충무로 사진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돌아가신 김한용선생 이야기가 나왔다.

그분이 누구인가?

한 평생을 충무로에서 광고사진을 위해 몸 바친 분이다.

선생께서 사용하신 연구소 자체가 우리나라 광고사진의 역사며, 충무로 역사다.



 20147월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 이명동선생 개인전에서.. 좌로부터 김한용, 정범태, 이명동선생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집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웃으시던 선생의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

그러나 선생께서 세상을 떠나시며 건물이 매각된다는 이야기를 오래전에 들었는데,

김남진씨 말에 의하면, 45억에 팔려 철거되었고, 이미 신축건물 완공이 목전에 있다는 것이다.

예상은 했으나 막상 현실로 닥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20147월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 이명동선생 개인전에서.. 좌로부터 최봉림, 김한용, 강운구, 이명동, 한정식선생

 


그런데 서동관식사비를 손필수씨가 모두 계산해 버려 부담스러웠다.

그 밥 값을 위해서가 아니라, 충무로 사진축제를 비롯하여 충무로가 다시 사진의 메카로 발돋움하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자리가 파하여 김남진씨가 생맥주 한 잔씩만 더 하자지만 사양했다.

통풍으로 맥주는 못 마시지만, 과음하면 숨이 가빠 가급적 자제하는 편이다.




 

집에 돌아왔으나, 사라진 김한용선생 스튜디오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일찍 서울시에 청원을 넣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상황이 어떻게 진행 되었는지 살펴보려, 이튿날 아침 다시 충무로에 나갔다.





큰 길 가의 건축물은 마무리 중이었고, 선생의 스튜디오가 있던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꿈의 공장은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 곳에 있던 집기나 장식물은 다 어디 갔는지, 한참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김한용선생께서 임종할 무렵에 스튜디오가 있었던 골목길


 

그 곳은 광고사진의 대부이신 김한용 선생께서 60여 년 동안 희망을 키워온 꿈의 공장이며,

우리나라 광고사진의 요람이었다.

선생의 사진 속에는 추억의 스타들과 함께한 추억이 있고, 우리나라 산업 발전사가 담겨있다.

사실, 그 건물은 서울시에서 구입해 광고사진 박물관으로 영구 보존해야 했다.



 


돈 앞에는 역사고 인륜이고 모두 무너지는 현실이 너무 슬펐다.

이제부터라도 사진 인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

사진가들의 권익을 찾는 것은 물론, 우리 사진의 역사는 우리가 지키자.

 

사진, / 조문호

    

















김한용 선생의 모습이 담긴 사진 몇 장을 찿아 보았다.


2016년 5월29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김한용선생께서 운명하신 해 겨울, 충무로 스튜디오를 찾았다.

굳게 닫긴 정문 앞에는 낙엽만 딩굴었는데, 김남진,이규상, 엄상빈씨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정영신


20147월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 이명동선생 개인전에서..

20147월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 이명동선생 개인전에서 장사익씨와 환담을 나누는 김한용선생

20133월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홍순태선생 개인전에서..

좌로부터 주명덕,강운구,이완교,황규태,홍순태.김한용,구본창,한정식선생

20133월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홍순태선생 개인전에서..

김녕만씨가 찍은 사진으로  왼쪽부터 윤세영, 권태균, 김남신, 이완교, 조문호, 강운구,

황규태, 송영숙. 민병헌, 홍순태, 김한용, 주명덕, 한정식, 구본창, 박영숙, 최봉림씨



 





지난 15일 '눈빛출판사' 창립 30주년 기념전이 열리는 강남 ‘스페이스22’에서,

두달 전 뉴욕에서 세상을 떠난 전 AP통신 기자 김천길(1929-2018)선생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김천길선생은 1950년 한국전쟁부터 1987년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생생한 현장을 카메라에 기록해 왔다.

평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민주항쟁 촬영 현장에서 몇 번 뵙고 인사드린 적이 있다.

그 당시는 사진기자들이 제일 부러웠다. 생활이나 필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신 사진기자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김천길선생의 명성은 익히 들었던지라, 멀리서 보아도 찾아가 인사드릴 정도로 존경하는 분이었다.

그 뒤 흐르는 세월 속에 서서히 기억에서 멀어져 갔는데, 갑작스런 눈빛출판사 이규상씨의 부고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한 것이다.






마침 '눈빛출판사' 창립30주년에 맞추어 선생의 추모식을 갖는다기에 찾아 갔다.

그 날 따라 가야 할 전시오프닝과 겹쳐, 추모식만 참석하려 했으나,

전 로이터통신 사진기자였던 정태원씨 이야기까지 듣느라 바쁜 걸음 쳐야 했다.






그날 오후4시에 열린 김천길 선생 추모식에는 이규상대표를 비롯하여 고인의 차남인 김구철씨,

전 사진기자 정태원, 이창성, 전민조씨와, 현 사진기자로는 한겨레 김봉규씨만 찾아왔다.

눈빛의 안미숙 편집장, 사진가 엄상빈, 양시영, 곽명우씨 등

10여명이 모여 고인의 영전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빌었다.






고인의 차남 김구철씨의 장례 보고와 후배 사진기자들의 고인에 대한 회고가 있었다.

김천길 선생의 사진집 ‘서울발 사진종합’이 20여년 전에 '눈빛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나,

아쉽게도 절판되어버려 유족과 재출간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추모행사 후에는 한국현대사의 역사적 현장을 목격하고 기록해 온 전 로이터통신 정태원 기자의

‘역사 현장과 삶의 기록’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그 이한열열사의 마지막 모습을 남긴...

흥미진진한 비화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었으나, 시간이 지체되어 안절부절 했다.

아쉽게도, 전 동아일보 전민조기자의 ‘오늘의 기념사진’ 강연은 듣지 못했다.






귀중한 사진과 더불어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 주신 김천길선생께 다시 한 번 머리숙여 추모한다.
먼 이국 땅이지만, 편안히 영면하소서! 

 

사진, 글 / 조문호







오는 20일까지, '스페이스22'에서 사진책 450여권 선보여

2018년 11월 11일 (일) 23:32:30정영신기자 press@sctoday.co.kr

우리시대의 꾸밈없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어두운 사회 현실을 다루는 사진들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 사장되기도 빛을 보기도 한다. 고통 받는 현실을 기록하며, 한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순간에도 그 누군가는 사진으로 시대를 증명하고 있다.


30년 동안 오롯이 한국의 근현대사 기록사진을 출판해온 ‘눈빛’이 지난 7일 대안공간 ‘스페이스22’(지하철 강남역 1번출구)에서 창립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와 북페어, 강연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선 눈빛출판사가 출간한 사진책전종과 사진가들의 원판사진, 눈빛아카이브가 수집한 사진, 구와바라 시세이, 정태원, 권주훈, 엄상빈, 전민조, 장숙, 변순철씨등 20명의 ‘눈빛’사진집 표지로 쓰인 사진과 미 군정기 외국인이 찍은 코닥크롬 컬러사진 10점도 전시 되었다.




▲ 눈빛출판사대표 이규상, 편집장 안미숙 Ⓒ정영신


그리고 혼신의 힘으로 한길을 걸어온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씨가 한국사진의 개요를 정리한

‘지금까지의 사진 – 한국사진의 작은 역사 1945~2018)’도 출간했다.

이 책은 현대사진의 경향과 흐름, 역사적 맥락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으로 80여명의 사진가 작품과 작가소개 등의 리뷰를 정리했다.


▲ '눈빛,한국사진의작은역사 1988-2018'이규상엮음 책표지 (사진제공:눈빛)


1988년 사진전문출판사로 시작한 ‘눈빛’은 지금까지 700여종의 책을 출판했다.

눈빛출판사는 미술평론가 정진국선생의 제의로 이규상씨가 편집장,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가 사장 겸 편집인,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유명한 여균동 감독이 주간을 맡아 1988년 설립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발간한 책은 프랑스 사진가 크리스 마커가 1958년 북한사회를 기록한 <북녘 사람들> 사진집이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이규상 대표와 부인인 안미숙 편집장, 그의 딸 이솔과 성윤미씨가 직원의 전부다.



▲ 눈빛출판사 자료모음중에서 Ⓒ정영신   


▲ 눈빛출판사 자료모음 Ⓒ정영신


수지타산을 따지지 않고 새로운 사진과 숨은 사진가를 쉬지 않고 발굴해 온 ‘눈빛출판사’는 가난한 사진가들의 든든한 언덕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이미 검증된 사진가의 책을 내기보다는 이름 없이 묻혀 작업하는 사진가들의 사진을 찾아내 책을 만들어왔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역사를 바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초심으로, 한권 팔아 다음 책을 준비하는 어려운 여건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안미숙 편집장은 “사진집은 사진가의 의도를 집약해 보여줄 수 있는 사진출판의 꽃이다”고 말하며 “이미지로 읽은 책이 사진집인데, 우리나라는 활자위주의 교육에 치우쳐, 이미지를 해석하거나 읽어내는 훈련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700권의 책은 80%이상이 사진 관련이고, 나머지는 미술이나 문화 관련 책들이다.

안미숙 편집장이 추천한 책은 8.15해방부터 여수. 순천사건, 6.25전쟁까지 역사적인 순간을 담은 사진집으로,

외세와 남북한 냉전으로 이어진 해방직후의 역사적 민족사를 기록한 이경모선생의 <격동기의 현장>이다.

그리고 골목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겼던 김기찬선생의 <골목안 풍경>과

한 평생 서민들의 모습을 담아 온 최민식선생의 <휴먼 선집>도 꼽았다.

지금은 세 분 다 고인이 되셨는데, 작가와의 인간적인 교류 속에 책을 만들어 행복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씨는 사진기술서가 전부였던 사진출판 분야에 현대사진의 이론을 소개하고,

30년 동안 역량 있는 새로운 작가를 배출하여 다큐멘터리 사진의 부흥을 일으킨 장 본인이다.

작가주의로 치닫는 사진가의 권위나 형식주의 사진에 선을 그으며, 기록으로서의 사진을 선별해왔다.

열악한 환경에서 평균 한 달에 두 권의 사진 책을 펴내며, 지속적으로 숨은 사진을 찾아낸 것이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특히 눈빛출판사가 시리즈로 선보인 ‘눈빛사진가選’은 잃어버린 풍경을 기록한 사진을 중점적으로 출간하고 있다.

지금까지 59권을 펴낸 ‘눈빛사진가선選’은 한국사진의 대표시리즈로 발돋움시킬 야심찬 계획이다.

시대적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책임감이 큰데, 언젠가 좋은 책은 독자가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 ‘눈빛사진가선善’사진책전시 Ⓒ정영신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사진으로 보는 대한민국 100년사 1919-2019’ 자료수집에 몰두하고 있는 이규상대표는

“사진 책으로 멋진 사옥을 짓는 꿈은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며,

‘눈빛출판사’가 걸어온 지난 30년을 디딤돌 삼아 앞으로 30년, 300년이 번창할 수 있기를 소망 한다”고 말했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창립30주년 기념전은 강남역 1번 출구 미진프라자빌딩 22층 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한국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사진집을 모두 만날 수 있는데, 전시 기간에는 최고50%에서 20%까지 활인 판매 한다고 한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그리고 아래는 전시기간 중 대안미술 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강연 일정이다.


11월 10일(토)

오후 2시- 3시 30분 / '대항매체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 / 김성민 경주대 교수

오후 4시- 5시 30분 / 내가 바라본 격동한국 반세기 /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11월 13일(화)

오후 4시- 4시 50분 / 나와 아바이 마을 30년 / 사진가 엄상빈

오후 5시- 5시 50분 / 세계 속의 한국 사진 / 사진평론가 최연하

11월 15일(목)

오후 4시- 4시 20분 / 전AP통신 사진기자 김천길선생 추모행사

오후 4시 30분- 5시 20분 / 역사의 현장에 선 사진가 / 사진가 정태원

오후 5시 30분- 6시 20분 / 오늘의 기념사진 / 사진가 전민조

11월 17일(토)

오후 2시- 3시 30분 / 눈빛과 한국현대사진 30년 / 사진평론가 진동선

오후 4시- 5시 30분 / 인문학으로서의 한국사진의 지평 / 사진평론가 이광수


전시문의 : 대안공간 스페이스22 (02-3469-0822)


▲ 사진과 책이 전시된 모습 (사진제공:곽명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일부 유명작가의 사진집이야 다른 곳에서도 나왔겠지만, 많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작품들이 빛도 보지 못한 채 사장될 뿐 했다.

그것은 한국사진 역사이기 전에 우리나라의 역사가 아니던가?



 


사진관련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눈빛출판사가 태어 난지가 올해로 30주년이 되었다.

창립 30주년 기념전 및 북 페어가 지난 7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지하철 강남역 일번출구에 있는 미진프라자 빌딩 스페이스 22’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그동안 '눈빛출판사'가 출간한 사진 책과 사진가들의 작품, 그리고 눈빛아카이브가 컬렉션한 사진들이 전시된다.

격동의 한국 50년을 기록한 구와바라 시세이, 이한열 열사의 주검을 포착한 정태원, 아바이마을을 찍은 엄상빈,

서울을 기록한 전민조씨 등 눈빛사진집 표지로 쓰인 20인의 사진과 대표작 1점씩이 전시되고,

미군정기의 외국인이 찍은 코다크롬 컬러사진 10점도 전시되었다



 

 


특히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지금까지의 사진-한국사진의 작은 역사 1945-2018’ (이규상 엮음·사진)도 펴냈다.

한국사진사에 대한 개요조차 없었던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80여 명의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며,

한국 현대사진의 경향과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발행한 책이다.



    

 

눈빛출판사는 그동안 700여권의 사진관련 서적을 펴냈다.

2014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58종을 발행한 '눈빛사진가선'은 기성, 신인 구분 없이 사진 완성도 중심으로 제작된

한국사진의 오늘을 보여주는 대표 사진집 시리즈다.






그리고 '눈빛아카이브'로는 격동한국50’, ‘개화기와 대한제국’, ‘골목안 풍경전집, ‘꿈의 공장‘, ’내 마음 속의 한국‘,

노무라 리포트 청계천변 판자촌 사람들‘, ’미군정 3년사‘, ’북아메리카 인디언‘, ’사진이 다 말해주었다‘. ’신동삼 컬렉션‘,

일제 강점기‘,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 ’판문점과 비무장지대‘, ’한국의 보도사진‘, ’한국의 장터‘, ’한국전쟁‘,

휴먼선집 최민식사진집등이 있다.

   


 



출판된 책들은 대부분 팔리지 않고 제작비만 많이 들어가는 사진집이다.

그것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다큐멘터리 사진집 중심으로 책을 만들어 왔는데, 이규상씨가 돈 많은 독지가도 아니다.

3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했으나, 아직까지 조그만 사무실에서 월급 주는 직원이라고는 성윤미씨 한 사람 뿐이다.

그의 아내인 편집장 안미숙씨와 딸 이솔 양이 직원의 전부다.

거의 가내공업 수준에서 평균 한 달에 두 권의 책을 만들어 왔다는 것은 소명의식에 의한 투지만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사진에 맥락을 부여해 세상에 소개하는 보람으로 견뎌낸 것 같다.



 


그것도 내달라고 기다리는 사진이 아니라, 숨어있는 사진을 일일이 찾아내어 사진의 역사를 정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역시 가정을 꾸려가며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한 권 만들어 팔면 다음 책에 몽땅 쏟아 부었으니, 사는 형편이야 보나 마나다.

책 낼 돈이 없어 장인께 가계수표를 빌렸다는 이규상씨 회고담은 듣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팔리지 않는 줄을 알면서도 좋은 사진만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하는 그의 열정과 집념이 이루어 낸 억척스러운 결과다.

창고에 쌓여있는 사진집 보관료도 여간 아닐 것이다.



 


돈 많은 사진가들이야 자비로 책을 만들 수도 있겠으나, 가난한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어찌 사진집을 만들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눈빛출판사가 없었다면 이름 없이 사라졌을 사진가들은 물론, 쓰레기로 태워진 필름도 수두룩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이야 그렇다치고 사진인 조차 사진집을 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끔 사진가들의 서재를 들여다보면, 외국사진가들의 수입 서적은 잔뜩 꽂혀 있으나,

국내에서 출판된 사진집은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자칫 우리사진보다 외국 사진을 더 좋아하는 사대주의로 비칠 수도 있는데, 우리를 모르고 어찌 남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사진의 정체성을 잃고, 외국 사진 흉내나 내는 지경이 된 것이다.



 


이규상 대표의 청년시절은 문창과를 나온 문학도 였다는데, 출판도 중요하다는 선생의 말에 따라 열화당에 들어갔다고 한다.

미술서적을 많이 내던 그곳에서 서서히 시각예술에 눈을 뜨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조세희의 사진 산문집 침묵의 뿌리도 한 몫 했다고 한다.

한국 사진이 아름다운 풍경이나 찾아다니던 시기에, 삶의 어둠을 조명하는 사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열화당을 그만 둔 이규상씨가 정진국, 여균동, 이영준 씨와 어울려, 1988년 무렵 광화문에 출판사를 차렸는데,

 첫 출판물이 프랑스 사진가 크리스 마커가 기록한 '북녘 사람들' 사진집이었다.

이어 미군정기,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분단문제 등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기록한 국내외 사진을 발굴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이경모, 성두경, 이형록, 김천길, 김기찬, 최민식, 황규태씨'눈빛'을 거치지 않은 국내 사진가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창립 30주년 기념전 및 북페어가 개막된 지난 7일에는 김지연씨의 사회에 따라 구와바라 시세이, 윤주영, 정태원, 박현수씨가

차례대로 나와 축사를 했고, ‘눈빛출판사안미숙 편집장과 이규상대표도 인사말을 했다.

마지막에 나온 엄상빈씨가 출품작가의 양해를 받아 냈다며, 전시된 작품 일체를 눈빛출판사에 기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날 참석한 분은 전민조, 오상조, 김보섭, 김남진, 성남훈, 구본창, 김문호, 안해룡, 강제훈, 김봉규, 이주영, 아레아 박, 이한구,

박종우, 이순심, 한금선, 정영신, 이재갑, 장 숙, 이규철, 제이안 리, 김영호, 정진호, 이은숙, 박성태, 마동욱, 곽명우, 하지권, 남 준,

김 헌, 한선영, 곽대원, 김경수, 정명식, 김유리씨 등 이름도 알 수 없는 많은 사진인 들이 '눈빛출판사'의 창립30주년을 축하했다.


    

 



그러나 사정이 있어 참석치 못한 분도 있겠지만보이지 않는 사진가들이 너무 많았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도, 잘 못되어가는 사진계를 향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마음 꼬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원로 분들까지 눈치만 보며, 아무도 탓하지 않으니, 어찌 그냥 볼 수 있었겠는가?



 


이 날은 사정상 뒤풀이를 생략한다고 밝혔으나, 어찌 그냥 헤어질 수 있겠는가?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나, 한 사람 두 사람 술집 북촌으로 모여 들었다.

"부어라~ 마시어라~ 눈빛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사진, / 조문호



 


눈빛출판사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북 페어는 한국 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사진집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다,

최고50%에서 20%까지 활인 판매가 되고 있으니 사진집을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리고 아래는 전시기간 중 대안미술 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강연 일정이오니,

많은 사진인 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1110()

오후 2- 330/ '대항매체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 / 김성민 경주대 교수

오후 4- 530/ 내가 바라본 격동한국 반세기 /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1113()

오후 4- 450/ 나와 아바이 마을 30/ 사진가 엄상빈

오후 5- 550/ 세계 속의 한국 사진 / 사진평론가 최연하

 

1115()

오후 4- 420/ AP통신 사진기자 김천길선생 추모행사

오후 430- 520/ 역사의 현장에 선 사진가 / 사진가 정태원

오후 530- 620/ 오늘의 기념사진 / 사진가 전민조

 

1117()

오후 2- 330/ 눈빛과 한국현대사진 30/ 사진평론가 진동선

오후 4- 530/ 인문학으로서의 한국사진의 지평 / 사진평론가 이광수

































































































정영신사진


























 

 





사진가 김문호씨의 ‘성시점경’전이 지난 30일 충무로 ‘반도갤러리’에서 개막되었다.


전시된 김문호 사진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병든 영혼의 실체를 보았다.
마약보다 더 무서운 돈에 중독된 자들은 병든 자체도 모르고 살지만,
덜 중독된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냥 세상 돌아가는 데로 관조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사진가 김문호씨가 병들어 가는 그 실체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회 모순과 왜곡된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한 김문호만의 독보적인 사진세계다.
마치 넋 나간 사람처럼 방황하는 군상들을 그만의 어법으로 하나하나 채집한 것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끝장이다”며 날선 비판을 해댄다.
사회를 비판하고 문명을 비판하지만, 결국은 돈에 끌려가는 인간을 비판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살풍경이 펼쳐진 도회지로 나왔다. 하지만 번쩍이는 것들만 많고 빛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우리 사회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최악의 지표들,

청년실업, 최저임금, 노인빈곤, 살인적 노동, 가계부채, 자살률, 무엇보다 일상화된 부패와 갑질....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쏘다니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내내 ‘헬조선’, ‘이생망’ 같은 몹쓸 단어들이 떠나지 않았다.”

고 그가 말한다.





그동안 ‘온 더 로더’(2009)와 '새도우'(2013)를 지나

이제 '성시점경'으로 한 차원 높은 다큐멘터리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다.





전시장에는 30점이 걸렸지만, 그간의 작업들을 사진집으로 묶어냈다.

‘눈빛출판사’에 발행한 성시점경(盛示點景) IN THE CITY 김문호 사진집엔

80점 (168쪽 양장, 33,000원)이 실려 있고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의 인터뷰 글이 실려 있어,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의 작품들은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강렬한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 전시는 9월 5일까지라 서둘러야 볼 수 있다.





세상은 돈 맛에 눈먼 영악한 자들이 장악한, 가짜가 판친다.

사진판도 마찬가지다. 그는 원로에 가까운 베테랑 사진가지만, 아웃사이더다.
한마디로 낙동강 오리알이다.
줄 서지 않고 고개 숙이지 않는데다, 바른 말까지 해대니 미운 털 박힌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사진가가 그 흔해 빠진 상한 번 받지 못하고,
대표적인 기획전에서도 항상 밀려났다.
끼리끼리 해 먹던 예전에는 눈이 어두워 못 본 것인지,
학연이나 인맥이 없어 의도적으로 따돌렸는지 모르지만,
판이 바뀐 요즘에도 관습에 젖어 못 본채 지나친다.






이번 전시가 김문호씨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할 정점인 것 같다.
보는 눈이 있고 듣는 귀가 있으니, 아무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손바닥만 한 국내보다 세계 사진시장이 먼저 알아 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오래 전부터 기다렸던 전시다.
전시 내용은 대략 알았지만, 사진을 비평한 이광수씨나 사진집 출판을 추진한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의 확신 찬 자신감에 나마져 들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전시 개막식엔 늦어 버렸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살지만, 매사 하는 일이 그렇다.
전시장에 도착하니, 파장이라 와인도 한 잔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남은 술 마시랴, 반가운 사람 인사하랴, 작품 보랴, 똥 오줌 못 가렸다.





곧바로 뒤풀이 집으로 정해진 ‘명문해물탕’집으로 옮겼다.


그런데 술 맛이 귀가 막혔다.
안주가 좋아서가 아니라, 좋아 하는 사람들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거들먹거리는 똥파리들이 없어 기분이 좋으니, 술술 넘어갔다.






부산에서 올라 온 이광수교수를 비롯하여 이규상, 이주용, 이규철, 김남진, 성남훈, 양재문, 정영신,

김영호, 석재현, 임종선, 이동준. 국수용, 임성호, 권병준, 강제훈, 이수철, 마동욱, 남 준, 곽명우,

윤길중, 이주영, 김은환, 정장식, 송주원, 권 홍, 박춘화, 성윤미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들이 모였다.





특히 김문호씨와 초창기 함께 했던 ‘사진집단 사실’ 멤버들도 여럿 보였다.
안해룡, 김봉규, 이석필씨가 왔는데, 갑자기 추연공씨가 보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화가였으나 외국통신사 사진기자로도 일했었는데,
그를 못 본지가 20년 가까이 되었다. 마침 술자리에 있던 김봉규씨에게 이야기했더니,
가까운 시일에 자리 한 번 만들겠다고 했다.






골목 맥주 집으로 옮길 때는 이미 많이 취했다.
맞은 편에 앉은, 이름도 모르는 여인에게 주책을 떨기도 했는데, 언제 철들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술이나 처 마시지, 사진도 엄청 많이 찍어놨네.





“좀 지루하더라도 술 취한  찍사들, 표정이나 한 번 봐 주이소.”

사진, 글 / 조문호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의 자당 김영옥씨가 지난 26일 오전 7시10분 노환으로 소천하셨다.
장례식장은 신대방동 ‘보라매병원’ 8호실로,

8월28일 오전5시30분에 발인하여, 강화 선산에 안장되었다.





상주 : 이규수, 이규상, 이규현, 김연옥, 안미숙, 이호종





사진가 김문호씨가 페북에 올린 이규상씨 모친 부음을 접했다.
한 번도 뵙지는 못했으나, 이규상씨의 상심으로 미루어 마음이 찹찹했다.





지난 28일 6시경 정영신씨와 함께 보라매병원 장례식장으로 문상을 갔는데,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 갈 무렵, 하늘을 붉게 물들인 석양이 범상치 않았다.
마치 고단한 이승의 삶을 끝내고 떠나는 아름다운 저승 길인양,
고인을 맞아드리기 위해 하늘 길이 열리는 것 같았다.






빈소에는 상주인 이규수, 이규상씨가 문상객을 맞았는데,
무슨 말로 위안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연세는 구순을 넘겼으며 편안히 눈을 감았다고 해 다소 위안 되었다.





문상객으로 엄상빈, 김보섭, 김남진, 마동욱, 이재갑, 강제욱, 곽명우, 정영신, 김형진, 고정남,

곽윤섭, 유별남, 이규철, 박종우, 임재천, 하지권, 최연화, 이한구씨 등 사진인이 많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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