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2
엄효용展 / UMHYOYONG / 嚴孝鎔 / photography
2019_0711 ▶︎ 2019_0723 / 일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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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711_목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토요일_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반도 카메라 갤러리
BANDO CAMERA Gallery
서울 중구 삼일대로4길 16 반도빌딩 2층
Tel. +82.(0)2.2263.0405
중첩된 이미지 숲을 탐문하는 이유 ● 한 사람의 몸에는 몇 개의 자아가 존재할까? 공적인, 개인적인, 사적인 혹은 규정할 수 없는 또 다른 것일 수 있다. 여러 개의 자아는 중첩과 분할을 거듭하면서 마치 칼집의 칼을 꺼내들 듯 상황에 대처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 대해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모호함으로 궁색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상대는 둔갑술로 우리들을 속이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하나로만 설명이 안되는, 팍팍한 삶의 조건과 대처법이 몇 개의 자신으로 내밀어 보여줄 뿐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하나가 아닌 것에 하나로만 인식하려는 타자의 안이한 욕망과 편리함이 다양한 정체성, 자아를 구속하는 게 아닐까. ●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대전제는 동서고금의 화두다. 진짜를 밝히려는 인간의 부단함은 지칠 줄 모른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대신할 때 우리는 '실존(實存)'이라 말하기도 한다. 본질, 진짜, 실존을 정의하고자 하는 이 지속성은 결국 사진가 엄효용 에게까지 이르렀다. 무던히 차창 밖으로 흐르는 나무의 형상이 어느 날 갑자기 그에게 들이 닥 친 것이다. 작은 화분을 모으는 취미 생활에 그치지 못한 그는,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나무의 이면적 이미지네이션을 규명하게 된 것이다.
엄효용_노을해안로 가이즈향나무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80×142cm_2016
엄효용_담순로 메타세쿼이어 가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80×142cm_2016
엄효용_소월로 은행나무 여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14
엄효용_잠실 한강공원 이팝나무 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19
그의 사진은 의도했건 안 했건, 분명히 나무 그 이상의 나무 혹은 숲을 이뤘다. 100장에서부터 200장에 이르는 사진을 한 프레임에 중첩함으로써 나무의 생물학적 속성을 넘어 고도의 회화성으로 치환 시켰다. 도로 가장자리에서 단상으로 존재하던 나무는 너무 평범하고 익숙한 모습이어서 우리의 관심에서 쉬 멀어질 수밖에 없을 텐데 수십, 수백 그루를 한 그루에 묶어두니 '저건 뭐지'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 작가는 이 사진들을 작업하면서 논리적 의도보다는 정교한 촬영과 후속 컴퓨터 작업을 통해 자신의 작은 숲(리틀 포레스트)을 만들고자 했다. 그 숲은 도시를 중심축으로 자신만의 정원을만드는 과정이었다. 집 안의 작은 화분으로는 감정이입이 어려웠을 것이다. 진짜 숲보다 더 완고한 숲의 정원을 마음에 심고자 했다. 어쩌면 사진가로서 표현의 갈증을 넘어 삶의 중심을 다시 세우고자 한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예술이 자신을 깨우치는 결과물의 흔적인 것처럼, 다중의 자아가 아닌 궁극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의 안내판처럼 엄효용의 사진은 단단하게 서 있다.
엄효용_조정경기장 은행나무 가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40×30cm_2015
현재 그를 찾아 온 도시의 숲 이미지는 불안한 실존의 종착지가 될 수 없다. 예술은 문제점 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영혼을 치유하지는 못한다. 사진가로 살아가는 엄효용에게 오늘의 사진은 완성한 자아도 실존도 아닐 수 있다. 왜냐하면 만약 그렇다면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계속될 것이고 여러 개의 자아처럼 그만큼의 숲을 만드는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 언젠가 그의 손에서 카메라가 사라지고 자신의 눈과 마음이 하나 되어 그리는 숲이야말로 진정 그가 이루려는 숲이다. 그 숲에 가기 전에 그가 가꾼 형형색색의 숲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 육상수
엄효용_죽향대로 메타세쿼이어가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60×45cm_2015
여러해 전 강남역 근처를 지나갈 때 부서지는 햇살 아래 찬란한 하얀 꽃을 품은 가로수들... 그 아름다움도 잠시... ● 나의 뒤통수는 무엇인가에 맞은 충격으로 묵직했다. 왜 그 동안 보지 못했을까? 그 동안 내가 이 길로 다니지 않은 걸까? 이 가로수들은 올해 심어진 걸까? 이렇게 크고 많은 나무들을 보지 못한 걸까? ● 그렇다. 생산적인 행동만이 내 지각의 중심부에 있었고 하얀 꽃이 피어나면 쌀밥을 담아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팝나무는 배경으로 흘려보냈기에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 이전에도 여여하게 우리 곁에 존재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보려하지 않았을 뿐이다. ●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는 자연... 나무, 하늘, 공기... 등을 내 지각의 중심부에 가져올 때 삶의 황홀경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무한반복 되는 평범한 일상에조금 더 민감하게 깨어있을 수 있다면 ● 햇살아래 부서지는 찬란한 꽃을발견할 것이다. ■ 엄효용
Vol.20190711c | 엄효용展 / UMHYOYONG / 嚴孝鎔 /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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