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병태



사진가 김병태씨의 사진전 '더 페이스(The Face)'가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5일 아무런 정보도 없이, 사진가 양재문씨를 만나려 김병태씨 전시가 열리는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을 찾았다.

마침 작가가 자리에 있어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나만 몰랐지 유명사진가였다.

25년 전 케냐에 들어가 사업을 벌인 동포로, 카메라를 잡은 지가 20여년이 된 베테랑이었다.

아프리카 생활에서 느낀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을 그만의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동안 전시한 여러 권의 사진집도 살펴볼 수 있었다. 

‘Wild Emotions’에는 아프리카의 때 묻지 않은 자연에 어우러진 동물의 세계가 절제된 방법으로 포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Black Mist’는 새로운 시각으로 형상화한 아프리카 풍경이었다.

지평선 너머로 점들이 꿈틀거리는 신비로운 초원풍경은 동이 트기 직전의 동물 행렬이라 했다.

희미할수록 자세히 들여다보는 심리는 점으로 이어진 동물의 행렬에 끌려들게 만들었다.

흐릿하고 엷은 한 줄기 빛으로 담아 낸 사진들이 사뭇 원초적이며 몽환적이었다.

첫 번 째의 사진집이 멀리 있는 동물의 세계를 끌어당긴 작업이라면, 두 번째의 사진집은 대상을 밀어 낸 작업이었다.






전시되고 있는 ‘더 페이스(The Face)'는 또 다른 형식의 사진으로 작가의 끈임 없는 창의력을 엿볼 수 있었다.

부조(浮彫)처럼 검은 배경에 사람들 얼굴만 박힌 강인한 인상들이 시선을 압도했다.

흑인들의 얼굴만 부각시켜 그들의 표정에 집중시킨 것이다.

포토샵으로 얼굴을 편집한 줄 알았으나, 검은 복장의 케냐 인들을 검은 배경에 세워 찍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의 표정에 집중시키기 위한 철두철미한 작업 방편이었다.

모델이 되어 준 사람들은 사진가 김병태씨와 함께 생활하는 이웃이거나 가까운 친구라 했다.

낯선 흑인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처럼 웃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는 평범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작가는 그 사람들의 감정을 절제하거나 끌어내어 때로는 기쁨을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사색에 빠져들게도 만들었다.






사진 뒤를 가린 검은 공간은 텅 비어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음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 숨겨진 빈 공간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 무한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묘한 심리적 변화를 일으켰다.

여지 것 아프리카를 주제로 한 대개의 사진들은 이방인의 시각에서 본 장면이었다.

아프리카가 이방인에게 신기하듯, 이방인의 모습과 문명 또한 현지인의 시각에서는 이색적이긴 마찬가지다.

대개의 사진인들이 현지인들의 시각은 철저히 무시하고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찍어 내 보인다.

김병태씨의 사진들은 그런 선입견을 배제한, 기존의 아프리카 사진에 대한 개념 자체를 파괴한다.

대상에 대한 깊은 애착은 그만의 진한 잔향으로 향기를 뿜어낸다.






작가는 인종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은 버려 달라고 한다.

이 작업을 통해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의 여러 감정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인물 작업은 빛을 배제한 어둠 속에서 그들의 기쁨과 고뇌를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02-733-1045)에서 열리는 ‘더 페이스(The Face)'전은 24일까지 이어진다.



글 / 조문호



친구 지간인 양재문씨와 함께한 김병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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