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동자동사랑방’의 2023년 제14차 정기총회가 

지난 15일 오후2시부터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열렸다. 

 

2008년 결성된 ‘동자동사랑방’은 지난 15년 동안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을 펼쳐, 

삭막한 세상에 한 가닥 희망을 안겨주는 없어서는 안 될 마을공동체다. 

 

동자동 주민들은 대부분 가족과 연락이 끊기다 보니, 서로 도와 병원에 함께 가기도 하고, 노숙인들의 쪽방촌 안착을 돕기도 한다.

중요 활동으로는 밥상공동체인 ‘식도락’을 운영하며, 한가위나 어버이날에는 마을 잔치를 벌여 주민들을 위안한다.

이밖에도 비좁은 방에 선반을 달아주거나 정기적으로 마을 청소도 하고, 주민들에게 법률상담을 주선하기도 한다. 

그리고 쪽방에서 돌아가신 어르신을 위해 마을 장례를 치러주기도 한다. 가난하고 외롭게 살다간 망자를 기리며, 

살아 남은자의 권리를 위해 반 빈곤 연대활동을 펼치는 등 평등한 세상을 지향하는 주민모임이다.

 

다만 참여하는 주민이 일부에 불과해 안타까움을 더해 주는데,

이것은 희망을 잃은 주민과 희망을 가진 주민으로 나누어진 동자동의 뼈아픈 현실이기도 하다.

온 종일 방에서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한 채, 죽을 날만 기다리는 주민들이 많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사랑방이라도 들락거리며 활동하는 분들은 건강에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 사람과 소통하므로 외로움의 고통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정기총회도 참석 회원보다 위임회원이 더 많은 것은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 매사에 의욕을 잃어가는 것이라 더 안타깝다.

 

정기총회에는 윤동주 공동대표의 인사에 이어

박승민간사의 22년 정기총회 결과보고와 활동보고 및 재정보고가 이어졌다.

 

이어 김호규 감사의 2022년 감사보고가 상세하게 보고되었다.

예산집행이나 영수증수취와 보관이 완벽하게 처리되었음을 밝혔고,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사랑방의 미래를 함께 꿈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표선출 안은 양정애, 윤용주 공동대표가 연임되었고,

2023년 예산안은 수입 지출 공히 65,500,000원으로 상정 가결되었으며,

선동수간사장의 총회기록보고에 이어 이원영씨 등 외부인사 소개와 인사도 이어졌다.

 

눈에 띄는 사업계획으로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치루지 못한 마을장례를 재개하여 주민들의

조문을 받을 수 있게 하거나,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대외활동에 더 힘을 모을 것을 다짐했다.

 

‘동자동 사랑방’의 발전과 주민들의 밝은 앞날을 위해 힘찬 박수를 보낸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쪽방 사는 손행복씨가 한 달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무리 가는데 순서가 없다지만 처음 만났을 땐

나보다 훨씬 건강했고 세 살이나 적었다.

 

행복하게 살라고 이름까지 행복으로 지었으나 그의 삶은 불행했다.

오죽하면 연고자를 찾지 못해 임종한지 한 달 만에 장례를 치루었겠는가?

 

정선 집이 불탄 일로 실의에 빠져 방구석에만 처 박혀

만나자는 사람이나 전화조차 기피하고 있었지만

손행복씨의 마지막 가는 길은 배웅하지 않을 수 없었다.

 

29일 아침 아홉시에 백제화장터로 간다기에 따라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모이기로 약속한 ‘동자동 사랑방’에 시간 맞추어 나왔으나,

사정이 생겼는지 먼저 가고 없었다.

 

마침 ‘서울역쪽방상담소’ 전익형실장이 찾아와 자기 차로 가자고 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지, 하늘에서 눈물 같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백제화장터에는 ‘사랑방주민협동회’ 김정호이사장과 선동수간사장

조인형씨 등 여섯 명이 와 있었다.

 

시신은 별다른 장례절차 없이 바로 화장하는 줄 알았는데,

다들 ‘그리다’라는 추모공간에 모여 있었다.

 

서울시에서 무연고 빈민을 위해 마련해 둔 추모공간은 처음 보았는데,

세상을 떠난 박원순시장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더라.

 

공영장례장인 ‘그리다’는 연고 없이 돌아가신 무연고 사망자와

장례를 치루지 못하는 빈민들을 위해 서울시에서 마련한 빈소라고 한다.

 

장례의식을 진행하는 담당자 이야기로는 하루에 평균 두 명이 이용한단다.

 

그 곳에 영등포쪽방에서 온 장홍준씨 시신도 같이 안치되어 있었다.

 

다들 식순대로 예를 올리며 먼저 떠난 이를 추모했다.

 

조인형씨는 슬픔을 참지 못해 눈물을 훔쳤으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일 뿐, 고난의 세상을 떠난 자는 편안할 것이다.

 

가진 자는 죽음이 두렵겠지만 아무 것도 없는 빈손들은 홀 가분 할 것이다.

 

부디 차별 없는 평등의 세상에서 편히 잠드시길 빕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윤용주씨의 한국화전이 지난 3일 후암동 천주교회를 장식했다.

전시장엔 이른 시간부터 주민들의 축하 발길이 이어졌다.
‘동자동사랑방’ 선동수 간사장을 비롯하여 조두선, 강동근, 유영기, 이난순씨 등
많은 분들이 작품을 감상하며, 전시를 축하하고 있었다.






윤용주씨는 작품을 돈으로 환산하지 않고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겠다고 했으나.
다들 그냥 가져가지 않았다. 하나 같이 어려운 처지인데도
몇 만원씩이라도 모아 서로 정 나누고 있었다. 이게 사람 사는 맛이다.






여지 것 많은 전시를 보아 왔지만, 이 보다 더 성공적인 전시는 없었다.
이번 전시에 30여점을 내걸었으나 여섯 점만 남았는데,
그마저 가져가기로 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작품의 질이 높고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함께 나누었다는 사실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근사한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들도 한두 점 팔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시장마다 파리 날리는 실정인데다, 전시가 끝나도 작품을 집에 쌓아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용주씨 전시는 달랐다.

단 하루 전시로 이만한 관객이 다녀가기도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전시된 작품들이 모두 주인을 찾아 벽에 걸린다는 사실이다.






모든 작품을 팔아도 큰돈은 아니지만,
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이젠 작가 윤용주 만의 색깔을 찾아 작품의 질을 높이는 일에 정진해야 한다.
또 다른 윤용주씨의 변신을 기대하며,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 글 / 조문호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빈민들의 죽음에 따른 공영장례 지원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가족이 있으면 기초생활 수급자도 제외되고, 운구차와 빈소의 지원도 없다.
서울시의회 공영장례 조례를 계기로 장례의 보편적 복지 의제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존엄한 장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장례시간 3시간에다 장례비용 40만원으로 어떻게 한 사람의 존엄한 마지막을 보장할 수 있겠나?’
서울시의회가 추진하는 ‘공영장례 조례’를 둘러싸고 터져나온 질문이다.
지난 11월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장례를 치룰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 한해, 
공공이 지원하는 조례를 발의해, 18일 상임위 논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실용성 없는 조례”라는 비판도 따른다.
‘2017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7일 오전 10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지원하고 기본적인 장례 절차라도 보장하는 공영장례 조례를 마련할 것과  

공영장례안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사람의 존엄한 마지막을 위해선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조사한 한국인 평균 장례비용은 1443만원이다.
대부분 부조를 받아 장례비용을 충당한다. 그러나 경제력을 갖춘 가족이 없을 땐 사정이 달라진다.
기초생활수급자 유가족에겐 장제급여 75만원이 지원되지만, 시신을 수습하기도 빠듯한 돈이다.






홈리스행동 등 시민단체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1232명인데, 
이들 중 80~90%는 실제로 가족이 있지만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장례를 포기한 경우로 추정한다.
이번 서울시의회 조례는 보건복지부가 노인 돌봄대상자에게 제공하는,
장례서비스 집행기준 범위인 40만원 안에서 지원하도록 정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지게 됐다.
3시간 동안 빈소를 차리기도 어려운 금액이기 때문이다.





30여년 살았던 동자동의 김씨는 지병으로 입원하기 전, 마을 주민들에게 장례를 치러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장례라도 치루어 달라는 호소다.
무연고 사망자인 김씨의 시신은 마을 주민들과 '동자동 사랑방'에서 거두어 장례를 치러 주었다.

동자동의 경우는 '동자동 사랑방'이라는 주민협력단체가 있어 가능했지만, 다른 곳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공영장례에 대한 지원 대상도 논란이다.

이번 조례는 지원 대상을 무연고 사망자와 연고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장애인, 75살 이상 노인인 경우만으로

한정하면서 많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제외됐다.
무연고 사망자는 안치실에서 바로 화장장으로 가는 ‘직장’이라는 방식의 장례를 치른다.
이번 지원 방안에서, 가족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직장’ 이상의 장례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례를 치루려면, 가장 큰 고민이 빈소마련과 운구차 임대인데,
적십자회가 2016년부터 공공운구차 제공을 중단하면서 많은 빈민들이 어려움을 겪고있다.
조례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공공의 빈소와 장의차부터 지원하고, 최소한의 경비는 보장해야 한다.

당신은 이처럼 비참하게 삶을 마감하고 싶나?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사랑방’에서는 한 달에 두 번씩 마을 대청소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이른 아침 무렵의 ‘동자동 사랑방’사무실 앞에는
김정길, 김정심, 김정호, 김호태, 선동수, 유영기, 조인형씨 등 12명의 이웃들이 나와 있었다.
이번이 69회째인 마을 대청소는 강요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나서는 일이라 그런지,
매번 20여명의 적극적인 주민들만 활동하고 있다.

나 역시 늦잠 자는 게으른 탓으로 14개월 만에 두 번째 참여한 것이다.
이 날은 서둘러 나갔으나, 다들 빗자루로 완전무장 한 채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기념사진부터 찍고,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물론 구석에 감추어진 쓰레기들을 쓸어 담았는데,
문제는 맨홀 밑으로 밀어 넣은 담배 꽁초였다.
차라리 그냥 버리지, 왜 맨홀 틈으로 집어넣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지저분한 것을 감추고 싶은 본능인지 모르지만, 흡연자들은 각성해야 한다.
기어히 맨홀에 버릴려면, 차라리 자기 코 구멍에나 쑤셔 넣어라.


사진,글 / 조문호



































요즘 동자동 쪽방 촌 빈민들이 연이어 세상을 등지고 있다.
혼자 어렵게 연명하던 독거들이 스스로 목숨을 재촉한 듯하다.

술로 위안하다 더러는 병원으로 옮겨져 운명하기도 하지만,

외부와의 왕래를 끊은 채 혼자 쓸쓸히 생명줄을 놓는 사람도 있다.

말로만 듣던 독거사가 빈민촌에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오후 무렵, 동자동 ‘식도락’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다는 메시지가 떴다.
급히 지방 갈 일이 있어, 성산동자동차검사장에 있을 때였다.

고물차 불합격 판정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을 즈음이라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래도 철상할 시간까지 도착하기 어려울 것 같았으나, 서둘렀다.

다행히 김정호씨에게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허급지급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이 날의 상주로 나선 김호태씨를 비롯하여

우건일, 김정호, 조두선, 이원식, 선동수씨가 기다리고 있었고,

이난순, 박정아씨는 주방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날은 윤정수(82)씨와 은진기(67)씨, 두 분의 장례식을 치루었고,

김동휘(72)씨는 내일 장례를 치룬다고 하였다.


다들 무연고자라 '동자동사랑방'에서 어렵게 장레를 치루는데,
내일은 정선군청에 약속이 있어 조문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적은 조의금이나마 맡겨두었으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더구나 김동휘씨는 쪽방에서 쓸쓸이 세상을 떠난 분이라,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 드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부디 세상에서 받은 설음과 고통 다 잊으시고, 편히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인생의 막장이라 여기며 들어왔던 동자동은 막장이 아니었다.

매음굴 양동에 대한 오랜 기억과 빈민들의 슬픔으로 비친 쪽방 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곳에 들어오며 희망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그 희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욕망으로 뒤덮인 세상,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이기에 가능했으리라.

물론,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사회운동가들의 땀이 고여 있지만,

연대의 힘이 무섭다는 것도 인생 말년에 다시 절감한다.

 

쪽방 촌 동자동에 있는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7차 정기총회가

지난 18일 오후2시부터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열렸다.

예측대로 회의장에는 160여명의 주민들이 가득 메웠는데,

몸이 아프거나 사정 있는 분들의 위임장도 많았을 것이다.


다들 멋 부린 차림으로 마치 잔치 집 나들이 하듯 모여들었다.

마치 손 꼽아 기다린 듯, 나온 분들의 표정이 밝고 친숙했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고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뀐 그런 표정이었다.

 

2011년 창립된 이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은 412명의 동자동 주민이 협력해,

그들의 쌈지 돈에서 출자한 돈이 2억이 넘었다.

중요한 것은 참여수와 출자액이 해를 거듭할수록 급진전한다는 것이다.

 

우건일이사장을 비롯하여 강동근, 유영기, 조두선, 박정아, 차재설이사,

김호태 이충현 감사 등 임원 모두가 그대로 유임되었다.

우건일 이사장의 리더 쉽, 박정아 교육이사의 끈기, 선동수 간사장의 치밀함을

바탕으로 전 조합원들이 협력하여 이루어 낸 결과였다.


여지 것 많은 정기총회에 참석해 보았지만, 불화의 모습도 많이 보아왔다.

그런 불화들은 대개 개인적 욕심 때문이다. 여긴 다들 싱글벙글 정 나누고 있었다.

이 날 오전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있었던 빵 나눔 행렬의 침울한 표정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물론 그 행렬에는 주민들보다 노숙인이나 외지인이 더 많았지만...

 

정부는 물론 가족마저 방임하는 장례를 치러 주며 어려울 때 대출 해주는 공식적인 일 보단,

절망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에게 이웃과 소통하며 정 나누는 통로를 만들었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불신이 만들어낸 폐쇄적 삶에서 탈출하여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아직까지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 같다.

다 같이 힘을 모아 협력하면 모든 걸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보지 않았던가.

광화문광장을 메워 이룬 촛불의 기적을 말이다.

 

이 날 총회장에는 축하하러 온 인사들도 있었으나, 성공사례를 배우러 온 다른 조합 종사자들도 보였다

하나의 놀이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된 총회는 동자동 주민들 잔치마당 같았다.

총회장을 나오며 받은 두루마리 화장지 선물은 화장지 풀리듯 이어질 행복 인 냥 즐거웠다.

쪽방 촌 동자동이 봄바람으로 들썩인 하루였다.

   

사진, 글 / 조문호































































박근혜정부는 복지공약을 대거 앞세우며 들어 선 부패정권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대부분의 공약은 이행되지 않았고, 그가 내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일명 ‘송파 세모녀법’으로 알려 진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법은 실패했다. 잘못된 개정안이라 실패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전히 가난한 이들이 생계를 비관해 목숨을 끊고 있는 현실이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실패를 방증한다.

더 가증스러운 것은, 박근혜가 당선 다음 날 도시락을 싸들고 창신동 쪽방 지역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을 방문했고, 탄액안 가결 직후엔 ‘시국이 어수선하고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것은 서민의 삶이었다’며 단 한 곳의 사각지대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챙길 것을 당부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쇼 하나는 귀 막히게 한다.

그가 바꾼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복잡하고 까다롭게 만들어, 사각지대를 더 많이 만들었다. 취임 후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경범죄 처벌법을 개정해 구걸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만들고, 부정수급 근절을 방지한다며 부정수급통합콜센터를 만들었다. 온정주의를 표방하며 기초연금 개악안을 통과시킬 때도 ‘더 어려운 노인’을 도와야한다며 상위20%를 제외시켰다. 기초생활수급비도 외관상으로는 높였지만, 여지 것 지급받은 기초노령연금을 수입으로 잡아 공제했으니, 주고 뺏는 것이라며 수혜자들의 반발만 샀다. 실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대통령의 상징적 행보에서 동원되는 것이 가난한 이들이었다.

더구나 청와대의 구체적인 지시로 어버이연합이니 엄마부대가 행동해 왔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때문에 송파 세 모녀가 죽어간다는 주장을 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공방 때문에 기초법 개정안, 이른바 송파 세모녀 법이 통과 되지 않는 다는 주장도 했다. 그들은 송파 세모녀법이 실제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빈곤사회연대와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파 세모녀 3주기 복지 사각지대 피해 당사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생활고로 건강보험료가 체납돼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사각지대 놓인 다양한 사례가 공개됐다.

서울 중계동에 사는 60대 L씨는 2013년 교통사고로 목발을 짚고 다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정부로부터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딸 결혼 후 아내와 이혼하여 홀로 됐지만, 부양의무자인 첫째 딸이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딸이 시집간 후 연락이 닿지 않아 남과 다름없지만 정부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대답 뿐”이라고 말했다. 정신 장애를 가진 30대 A씨는 홀로 살고 있지만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긴급복지지원제도 수급 신청을 거절당했다. 50대 B씨는 노숙기간이 6개월을 넘겨 복지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되었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빈곤층의 여건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다들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석 빈곤사회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2일에도 영등포에서 40대 남성이 실직한 뒤 5개월 간 밀린 월세를 내지 못해 집을 비우기로 한 날 자살했다”며 “여전히 400만명이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송파 세모녀법은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윤영 사무국장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급여 선정기준과 보장 수준을 현실화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미혁 의원은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으로 유형별로 수급자 선정기준이 다층화됐지만, 빈곤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돕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소득인정액 산출 방식을 포함해 제도를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날 증언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김미혁의원을 비롯하여 윤호중의원, 우상호의원, 양승조의원이 나와 인사말을 했고, 빈곤사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와 김윤영 사무국장에 이어 ‘홈리스’의 박사라씨와 이진영, ‘동자동사랑방’의 김호태씨가 나와 다양한 사례를 증언했다. ‘동자동사랑방’에서는 박정아 대표와 선동수 간사, 최남순, 김영진, 한정민씨 등 여러 명이 참여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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