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
요즘, 술 마신 다음 날은 어김없이 방구석 헤 메는 게 습관이 되었다.
살만하면 또 나부대는데, 요즘 술 마실 일이 좀 잦다.
광화문 광장이나 전시장에 가다보면, 당연히 반가운 사람만나 술마시지만,
쪽방까지 찾아와 술 마시게 하는 분들이 종종 있어 즐거운 비명이다.






요즘 감기기운이 좀 체로 가시지 않는데다, 편두성으로 목구멍까지 부어올랐다.
30일은 미디어작가 김도이군이 찾아 와 ‘광주식당’에서 낮술 한 잔 때렸다.
31일은 헤어 디자이너 박정자씨를 만나 순대국집에서 한 잔하고, 노래방까지 따라 갔다.
본래 노래방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목소리도 안 나오지만, 한 번 질러봤다.
‘비나리는 호남선’에서 ‘봄날은 간다’로 지랄발광을 떨었다.
아마 옆에서 보았다면, 진짜 가관이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고 일어나니, 목에다 머리까지 아파 죽겠더라.
오후3시에 광화문 판화전에서 미팅이 있지만, 부도내야 했다.
호빵 두 개를 전기밥솥에 푹 고아 죽처럼 먹고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아니나 다를까 늦어 막에 화가 장경호씨의 전화를 받았다.
왜 오늘 나오지 않냐기에, 아파 못간다고 했더니, 화들짝 놀란 것이다.
아픈거야 한 두 번이 아니지만, 기어드는 목소리를 듣고는 심상찮다고 판단한 것 같다,





좀 있으니 정영신씨가 들이 닥치고, 뒤 이어 정덕수시인을 대동해 장경호씨가 나타난 것이다.
다짜고짜 병원가자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내 몸은 내가 안다며 괜찮데도, 링겔이라도 한 병 맞고 오자는 것이다.
정덕수씨는 덩달아 광화문텐트촌에서 웅크려 자는 것 보다 따뜻한 병원에서 하루 좀 지내자고 하소연했다.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라며, 버텼다.





그런데, 쪽방에 네 사람이 들어 앉으니 꽉 차더라.
오붓한 자리에서 술 한 잔 때렸으면 좋겠으나, 따끈한 뉴스만 전해 들어야 했다.

반질이 사퇴했다는 이야기와 최효준씨가 '서울시립미술관장'이 됐다는 소식이었다.
둘 다 반가운 소식이라 감기가 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더구나 반질반질한 반가 꼬라지 안 보게 되었으니, 속이 후련했다.
늦게나마 꿈에서 깼으니, 천만다행이다 싶다.





이제 괜찮다며, 억지로 돌려보냈다.
다들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나는 행복하다.
쪽방 촌에서 아파도 하소연 못하는 외로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엊저녁 술자리에서 남아 싸온 술국을 데워 밥 한 술 떴다.
하루만 더 쉬면 될 것 같았다.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연이어 마시려면 몸 관리 좀 해야했다.
내일은 동자동 사랑방에서 놀며, 동네 분들 불편한 이야기나 좀 들어야겠다.
정치판부터 바뀌어야 하지만, 마을의 작은 일부터 잘못된 것은 하나하나 바꾸어야 한다.


죽기 전에 바른 세상 한 번 보고 죽고 싶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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