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지 다섯 달 만에 첫 집들이를 했다.
사진가들이나 오랜 지인들이야 몇몇 다녀갔지만, 동네 주민으로는 처음이었다.
돈 생기면 한 턱 쏘겠다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방이 좁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보름 전 박정아님 따라 김정호님 댁에 급습한 적이 있었다.
김정호님 댁은 내방 보다 넓기도 하지만, 술상도 있고 고기 구울 불판도 있었다.
갑작스런 방문이지만 즉석에서 고기구워 즐겁게 마셨다.
주민을 위해 부탁할 게 있어 들렸지만, 견해를 서로 달리했다.
그 자리에서 우리 집들이 날짜를 20일로 정해버린 것이다.
막상 날자가 다가오니 걱정이었다.
모시고 싶은 분은 많은데, 방이 좁아 다 앉을 수가 없었다.
우선 몸이 여린 박정아, 허미라, 김종호, 선동수, 네 분을 모셨다.
방에 다섯 사람이 들어앉은 것도 처음이지만, 방이 꽉 찼다.
술 마시며 말하는 데야 지장이 없었지만, 운신이 힘들었다.
준비한 음식이래야 중국집에서 가져 온 요리 한 접시와
소주 두 병, 맥주 한 병이 고작이었는데, 한 참 잘 못 생각했다.
안주는 남았지만, 술이 금세 비워져 버렸다.
복잡한 틈바구니에서 다시 사오는 것보다, 다음 날 술집에서 제대로 대접하고 싶었다.
더 많은 동네 분들 모셔서 술 대접해야 할 숙제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일단 사는 꼴이야 보여주었지만, 처음으로 방이 좀 컸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방에서 죽어 나갈 작정이었으나, 4층에서 시신 끌어내릴 일도 힘들겠다 싶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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