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사랑방 ‘식도락’은 알콩 달콩, 콩 볶는 사랑 솥이다.
밥 때만 되면 반가운 분들이 웃음 물고 나오신다. 말 없는 표정 속엔 따뜻한 정으로 진득하다.
다들 콩 볶는 재주가 없어 밥만 드시지만, 재주도 없으며 손 발 걷어 부치는 사람이 있다.
달마승 처럼 눈꼬리가 휘어진 김정호님이다. 썰렁한 우스게지만, 정감이 잔득 묻어난다.
난순 주모께 감놔라 콩놔라 하는 것도, 그가 할 수 있는 콩 볶는 재주라면 재주다.
‘식도락’ 구석에 큼직한 화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직 덜 된 그림이지만, 한 번 봐달란다.
스케치에 그친 미완성이지만 자랑할 만 한데, 그려보지 않은 초짜 그림치고는 괜찮아 보였다.
말하려는 내용이나 화면 구도가 꽉 짜여있었다. 한 그루의 고목은 동자동 사랑방 가족을 의미했다.
그는 부지런하기도 하다. 이웃 선반 짜주는 일에서 부터 못하는 게 없다.
그 날도 버려진 고물 핸드폰을 장사치에게 팔아넘겨, 사랑방조합에 건네주었다.
사무실 폐품 정리하는 박정아님을 도와주다 우건일님이 호두과자 한 상자를 내놓으니,
몇 알 챙겨들고는 쏜살같이 ‘식도락’으로 달려갔다. 그 곳에 계신 분들을 먹이기 위해서다.
몇 일전 퇴원하신 김원호님이 뒤늦게 ‘식도락’에 나오셨다.
아직 몸이 불편해 애기 밥처럼 조그만 공기에 담아 드시어, 다들 걱정스레 지켜보았다.
약 챙겨 드리는 허미라님의 손길이 따스하게 전해졌다.
그러다 이웃에 짐 내려야 한다는 우건일님 전갈에 우루루 몰려갔다. 이게 동자동사랑방의 사랑법이다.
콩 볶는 구수한 냄새가 동자동 골목에 진동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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