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자동엔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늘고 있다.
지난 9일과 14일, 20일 등, 2월 들어서만 세분이 돌아가셨다.
다들 창살 없는 감옥같은 단절된 쪽방에서 살다보니,
정확하게 숨진 날자와 사인마저 분명치 않다.






지난 14일 시신을 발견한 김영훈씨는 이제 육순을 맞은 장년에 불과했다.
무슨 가슴 아픈 사연이 그리 많은지 술로 지세다 비명에 가신 것이다.
그가 떠난 빈방에는 술병들만 즐비했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어차피 한 번은 가야할 길이라지만,
떠남을 슬퍼해 주는 가족이 없다는 것이 더 서럽더라.






정대섭, 박수태씨는 수배한 가족이 장례를 치루었지만,
김영훈씨 가족은 시신포기 각서를 쓰고 그냥 갔단다.


‘동자동사랑방’에서 대신 장례를 치러 주긴 하지만,
그들이 떠나는 북망산천 길이 어찌 편하겠는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남의 일이 아니었다.
다음에는 또 누가 떠날까? 내 차례는 언제일까? 온갖 생각이 다 든다.

네팔 카트만두의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내세에 대한 희망이라도 있다지만,
신판 고려장 같은 쪽방촌 사람들은 절망만하다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나처럼, 쪽방 사는 사람들을 식물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생계비로 살아야 가지만, 정부에서 안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주는 만큼 먹고, 먹은 만큼 똥 싸니, 그게 식물인간이 아니고 뭐겠는가?


하기야! 지난 19일, 관악구 쪽방 살던 김씨는 그 혜택마저 받을 수 없어 목메 자살했다.
그런 분에 비한다면, 호강에 받쳐 요강에 똥 싸는 소리라 할지 모르겠으나,
인간답게 살지 못 할 바엔 깨끗하게 떠나는 방법이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좌절해 힘들게 살지 않은 쪽방촌 사람들도 있다.
바로 ‘동자동사랑방’ 식구들이다. 서로 사랑방을 오가며 소통하기 때문이다.
밥 나누고 정 나누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을 원망하며, 먼저 떠난 이들이여!
부디, 저승에서나마 사람답게 사시길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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