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막장이라 여기며 들어왔던 동자동은 막장이 아니었다.

매음굴 양동에 대한 오랜 기억과 빈민들의 슬픔으로 비친 쪽방 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곳에 들어오며 희망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그 희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욕망으로 뒤덮인 세상,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이기에 가능했으리라.

물론,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사회운동가들의 땀이 고여 있지만,

연대의 힘이 무섭다는 것도 인생 말년에 다시 절감한다.

 

쪽방 촌 동자동에 있는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7차 정기총회가

지난 18일 오후2시부터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열렸다.

예측대로 회의장에는 160여명의 주민들이 가득 메웠는데,

몸이 아프거나 사정 있는 분들의 위임장도 많았을 것이다.


다들 멋 부린 차림으로 마치 잔치 집 나들이 하듯 모여들었다.

마치 손 꼽아 기다린 듯, 나온 분들의 표정이 밝고 친숙했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고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뀐 그런 표정이었다.

 

2011년 창립된 이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은 412명의 동자동 주민이 협력해,

그들의 쌈지 돈에서 출자한 돈이 2억이 넘었다.

중요한 것은 참여수와 출자액이 해를 거듭할수록 급진전한다는 것이다.

 

우건일이사장을 비롯하여 강동근, 유영기, 조두선, 박정아, 차재설이사,

김호태 이충현 감사 등 임원 모두가 그대로 유임되었다.

우건일 이사장의 리더 쉽, 박정아 교육이사의 끈기, 선동수 간사장의 치밀함을

바탕으로 전 조합원들이 협력하여 이루어 낸 결과였다.


여지 것 많은 정기총회에 참석해 보았지만, 불화의 모습도 많이 보아왔다.

그런 불화들은 대개 개인적 욕심 때문이다. 여긴 다들 싱글벙글 정 나누고 있었다.

이 날 오전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있었던 빵 나눔 행렬의 침울한 표정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물론 그 행렬에는 주민들보다 노숙인이나 외지인이 더 많았지만...

 

정부는 물론 가족마저 방임하는 장례를 치러 주며 어려울 때 대출 해주는 공식적인 일 보단,

절망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에게 이웃과 소통하며 정 나누는 통로를 만들었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불신이 만들어낸 폐쇄적 삶에서 탈출하여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아직까지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 같다.

다 같이 힘을 모아 협력하면 모든 걸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보지 않았던가.

광화문광장을 메워 이룬 촛불의 기적을 말이다.

 

이 날 총회장에는 축하하러 온 인사들도 있었으나, 성공사례를 배우러 온 다른 조합 종사자들도 보였다

하나의 놀이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된 총회는 동자동 주민들 잔치마당 같았다.

총회장을 나오며 받은 두루마리 화장지 선물은 화장지 풀리듯 이어질 행복 인 냥 즐거웠다.

쪽방 촌 동자동이 봄바람으로 들썩인 하루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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