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없는 지체 장애인 윤용주(54세)씨의 한국화전이
오는 3일 후암동 천주교회에서 개최된다.

동자동에 들어 온지가 13년 된 윤용주씨의 인생은 눈물과 한숨으로 얼룩진 세월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어려운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결실이라 더 아름답다.
아름다운 진경산수를 먹물의 짙고 옅음으로 드러낸 수묵화도 있으나,
대부분 화려한 꽃이 어우러진 채색화가 주를 이루었다.
그가 그려낸 붉은 꽃이 핏빛인양 처연하게 보인 것은,
그림 한 점 한 점에 다시 일어서려는 결기가 엿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IMF가 만들어 낸 희생양이다.
전주에서 건설회사 하청업체를 운영하다 부도나며 비극은 시작되었다.
술로 한탄의 세월을 보내다 가족에게 버림당했고,
서울의 고시촌과 쪽방 촌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기나 긴 체념의 세월은 건강을 돌 볼 여유조차 없었다.
천식과 고혈압, 신장질환, 뇌전증, 폐기종, 당뇨 등 그의 종합병원 수준인데,
몇 년 전 합병증에 의해 혈관이 막혀 다리가 썩기 시작했다.
지난 해만 해도 오른쪽 다리만 절단하였으나,
이젠 두 다리를 모두 잃은 1급 지체장애인이 되었다.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그에게도 한 가닥 희망이 생겨났다.
30대에 상업화가로 활동한 이력을 알게 된 사진가 김원씨가
그림을 그려보라며 사준 화구가 용기를 내게 했다.

20여년 중단되었던 한국화였지만, 그의 집념은 단숨에 세월을 되돌렸다.
한 사람 눕기도 불편한 그 비좁은 쪽방에서 틈만 있으면 붓을 잡았으니,
옛 솜씨가 다시 살아나며 한의 무게까지 입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8월, 제2회 국제장애인미술대전에 출품한 작품이
특선으로 뽑히므로 당당하게 재기하게 되었다.






전시를 이틀 남긴 지난 1일 동자동 ‘새꿈공원’앞을 지나다 그를 만났다.
전시가 눈앞에 닥쳐 할 일도 많을 텐데,
자신의 발 역할을 해주는 전동휠체어가 고장 났다고 했다.
마침 봉사단체와 연락이 닿아 휠체어를 실어 보내고 있었는데,
표정도 밝지만 뚜벅 뚜벅 무릎으로 걷는 걸음에 힘이 실려 있었다.






절망과 희망의 엄청난 차이를 실감하는 자리였다.
인간의 강한 의지 앞에는 몹쓸 병마도 무릎 꿇게 한 것이다.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쪽방사람 모두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는 없을까?

내일은 후암성당에서 열리는 윤용주씨 한국화 보러가자.
다들 윤용주씨의 재기를 축하해주며, 대견한 그의 등 한번 두드려주자.
우리도 그림 한 점 방에 걸어두고, 희망 한 번 싹 틔워 보자.

사진, 글 / 조문호




이 사진은 지난 해 9월 촬영한 사진으로

그 때는 왼쪽 다리도 있었고, 그림을 그리지도 않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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