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청 기분이 좋습니다.
왜냐고요? 추석이거던요.
제사 지나며 한 잔, 가족들 모여 한 잔, 신나 부렀습니다.

새 엄마가 된 정영신이가 바람 쐬러 가자길래 따라 나섰습니다.
밤이 깊으니, 놀이터에 사람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끄럼도 타고, 그네도 타니, 재미가 너무 솔솔하데요.

세상에! 한 살 박이가, 그 나쁘다는 담배도 피웠답니다.
뭐가 좋은 것인지, 뭐가 나쁜 것인지도 모르니까요.

알면 아는 것만큼 그기에 갇히고, 가지면 가지는 것만큼 힘든데,
사람들은 왜 거기에 메달려 전전긍긍하는지 모르겠네요.
가진 것도 없고, 아무 것도 모르는 한 살 박이가 그립습니다.


사진, 정영신 / 글, 조문호
































고향 없는 사람 어디 있고, 가족 없는 사람 있겠는가?
정처 없이 떠돌지만, 명절이 되면 더욱 그리운 게 가족일 게다.
남의 점포 앞에 자리 잡은, 이 중 늙은이는 지금 무슨 생각에 빠져 있을까?
지난날에 대한 원망과 후회로 가슴 아플 것이다.

그에게 위로의 노래라도 불러주고 싶다.

“세상을 원망하랴, 내 아내를 원망하랴.
누이동생 혜숙이야 행복하게 살아다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인생길은 몇 구비냐
유정 천리 꽃이 피네 무정 천리 눈이 오네“

2016,9,14_을지로2가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베터리가 방전된 것 같았으나, 산골짜기까지 출동 서비스를 부르기가 민망했다.


울 엄마 묘지 빌려 준 최영규 댁에 추석 선물 하나 전하러 갔다.

윗만지와 아랫만지는 이웃이지만, 산굽이를 돌아야 해, 걸어가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간 김에 벌초하러 산소에 들렸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혹시나 걱정되어 마당에 말리던 고추를 걷어놓고 온 게 천만 다행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비에 젖은 내모양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

최영규씨에게 서울로 떠날 때, 베터리 좀 연결하자고 부탁해 두고 왔으나,

쏟아지는 소낙비로 차마 부를 수가 없었다.


하늘만 쳐다보며 기다리다, 혹시나 하고 다시 시동을 걸어 본 것이다.

수차례 반복했더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부르릉” 시동이 걸려 주었다.

“얼시구나”하고 쉬지도 않고 냅다 달려왔다.

서울의 정비공장에 갔더니, 베터리를 교체하라지만, 난 어디서 방전되는지 좀 찾아달라고 했다.

방전되는 곳을 찾으려면, 시간은 걸리는데 돈이 되지 않으니 자꾸 교체를 권한다.

하는 수 없이 베터리를 교체하고, 아내 정영신의 전시 때 팔린 작품을 전해주러 인사동에 나갔다,

그런데, 이젠 차 문의 유리가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터널통과하며 매연 마시는 것이야 참을 수 있으나 만약 비라도 쏟아진다면 낭패다.







인사동 ‘허리우드’에서 건축가 임태종씨를 만나 작품 두 점을 건네주었다.

어둠이 몰려오기 전에 정비소로 가야 하지만, 차 한 잔 하자는 임태종씨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

‘아라아트’와 관련되어 건축사무소 문을 닫는 불상사까지 겪은 그인지라.

‘아라아트’ 경매낙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와 헤어져 나오다 몇일 전 어머니 상을 당한 공윤희씨도 만났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고향에 다녀왔다는데, 얼굴이 수척해 보였다.

상대를 배려하는 그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건 아니다 싶다.

언제 위로주라도 한 잔 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이번엔 퇴근하는 전인미씨를 만난 것이다,

여자들이 만나 이야기 나누기 시작하면 길어질까 걱정되었다.

결국 차문 수리는 포기했으나, 오다 보니 불 켜놓고 일하는 정비공장이 하나 있었다.

부품이 없어 안 된다지만 유리만 끌어 올렸는데, 이번엔 형수가 대장암수술을 받았다는 전갈이 왔다.

약수역에서 누님과 동생을 만나 신당동 '송도병원'으로 향했다.

아직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지만, 좋은 결과가 있길 기원했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 형수에 대한 옛 이야기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사진 :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인적 없는 만지산의 밤은 적막했다.
아궁이 앞에 퍼져 앉아, 두 시간 가까이 군불을 지피며 허튼 몽상에 빠져들었다.

비구름에 휩싸여 사위는 온통 시커멓고, 귀뚜라미 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장작불마저 타닥거리며 혀를 날름대니, 마치 귀신이 나올듯한 음산한 분위기였다. ...


옛날, 울 엄마는 아궁이 불 지필 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짐작컨대, 오로지 자식들 걱정 뿐이었을 것이다.

오래 전 읽은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시집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툇마루의 요강 위에 앉아 달을 쳐다보며, 난 언제 유명한 시인이 되고, 멋진 남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 라고 했다.

그리고 돈 많은 과부를 만나는 거지의 꿈처럼, 유치찬란한 몽상을 한 것이다.


한 밤중에 산골 집으로 처녀귀신이 찾아 온 것이다.
귀신이, 나 귀신이라고 말하지 않으니, “이게 왠 떡이냐?”며 칙사 대접을 했다.

책장 뒤에 숨겨둔 머루주는 꺼냈어나, 안주가 없어 장작불에 감자를 구워, 주거니 받거니 황홀한 밤을 보낸 것이다.

술이 취해 그녀를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었다, “앗 뜨거!” 장작불이 튀어 불똥이 날아 온 것이다.
“야 이 주책바가지야~.” 주제 파악 좀 하라는 메시지였다.


이런 생각의 발단은 내가 정선 내려오며 페이스북에 남긴 글 한 줄이다.

“정선에 가면, 울 엄마 등어리 잡초도 뽑아야 하고, 따뜻한 햇살에 고추를 말리며, 할 일도 많고 놀 일도 많은데,

아내가 따라나서지 않으니 무슨 재미랴? 차라리 정선에 새 할망이라도 얻을 까보다.”라고 올렸더니,

"병원에 있는 엄마 수발로 바쁘니, 새색시 얻어 쭉 정선에 눌러 살라"는 아내의 답 글이 올라 온 것이다.


물론, 둘 다 웃으려고 올린 글이지만, 말 나온 김에 바람 좀 피우려다 불똥 맞은 것이다.

그런데 여지 것 아내와 헤어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에 만감이 교차했다.

문제는 이제부터 나 혼자 새로운 작업에 빠지게 되었으니, 진짜 따로 놀게 된 것이다.

걱정은 각자의 작업에 빠져 들다보면 소통의 통로가 막히지 않을까 그것이 두려운 거다.


사진, 글 / 조문호







































 






[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2016년 9월9일

▲ 조문호 기자/사진가



약3조원의 중국 돈 폭탄으로 제주도를 공습해 60만여 평의 땅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가 3년 전이다.

제주에 집중된 공세가 강남에서 홍대 등의 유명상권으로 퍼지더니, 이젠 문화예술가의 1번지인 인사동마저 공략하기 시작했다.

전, 혜정병원과 몇 몇 건물이 중국자본에 넘어가더니, 인사동 최고의 갤러리 ‘아라아트 센터’까지 접수한 것이다.

뺏고 뺏기는 자본의 논리야 어쩔 수 없으나, 그 밑에 빌붙어 법까지 무시해 가며 예술을 짓밟는

매국노 같은 인간들이 더 얄미운 것이다.

얼마 전, 경영난으로 은행에 저당 잡힌 ‘아라아트’가 여섯 차례의 유찰 끝에 내정 가의 반값에 불과한 290억에 낙찰되었는데,

낙찰자는 중국인의 하수인격인 조그만 기업 이사였다.

그런데, 아무런 절차도 없이 건물을 접수하려 든 것이다.

건물이 낙찰되기 오래 전부터 전시 일정이 몇 개월간 짜여 있었는데, 그 계약들은 어쩌란 말인가?

억울하게 건물 뺏긴 주인이 어디 ‘잘 해 보세요“라며 위약금까지 물고 순순히 물러 날 사람 있겠는가?

최소한, 비켜달라는 양도소송을 해도 6개월은 족히 걸린다.

지난 달 23일, 정영신의 ‘장날’ 전을 치루기 위해 사진을 실어 갔는데, 화물칸 에리베이터를 걸어 잠그고,

현수막 업자를 돌려보내는 등 전시를 방해하고 나섰다. 돈으로 예술을 밀어 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을 불러 업무방해죄로 고소하는 등, 간신히 전시는 치렀으나, 기간 내내 주위를 맴돌며 위압감을 조성했다.

그런데 전시가 끝나는 날, 또 다시 방해공작이 시작되었다.

그걸 우려한 조각가 부부는 한 밤중에 짐을 실어 갔으나, 난 방심하다 걸려던 것이다.

갑자기 문을 걸어 잠가 도우미와 10여분 동안 짐칸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뿐 아니라 '한국관광공사'에서 치르기로 한 ‘관광상품공모전’에도 제동을 걸었다.

고용한 건달들이 연약한 노인들을 방패삼아 건물 접근을 막는 야비한 짓을 한 것이다.

그리고 멀쩡한 건물의 보안장치 교체 공사를 강행하며,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을 쫓아냈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란 말처럼, 고소할 테면 하라는 것이다.

다급한 행사 주최 측이 그들과 재계약 하는 것으로 고비는 넘겼으나, 앞으로 남은 전시들이 걱정스럽다.

아무튼, 이젠 인사동마저 풍전등화 신세가 된 것이다.

우리 문화예술의 요충지가 넘어 간다는 것은, 국민들은 물론 작가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추측컨데, 그들이 직접 운영하면 중국 그림들이 몰려 올 것이다.

그 건축물은 용도변경을 할 수 없어 갤러리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적자운영을 지켜 본 그들이 돈 없는 한국 작가들 대관에 의지할 리 있겠는가? 

 끼리끼리 밀어주는 근성을 활용해, 중국작가의 국내진출 교두보로 삼을 것이다.

세계화시대에 무슨 고리타분한 말이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땅을 뺏기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그 나라의 문화예술이 잠식 당하는 것이다.

문화는 그 민족의 정신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싼 값에 팔려나가는 중국미술을 지켜봐야하는 국내작가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또 어떻겠는가?

‘아라아트’를 운영해 온 김명성씨는 인사동을 예술 메카로 만들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연 면적 1,500평 전 층을 갤러리로 운영했으니, 적자운영을 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태껏 경영난에 허덕이면서도 가난한 작가들을 돕는 자선을 많이 베풀어 왔다.

이번에 난리를 겪은 정영신의 ‘장날’전이나, 3개 층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김운성, 김서경 조각가 부부의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AEV’전도 무상으로 빌려 준 것이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밟힌 힘없는 작가들의 한 가닥 불씨마저 꺼져버렸으니, 이제 살아갈 의욕조차 잃었다.

정부는 벼랑 끝에 몰린 예술인들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이제, 살아남으려면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다.
 
  



정영신의 ‘장날’ 사진전이 열리는 동안 반가운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첫 날은 한꺼번에 오시는 바람에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그 다음 날 부터는 마치 순서대로 오시는 것처럼, 좋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28일의 인사동은 가랑비가 오는 듯 마는 듯, 술 마시기 좋은 촉촉한 날씨였습니다.








전시장에는 이런 시간부터 울산 오세필씨를 비롯해 국민은행의 여성임원들이 찾아왔습니다.

엊 저녁 유목민에서 뵌 분이나, 전시를 보러 다시 왔다는 것입니다.

좀 있으니, 그저께 다녀 간 가수 최백호씨가 다시 왔습니다.

최백호씨는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그는 다재다능한 후배입니다. 노래 뿐 아니라, 그림도 잘 그리고, 시인 못지않게 글도 잘 씁니다.

오래동안 라디오에서 MC 일을 맡다보니 말도 구수하게 잘하는데다, 공연기획에도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토탈 아티스트인 셈이지요.

오래전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지만, 제작비가 큰데다 주위의 만류로 좌절했으나,

이제 그 문제점을 해결한 후, 다시 꿈을 펼쳤답니다.














그의 새로운 영역 개척에 큰 기대를 걸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화가 허미자씨와 공윤희씨가 왔습니다.

그리고 페친이며 사진하는 후배 홍윤하씨도 왔습니다.

미아리에서 열리는 텍사스 프로젝트를 보고 왔다는 정보를 주었습니다.









이 '텍사스 프로젝트'는 작년 인사동 아라아트에서 전시한 588전시 때, 동참의 제안을 받았으나,

일정이 임박한데다 야외 설치라 사진손상을 우려해 거절한 일이 있어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오세필씨가 저녁 식사를 대접한다기에 정영신, 공윤희, 홍윤하, 연극하는 처녀 한 분과 여자만'으로 갔습니다

일인분 45,000원이라는 정식에 술 까지 마셨으니, 괜히 부담 되더군요.

    





그 이틑 날인 29일에는 지하철 종로3가에서 내려 인사동으로 들어오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춘천의 김대영씨 전시 보러, '백송갤러리'부터 갈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전시장에 작가는 없었지만, 조용한 분위기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고감도 필름에서에서나 볼 수 있는 조립자로 그린 자연 형상들이 범상치 않았습니다.


















'장날' 전시장에 들리니, 김중호, 심지윤씨가 지키고 있었고, 오프닝 때 도와 준 음식 장식 전문가 최소연씨도 왔습니다.

그리고 새로 시작할 계획인 양동 쪽방 사람들에 도움 줄 시나리오 작가 최건모씨와 사회복지사 김성규씨도 왔어요.














잇따라 화가 김하은, 황정아씨도 찾아왔고, 원로사진가 황규태선생과 사진가 Area Park이 다녀갔고,

미국에 거주하는 전기작가 이충렬씨도 왔습니다.

이충렬씨는 간송 전형필을 비롯하여 한국미의 순례자에 이어 , 김수환추기경을 펴낸 작가지요.


얼마 전 각종 메스컴에서 김수환추기경 책 소개가 대서특필되었지만,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데,

이번에는 전국의 성당을 돌며 김수환추기경의 사회정의와 인간존엄이란 주제로 강연을 합답니다.

제일 먼저 잡힌 일정은 오는 922일 오후8시부터 10시까지 불광동성당에서 갖는다니,

시간되는 분들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기록하러 갈 예정입니다.

 

























마지막에 나타난 친구는 사진하는 이돌필과 김은환씨 였는데, 이석필씨는 사진보다 심령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내가 짐작키로 아무도 찍어보지 못한 심령사진을 염두에 둔 듯 했습니다.

화가 서길헌씨와 유카리관장 노광래씨가 나타나 하루를 잘 마무리했습니다.

 















 

유목민에서 여러명이 만찬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돌필대사가 계산을 해 버렸습니다. 오늘 복채 좀 받았던가?

골목을 지나치던 사진가 안영상씨와 화가 장경호씨를 만나, 마지막 술 잔을 나누었지요.

다행스럽게도 같은 방향인 노광래씨가 차까지 태워 줘 편안하게 귀가 했답니다.

    











전시 철수하는 날인 30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나갔습니다.

충주에서 지용철씨도 오기로 했고, 태백의 박병문씨도 오기로 했거던요.

전시장에 도착하자 말자, 지용철씨가 여성 한 분과 오셨고, ‘나무화랑 김진하관장도 왔습니다.

모두들 철수하기 전에 서둘러 왔다는 것입니다.









뒤 이어 박병문씨가 찾아 와 함께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는데실내장식하는 최영문씨가 나타나 갈팡질팡하게 만드네요.

최영문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박병문씨와 부산식당에서 생태찌개와 참치구이로 식사를 했습니다.

두 시무렵, 전시를 철수하여 짐을 옮기고는 다시 인사동에 나와야 했습니다.

    







조준영시인과 메비우스관장이었던 기획가 김권선씨와 저녁 약속이 있었거든요.

인사동 마중에서 만나 술 한 잔 했지요. 

마중의 막걸리는 맛은 있으나 빨리 취하는 술입니다. 술 취해 돌아오다 유목민에 잠시 들렸더니

김명성, 전인경, 공윤희, 오세훈, 이상훈씨등 여러 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딱 한 잔만, 딱 한 잔만, 하다 맛이 가버렸네요.

 

















이상으로 보고를 끝 냅니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 조문호

 

 






지난 24일 개막된 아내 정영신의 ‘장날’사진전을 축하해 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도와주고 힘을 보태주신 많은 분들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두고두고 보답하겠습니다.

더구나 마산 이종호, 김보현, 이종제, 조성제씨, 제주 송성민씨, LA에 계신 유성호씨를 비롯하여

사진가 정진호씨가 베푼 온정은, 그 고마움에 앞서 미안한 생각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각박한 현실이지만,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란 걸 깨달게 했습니다,

즐거운 비명인지 모르지만, 그 날 기분이 좋아  많이 마신 후유증으로 이제 사 간신히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격일제로 마신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사흘을 연이어 마시다보니, 통풍까지 도져 혼 줄이 난 것입니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말처럼, 전시 뒤풀이에 묻어 치룬 저의 돌(칠순)잔치도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셨습니다.

자기 생일을 떠벌리는 것이 민망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주변 분들의 채근으로 함께 치루긴했으나,

솔직히 부끄러운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아무튼, 덕분에 잘 치루었으니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날 전시오프닝은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의 사회로 한정식선생께서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고,

음유시인 송상욱선생의 구수한 ‘열 두냥 인생’ 노래도 들었습니다.

‘사동집’과 ‘유목민’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가진 돌잔치에서는 ‘뮤아트’ 김상현씨를 비롯하여

하양수, 김보규, 류수씨 등 여러 친구들이 연주해 준 축하공연으로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습니다.


그 날 참석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억력이 신통찮으나 생각나는 대로 거명하오니 행여 빠진 분이 계시더라도 양해하십시오.

이 시대의 작은 거인 채현국선생, 조선의 낭만 주먹 방동규선생, 시인 강 민, 민 영, 송상욱, 김신용, 조준영, 김가배, 이행자, 김명지, 이만주씨, 문학평론가 구중서 선생, 소설가 김승환, 박인식, 정승재, 전태수씨, ‘아라아트’ 김명성 대표, 한겨레 노형석 기자,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대표, 임동현기자, 사진가 한정식, 전민조, 엄상빈, 김보섭, 성남훈, 김문호, 김남진, 정진호, 박종우, 김정일, 신동필, 하재은, 남 준, 변홍섭, 노연덕, 양재문, 박진호, 강제훈, 이한구, 박영규, 윤길중, 안영상, 마동욱, 이주영, 곽명우, 이은숙, 정태만, 한선영, 김영진, 나떠구, 고 헌, 권혜진, 조명환, 최경자씨, 서울문화재단 본부장 김영호씨, 사진예술 천수림 편집장, 조승원기자, 화가 정복수, 장경호, 이태호, 박불똥, 배인석, 김언경, 전강호, 길종갑, 김 구, 전인경, 신대엽, 서숙희, 조경석씨, 조각가 안승환씨 미술평론가 유근오, 곽대원씨, 전 경기미술관장 최효준씨, 미술관장 권미선, 이소라씨, 큐레이트 전인미씨, 안미숙 편집장, 도예가 황예숙씨, 성악가 주 은씨, 무용가 장순향씨, 영화감독 김 빈씨, 미디어아티스트 신신자. 김도이씨, 연극배우 이명희, 김종원씨, 뮤지션 김상현, 하양수, 류 수, 최보규씨, 국악인 김민경, 김정남씨, 여행작가 송일봉씨, 사나리오작가 최근모씨, 변호사 최혁배씨, 전통시장 사업단장 하명정, 이영순, 이남기, 엄주병, 김승원, 김종주씨, 사업가 전활철, 임경일, 공윤희, 송주원, 김미란, 장봉숙, 이병진, 서학연, 채재웅, 편근희, 홍태림, 반민규, 김현숙, 이정환, 배일윤, 조창호, 김정용, 최경숙, 마기철, 임미경, 김주연, 오현경, 박종진씨 등 많이 분들이 함께 했습니다.


다들, 감사합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정영신의 장날'사진전, 인사동 ‘아라아트' 24일~30일까지열려



▲정영신 '장날'사진집 표지



30여 년 동안 장에 미쳐 장돌뱅이처럼 장을 쫓아다녔던 정영신의 ‘장날’사진전이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인사동 ‘아라아트’‘(02-733-1981)에서 열린다.(오프닝 24일 오후6시)


정영신의 ‘장날’전은 80년대 찍은 사진들만 모았는데, 세월의 두께에 의해 된장처럼 구수한 냄새도 베어나고, 잘 익은 막걸리 맛도 난다.


정영신의 장터 사진은 아무런 기교도 멋도 부리지 않는다. 다만 따스한 인정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만 차곡차곡 쌓여 있다. 시골 할아버지의 등짐에, 아줌마들의 봇짐에 감춘 사연 사연들을 장마당에 풀어 낸 것이다.


솔직히, 아내나 자식 자랑하는 자를 팔불출로 치지만, 팔불출이 되어도 할 수 없다. 그 긴 세월동안 작업해 온 과정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80년대 사진들은 나와 결혼하기 이전인 사진동아리에 함께 할 때 찍은 사진들이다. 같은 다큐사진을 하지만, 장터에 대해서는 선배고 스승이다. 사진뿐만 아니라 사람을 중시하는 인문학적 접근도 따를 수가 없다.


전국 오일장 600여개를 다 돈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해내 준 것이 고맙기 그지없다. 그것도 경제적 뒷받침이 전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말이다. 한 집안에 다큐사진가가 한 사람만 있어도 망한다는데, 두 사람이 모두 다큐사진을 하니, 사는 꼴이란 보나마나다. 신용불량자 주제에 기름 값만 생기면 떠나기를 반복했으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짓이다.



▲정영신,1986담양장


어쩌면 내가 끼어들어,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아내의 사진철학을 그르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전국 오일장을 다 돌도록 재촉해, 그만의 방식에 재제를 가했기 때문이다. 버스타고 장에가 하루 종일 할머니들과 놀며 삶의 철학을 카메라에 담아왔는데, 난 사라져가는 현장을 빨리 기록해야 한다는 안타까움에 발발거린 것이다.



▲정영신,1987구례장


장마당에 펼쳐진 사물이나 장에 나오는 사람들도  나처럼 바쁘게 서둘지 않았다. 행여 친구나 사돈이 나타나지 않을까 사방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이 것 저 것 구경하며 느리게 느리게 장날을 즐긴다. 정 나누는데, 바삐 서둘 일이 아닌 것이다.



▲정영신, 1988남원장


그렇지만 장터에서 마음조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렵사리 나왔으면 한 군데라도 더 돌아야하는데, 그저 할머니들과 이야기 나누느라 일어날 생각을 않기 때문이다. 없는 돈에 할머니 물건까지 바리바리 사들고 일어나는 데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만큼 사람 사는 정을 중요시하는 그의 접근법을 이해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영신, 1989순창장


다큐멘터리사진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그의 사진에서는 현장성에 의한 휴머니티가 짙게 깔려있다. 그래서 그의 장터 사진을 보면 따뜻한 인간애가 모닥불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다.



▲정영신, 1988담양장


정영신은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부터 장터의 사람을 겨냥했다. 장터를 기록해야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사진을 선택하는 것과, 사진을 하다 장터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다르다. 대개 사진가들이 작업을 하다보면 시류에 따라 주제가 바뀌기도 하고, 살기 위해 새로운 주제를 찾기도 해, 평생 작업으로 끌고 가는 경우는 드물다. 오래 동안 장터를 찍었다는 사진가들도 대개 2-3년이면 끝내는 경우가 많았고, 그 외는 취미나 공모전용 사진소재를 찾아다니는 넝마주이식이 전부였다.



▲정영신, 1988순창장


정영신의 장터사진은 다소 산만한 느낌은 들지만, 사진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장터의 난장스러움이 잘 묘사되어 오히려 정감이 간다. 대개가 화면을 단순화시키기 위해 장애물을 치우는 등, 주변을 정리해 기록적 가치를 망가트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짓은 절대 안 한다. 세월이 지나면 그런 하잘 것 없는 장애물도 역사적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정영신, 1990무주장


그럴듯한 배경을 택해 장꾼들을 연출시키는 기존의 사진들에 비해, 이 처럼 소통하며 찾아 낸 상대방의 감정묘사나, 장마당의 어지러운 분위기가 주는 잔잔한 울림이 훨씬 오래간다.



▲정영신, 1989남원장


대개 사진인들이 습관적으로 찍을 대상을 만나면 화면부터 구성하게 된다. 특히 장터 특성상 하이앵글, 즉 위에서 내려 보고 찍는 경우가 많은데, 정영신이 구사하는 카메라앵글은 대개 수평이다. 찍히는 사람과 찍는 사람의 자세가 평행이거나 아니면 더 낮은, 즉 동격을 의미하고 있다.



▲정영신, 1988청양장


사진을 찍기 전에 물건을 사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간의 벽을 허무는 것 또한 그만의 어프로치다. 재미는 좀 덜하지만, 그보다 몇 배로 값진 장꾼과 사진쟁이의 소통된 마음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영신식 색깔의 장터세계고 작품세계인 것이다.



▲정영신, 1989고창장


정영신의 장터 사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다섯 차례의 장터개인전을 가졌고, 14년 전에 펴낸 정영신의 "시골장터 이야기"는 이미 13쇄에 이르도록 많이 팔렸다.


그 이후 ‘눈빛출판사’에서 펴낸 장터사진아카이브 “한국의 장터‘도 재판이 나왔다. 눈빛 포토에세이 ’전국5일장 순례기‘에 이어 전시와 함께 출간되는 ’눈빛사진가선‘ ’장날‘사진집(12,000원)은 전시되는 작품이 모두 실려 있다.



정영신,  1990 순창장



정영신의 장터 사진을 보면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각박한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을 반성케 할 단초를 제공한다.

”사람 사는 게 이런 것이라고...“


*전시문의:아라아트(02-733-1981)


[서울문화투데이 / 조문호기자/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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