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영난으로 은행에 저당 잡힌 ‘아라아트’건물이 중국사람에게 넘어갔다.

경매액은 495억이었으나, 여섯 차례의 유찰 끝에 반 값에 가까운 290억에 낙찰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낙찰 받은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으나, 잔금을 치루고 나타 난 사람은 중국인 하수인인 조그만 기업 이사였다.

그런데, 절차도 없이 막무가내로 건물을 접수하려 드는 것이다.

건물이 낙찰되기 오래 전부터 대관전과 기획전 일정이 몇 개월이나 짜여 있는데, 그 계약들은 어쩌란 말인가?

억울하게 건물 빼앗긴 주인이 어디 ‘잘 해 보세요“라며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순순히 물러 날 사람이 있겠는가?

최소한, 비켜달라는 양도소송을 해도 6개월은 족히 걸린다.

문제는 중국 자본이 인사동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를 비롯해 곳곳의 요지가 중국인 손에 넘어간 것은 알고 있으나, 인사동마저 풍전등화 신세가 된 것이다.

문화예술의 요충지가 넘어 간다는 것은, 국민들은 물론 작가에게 심각 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전, 혜정병원과 몇 몇 건물이 중국자본에 넘어가더니, 이젠 인사동 최고의 갤러리 ‘아라아트’까지 접수하고 말았다.

뺏고 뺏기는 자본의 논리야 어쩔 수 없으나, 그 밑에 빌붙어 법까지 무시하는 매국노 같은 인간들이 더 얄미운 것이다.









지난 23일, 아내의 ‘장날’ 사진전 DP를 해야 하는데, 화물칸 에리베이터를 걸어 잠그고,

현수막을 걸러 온 업자를 돌려보내는 등 전시를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돈이 예술을 밀어 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명성씨가 경찰을 불러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고, 늙은이가 들어 올리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으로 전시는 치루었으나,

전시기간 내내 갤러리 주위를 맴돌며 위압감을 조성했다.

그런데 전시가 끝나는 날, 또 다시 방해공작이 시작되었다.

작품철수를 우려한 조각가 김운성, 김서경 부부는 한 밤중에 짐을 실어 갔으나, 난 방심하다 그만 걸려던 것이다.

갑자기 문을 걸어 잠가 도와주던 조카사위 김중호와 함께 10여분 동안 짐칸 에리베이터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아라아트’ 김명성대표 지시로 열쇠 고리를 잘라 나오긴 했으나, 괘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 이튿날, 마무리하러 다시 인사동으로 나갔다.

인사동거리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는데, 왠지 거리 분위기가 침울했다.

‘아라아트’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3,4,5층에서 치르기로 한 관광상품공모전에 다시 제동 걸고 나선 것이다.

다급한 주최 측은 '아리수'에서 작품을 접수하며, 갤러리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더 웃기는 것은 건달들이 일당주고 모아 온 연약한 노인들을 방패삼아 건물 접근조차 막았다는 것이다.

너무 늦어, 야비한 그 꼴을 기록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그리고 멀쩡한 전 층의 보안장치 교체 공사를 강행하며,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을 내 쫓았다는 것이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라는 말이 있듯이, 고소할 테면 하라는 것이다. 

쫓겨나온 여직원들과 대표 김명성씨는 ‘허리우드’에 퍼져 앉아 밀고 당기는 협상을 했지만,

계속 약속을 번복해 상대를 다급하게 만들었다.










김명성, 박인식, 전인경, 이태규, 정영신, 전인미, 이상훈씨 등 여러 명이 모여앉아 술 잔에 시름 달랬지만.

대안은 없었다. 돈이나 힘이 딸리니 마음까지 딸렸다.


체념하고 돌아오다 배우 오광록씨를 만났으나, 친구가 옆에 있어 하소연 할 처지도 못됐다.









이튿날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전화에, 다시 인사동으로 나가야 했다.

나간다고 뽀족한 수는 없겠으나, 불안해 하는 여직원들의 힘이라도 되어주고 싶었다.

길거리에서 ‘통인가게’대표 김완규씨도 만났으나, 인사동은 평소처럼 관광객들의 발길만 분주했다.








‘아르아트’에 도착하니 어떻게 되었는지, '한국관광공사'에서 짐을 들이고 있었다.

전시 주최측이 다급해, 그 네들과 재계약을 한 것 같았다.


또 한 고비 넘겼으나, 앞으로 남아 있는 전시가 걱정스럽다.


추측컨데, 그들이 직접 운영하게되면 중국 그림들이 몰려 올게 뻔하다.
그 건축물은 용도변경을 할 수 없어 갤러리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적자운영을 지켜 본 그들이 가난한 한국 작가들 대관에 의지할 리 없다.
저희 끼리 서로 밀어주는 근성을 활용해, 중국작가의 국내진출 교두보가 될 것이다. 





찬 바람 부는 미술시장에서, 9개층의 전층을 갤러리로 운영한다는 건 처음부터 무리수였다.

그동안 '아라아트' 김명성씨는 경영에 허덕이면서도 가난한 작가들을 위해 많은 경제적 도움을 주어왔다.

이번에 전시한 정영신의 ‘장날’전과, 3개 층에서 전시한 김운성, 김서경 조각가 부부의 평화전도 무상으로 빌려 준 것이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밟혀 온, 힘없는 작가들의 한 가닥 불씨마저 꺼져버렸으니, 이제 살아갈 의욕조차 잃었다.

정부는 사면초가에 몰린 예술인들을 그냥 두고 볼 것인가?


이제, 살아 남으려면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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