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베터리가 방전된 것 같았으나, 산골짜기까지 출동 서비스를 부르기가 민망했다.


울 엄마 묘지 빌려 준 최영규 댁에 추석 선물 하나 전하러 갔다.

윗만지와 아랫만지는 이웃이지만, 산굽이를 돌아야 해, 걸어가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간 김에 벌초하러 산소에 들렸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혹시나 걱정되어 마당에 말리던 고추를 걷어놓고 온 게 천만 다행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비에 젖은 내모양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

최영규씨에게 서울로 떠날 때, 베터리 좀 연결하자고 부탁해 두고 왔으나,

쏟아지는 소낙비로 차마 부를 수가 없었다.


하늘만 쳐다보며 기다리다, 혹시나 하고 다시 시동을 걸어 본 것이다.

수차례 반복했더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부르릉” 시동이 걸려 주었다.

“얼시구나”하고 쉬지도 않고 냅다 달려왔다.

서울의 정비공장에 갔더니, 베터리를 교체하라지만, 난 어디서 방전되는지 좀 찾아달라고 했다.

방전되는 곳을 찾으려면, 시간은 걸리는데 돈이 되지 않으니 자꾸 교체를 권한다.

하는 수 없이 베터리를 교체하고, 아내 정영신의 전시 때 팔린 작품을 전해주러 인사동에 나갔다,

그런데, 이젠 차 문의 유리가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터널통과하며 매연 마시는 것이야 참을 수 있으나 만약 비라도 쏟아진다면 낭패다.







인사동 ‘허리우드’에서 건축가 임태종씨를 만나 작품 두 점을 건네주었다.

어둠이 몰려오기 전에 정비소로 가야 하지만, 차 한 잔 하자는 임태종씨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

‘아라아트’와 관련되어 건축사무소 문을 닫는 불상사까지 겪은 그인지라.

‘아라아트’ 경매낙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와 헤어져 나오다 몇일 전 어머니 상을 당한 공윤희씨도 만났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고향에 다녀왔다는데, 얼굴이 수척해 보였다.

상대를 배려하는 그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건 아니다 싶다.

언제 위로주라도 한 잔 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이번엔 퇴근하는 전인미씨를 만난 것이다,

여자들이 만나 이야기 나누기 시작하면 길어질까 걱정되었다.

결국 차문 수리는 포기했으나, 오다 보니 불 켜놓고 일하는 정비공장이 하나 있었다.

부품이 없어 안 된다지만 유리만 끌어 올렸는데, 이번엔 형수가 대장암수술을 받았다는 전갈이 왔다.

약수역에서 누님과 동생을 만나 신당동 '송도병원'으로 향했다.

아직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지만, 좋은 결과가 있길 기원했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 형수에 대한 옛 이야기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사진 :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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