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김명성씨로 부터 전화가 왔다.

최울가를 유목민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같이 만나자고 한다.

속상한 일로 가고 싶지 않았으나, 최울가 때문에 안 갈 수 없었다.

 

최울가는 부산 시절부터 알던 동생 같은 후배인데, 만난 지가 삼 년 가까이 되었다.

자리 잡힐 만하면 익숙해 진 공간에서 

다시 낮선 곳으로 떠나가는 유목민 같은 작가라 자주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아시아권은 물론 파리에서 북미 지역까지 정처 없이 떠도는데,
서울에 오면 파주에 있으나 파주 작업실은 물론 전화번호도 모른다.

그 떠도는 유동성이 최울가 만의 방식이 되어

구체적 형태를 가진 이미지로 재현되는 것 같았다.

 

작년 가나아트에서 열린 화이트, 블랙, 레드+’전도 보러 갔으나 작가는 만나지 못했다.

 

상형문자 같이 원시성을 띤 그림들은 자유로웠다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주었는데,

무겁거나 난해하지 않고 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기존의 캔버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미지를 입체화한 세라믹조각과 스티커를 활용한 입체 그림도 있었다.

 

최울가만의 독창성과 기발함을 세상이 모를 리 없다.

요즘은 스타 반열에 오른 몇 안 되는 작가라 작품값도 천정부지다.

 

지하철에서 옛날 생각에 빠지다 보니, 금방 안국역에 도착했다.

유목민’에 가니 사진가 이정환씨와 성유나씨도 있었다.

 

안 쪽에는 최울가, 김명성씨를 비롯하여

인디프레스를 운영하는 김정대씨 내외도 와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최울가는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 요즘 좋은 곳에서 산다면서라는 아리송한 말을 꺼냈다.

전시 때 못 준 '인사동이야기'사진집을 전해 주었는데,

쓰리쿠숀으로 돌려 준 돈봉투에 삼십만원이나 들었네.

"고맙다. 그 돈으로 햇님이 지방선거 현수막 값이라도 좀 보태 애비 체면 좀 세울께.."

 

김명성씨는 얼마 전 울산서 전시한 박상진과 동지들이야기를 했다.

박상진 투사의 활동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매국노 이완용 글씨까지 걸었다가

여론에 밀려 철수한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단다.

 

그런데, 김정대씨가 4년 전에 결혼했다는데,

이렇게 젊고 예쁜 부인을 두었는지 미처 몰랐다.

소장수 같은 인상에 마누라 복은 있네요.

 

술 마시다 정선집 불난 이야기가 나오니,

30년 전에 최울가가 선물한 그림 생각이 났다.

 

화마에 휩쓸려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비 오는 날 개울가에 아이가 우산을 받쳐들고 쪼그려 앉은 그림이었다.

비 맞는 개구리를 걱정하는 여린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인데,

그림을 그린 작가도 보고 싶어 했으나, 다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케케묵은 옛날이야기에 빠져 홀짝 홀짝 마시다 보니 금새 취해 버렸다.

술집 실내에서 담배까지 피웠으니 취해도 많이 취한 것 같았다.

최울가와 헤어져 지하철을 탔는데, 불광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고는 잠들어 버렸네.

 

돌고 돌아 녹번동을 찾아갔더니, ‘스마트협동조합이사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밖에서 취했고 서인형씨는 기다리다 취했으니, 용건이 뭔지도 모르겠.

 

반가운 사람 만나 술 마시는 일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언제나 술이 술을 마셔, 오바하는 것이 문제다.

속은 쓰린데다 엊저녁 실수한 일이 생각나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다.

 

사진, / 조문호

 

 

 

2021.9.29

보름 동안의 전시를 언제 끝낼지 걱정했으나, 어느덧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골목 담벼락에 내건 ‘노숙인, 길에서 살다’ 전시 현수막은

비와 ‘유목민’ 취객들이 흘린 막걸리로 노숙인 옷처럼 때가 묻고 얼룩져 버렸다.

 

'유목민' 골목 전시가 끝나면 당사자들도 볼 수 있는 서울역광장으로 옮겨 가야 할텐데,

세탁해도 탈색이 안 될지 모르겠다.

 

그대로 보관한다면 간접 고난의 잔재까지 남는 의미야 있겠지만,

그 현수막은 전시가 끝나면 당사자에게 돌려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찍힌 분들에게 사진을 뽑아 주긴 했으나 대개 구겨져 버렸거나 잊어버렸단다.

사진 한 장 보관할 곳 없는 그들의 처지를 감안하여 손수건처럼

주머니에 접어 넣을 수 있도록 현수막 사진을 잘라 주기로 한 것이다.

 

전시가 시작된 후 매일 같이 전시장 방문한 분들 모습을 기록했으나

술독에 빠져 사진을 정리해 올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페친 분들은 새로 만든 Naver의 ‘인사동 이야기‘ 블로그를 통해 그간의 소식을 알릴 수 있었으나,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가 Daum의 갑질로 정지된 걸 모르는 많은 분들은

오랫동안 글이 올라오지 않아 신상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안부를 물어오는 분까지 있었다.

 

어쨌든 그간의 소식을 올리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 쓰린 속을 부여안고

26일과 27일 이틀간의 사진이나마 정리해 올림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지난 26일은 ‘만종’을 기록하는 사진가 노은향, 이석준, 지은숙, 민성진씨를 비롯하여

이완교, 이정환, 성유나, 심보겸, 김헌수, 권해진, 최치권, 한선영씨등 많은 사진가들이 다녀갔으나

인사동을 돌아다니느라 뵙지 못한 분도 여럿 있었다.

 

연출가 기국서씨와 배우 정재진, 이명희씨 등 연극인들은 일찍부터 ‘유목민’ 골목을 장악했고,

발렌티노김, 한상진, 이태호, 최석태, 정비파, 박상희, 김도수, 변성진, 김기수, 박찬종, 편근희,

장의균씨등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그리고 가족으로는 조창호, 정주영, 김소현이 다녀갔다.

 

27일 문 닫기 직전에는 김태진씨와 아들 햇님이가 찾아왔다.

‘메밀란’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 날은 손녀 주려고 처음으로 인사동에서 풍선 피리와 반지 사탕도 샀다.

장난감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손녀 하랑이 재롱에 누적된 피로가 눈녹듯 녹아버리네.

 

자리를 만들어 준 '진인진출판사'대표 김태진씨에게 그 고마움을 전한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20일은 졸음을 견디지 못해, 인사동으로 바람 쐬러 나가야 했다.




오늘까지 ‘부랑자’원고를 정리하여 출판사에 넘겨야 하는데,

며칠 동안 하루에 한 두 시간 밖에 못자며 여기 저기 흩어진

사진 이미지 찾느라 파김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전시장이나 들렸다 올 작정에 인사동 벽치기 골목으로 접어들었는데, 

‘유목민’ 문 앞에 단체손님 예약으로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궁금증을 자극해 들어가 보니, 영화 ‘기생충’ 제작팀들이 ‘유목민’을 접수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사진가 이유홍씨를 비롯하여 조성표, 안완규씨가 술자리를 마련해 잠깐 합석했는데,

그 날 국민들의 영웅이 된 봉준호감독을 비롯한 일행들이 청와대 다녀와서 주연을 갖는 자리라고 했다.



이유홍씨는 요즘 우울증에 시달려 몸무게가 육킬로나 빠졌다고 했다.

사진가 황규태선생과 점심식사를 한 후, 인사동으로 옮겨 술 한 잔하고 있었는데,

모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었다.



안쪽에는 봉준호감독을 비롯하여 송강호, 장혜진, 조녀정, 박소담, 박만철씨를 비롯한

20여명의 ‘기생충’ 출연진과 스탭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쪽팔리게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어 가끔 화장실을 더나들 때 만났을 뿐이다.

그러나 축하연에서 나온 케익이나 얻어먹고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인섭씨를 비롯한 몇몇 분들이 들어 와 예약 팀들을 불편하게 할 것 같아서다.


 

이유홍, 조성표, 박혜영씨와 옆 골목에 있는 ‘꽃, 밥에 피다’로 옮겼다.

이 집은 생긴 지가 오래지 않아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으나,

지나치다 좆밥이라는 등 농담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유홍씨 단골집이란다.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기생충’ 대본이라도 한 권 얻기 위해 다시 ‘유목민’에 갔는데,

사진가 이정환씨를 비롯하여 심보겸, 성유나, 이미리씨 등 여러 명을 골목에서 만났다.

반갑기는 했으나,그들도 ‘유목민’ 예약 팀 때문에 다른 술집으로 옮겨가는 중이었다.



가보니 이미 대본을 다 나눈 뒤라 허탕치고 돌아왔으나, 더 이상 술은 마실 수가 없었다.

오늘까지 마무리해 넘겨야 할 원고 걱정에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었다.

동자동으로 돌아왔으나, 술 마신 자체가 문제였다.

몰려오는 졸음에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 일한다는 게, 일어나보니 이미 아침이었다.



그날까지 원고를 모두 넘겨주어야 다음 날 책을 편집하고 가제본하여

마감일인 월요일까지 지원금을 신청한다고 했는데, 이미 날 샌 것 같았다.

복에 없는 지원금 신청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더 꼼꼼하게 보충 작업하여 좋은 책 만들라는 계시로 생각하며 위안했다.



모든 것은 준비된 자가 이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발에 닭 알이라’는 옛말이 생각나 혼자 웃었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8일 ‘정직한 후보’ 시사회가 열리는 강남 코엑스‘ 메가박스’로 갔다.
정영신씨의 장터사진 다섯 장이 영화 스틸사진으로 사용되어 초대권이 여러 장 배정되어서다.



요즘처럼 전염병 문제로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 가길 꺼리는데, 몇 명이나 갈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다행히 박찬호씨 도움으로 곽명우, 정명식, 강제욱씨 등 사진가 다섯 명에게 연락되었는데,
정영신씨가 연락한 사진가 이정환, 성유나, 미술평론가 최석태씨 등 열 명이 극장 앞에서 만난 것이다.




서인형씨는 그 곳까지 왔으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지 않기로 한 딸과의 약속으로

밖에서 영화 끝나기를 기다려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영화가 상영되기 직전 장유정감독과 출연진 라미란, 김무열, 윤경호, 장동주, 조한철, 조수향, 온주완, 김나윤씨가 나와

영화에 대한 소신을 이야기하며, 관객에게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난, 영화보다 장터 스틸사진이 정치풍자 영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가 더 궁금했는데,
영화가 상영되자 정영신씨 장터사진 다섯 장면이 나왔다.
내용인즉, 국회의원에 출마한 주인공의 할머니가 장터에서 힘들게 돈 벌어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장터 사진으로 대신한 것 같았다.








전형적인 한국 영화같았는데, 뜻밖에도 브라질 영화가 원작이란다.
브라질 상황을 국내 상황과 정서에 맞게 고쳤다는데, 코미디 영화 '부라더'를 연출했던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물이었다.




후보가 토론회에 나가 대권 야욕을 그대로 드러내는가 하면,
출판기념회에서 대필 작가가 책을 썼다는 등 자신의 비리를 스스로 폭로한다.
'서민의 일꾼'이라는 머릿속 문구가 '서민은 나의 일꾼'이라는 말로 튀어 나오기도 했다.




선거참모진은 비상이 걸렸으나, 민심 돌아가는 분위기는 심상찮았다.
이상하게 바뀌어버린 정치인 주상숙을 의외로 신선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주상숙은 마음을 바꾸어'정직한 후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유권자 환심 사기에 나선다.
국회의원을 지키는 열정 보좌관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의 활약은 반전의 재미를 보여주었다.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튀어나오는 바른말 때문에 ‘정직한 후보’로 변신한 주상숙의 웃음 폭격이지만,

오늘의 답답한 정치현실에 대리만족을 안겨 주었다.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정경유착 등 더러운 현실정치와 맞물려, 정치 자체가 코미디란 생각도 들었다.




영화는 주인공 라미란의 '원맨 쇼'에 가까웠다.
코믹한 연기에서부터 노래와 춤까지 숨겨놓은 장기를 모두 쏟아 부었는데, 그의 연기력은 독보적이었다.




배우들의 고군분투에도 영화의 한계는 드러났다.
할머니의 거짓 죽음과 사학 비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영화는 과부하가 걸린 듯 삐거덕거렸다.




이야기가 복잡해지니 전개는 산만하고, 펼쳐놓은 이야기를 수습하느라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코미디라는 그릇에 담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을 담은 것이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오는 2월 12일 개봉 된다.




시사회가 끝난 후, 서인형씨를 만나 인근 '콩나물해장국'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한 사진가들과 소주 한 잔 나누며, 영화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이정환씨 이야기를 들었다.
‘남산의 부장들’에 밀려 흥행에 성공하기 어렵겠단다.



아무튼, 좋은 성과 있기를 바란다.

사진,글 / 조문호



















정영신사진


살아 생선 강민선생께서 주도하신 인사동 오찬 모임이 오랜만에 다시 열렸다.
선생께서 돌아가시고 부터 서서히 잊혀져갔는데,
강민선생은 차지하고라도 김승환, 방동규선생 등 다른 분마저 뵐 수 없었다.
언젠가 자리 한 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서정란씨로부터 메시지가 온 것이다.



조문호샘 올해 가기 전에 송년회 한 번 해요. 강민 선생님과 친분 있는 분들이랑요

그래서 "얼씨구나" 만들어진 자리가 지난 30일 정오에 뭉친 나주곰탕오찬모임이다.

인사동 툇마루일층의 나주곰탕은 강민선생 단골이기도 했지만,

탕 속에 고기가 푸짐해 술안주로 안성마춤인 밥집이다.


 


약속장소는 손님이 꽉 차, 다들 그 옆에 있는 찻집에 앉았는데,

방동규, 김승환 선생님을 비롯하여 박희연, 서정란, 이명옥,

이은정, 전태수씨 등 여러 분들이 자리 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보면 반갑고, 앉으면 빨고 싶은 분들이 아니던가?

강민선생님이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게 왠 말인가?

서정란씨 이야기가 오늘 점심은 돌아가신 강민선생님이 산다는 것이다.

모임이 정해지고 생각지도 않은 전화를 받았는데, 강민선생 아드님이었다고 한다.

아버님께서 자주 만났던 분들께 인사동에서 밥 한 끼 대접하겠다"는 것이다.

이심전심이었다.

이건 분명 강민선생님께서 저승에서 아들에게 지령내린 것이다.


 

창밖을 내다보니, 기국서씨가 '나주곰탕'으로 급하게 들어가고 있었다.

가서 찻집으로 데려 왔는데, 차라도 한 잔 하며 여유롭게 즐기라는 계시였다.

다들 연말이라 모이는 곳이 많은 모양인데, 뒤늦게 이행자시인도 나타났다. 

뚜꺼비 같은 소설가 김승환선생은 인증 샷만 찍고 도망치셨다.




 나주곰탕’에서 자리 비었다는 전갈에 다들 밥집으로 옮겼다.

소주 한 잔하며 탕 그릇에서 건져 놓은 수육을 보니, 돌아가신 강민선생님이 생각났다.

술 안주로 건져놓은 수육을 매번 슬며시 내 접시로 옮겼는데, 마치 죽은 울 엄마 같았다.

불의에는 칼날처럼 매서웠던 강민선생님의 그 자상한 모습이 떠오르니, 어찌 눈물이 나지 않겠는가.


 

눈물이 탕 그릇에 떨어지는 거야 괜찮으나, 누가 볼까 쪽팔려 미치겠더라.

밥이 코로 들어가는 지, 술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요량도 못한 채 취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비밀정원으로 차 마시러 갔다.

, 까발리는 걸 좋아하는데, 다들 비밀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비밀정원에 가 있으니, 다른 곳에서 한 탕 뛰고 온 김명성씨가 나타났.

기국서씨는 술이 부족했던지, 보드카처럼 생긴 독주 한 병을 사 왔다.

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두 잔만 마셨는데, 그 술을 혼자 홀짝 홀짝 다 마셨다.


 

오늘은 빠질라고 작정하고 왔어요’라고 했던 귀엣말이 생각났다.

기상천외의 퍼포먼스가 일어날 것 같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자리에서 일어 나 남녀가 약속이나 한 듯 갈라졌다.

방배추선생께서 기국서, 김명성씨등 꼬봉들을 거느리고 유목민을 습격한 것이다

가보니 송일봉씨가 입구에서 뭔가를 정탐하는 것 같았고,

안쪽에는 시인 정동용, 기타리스트 김광석, 발렌티노김도 보였다.


 

여기 저기 다니며 사진 찍을 일도 많은데, 방배추선생 구라 듣느라 퍼져버린 것이다.

방동규선생이 누구더냐?

백기완, 황석영씨와 더불어 조선의 삼대구라로 꼽히는 분이 아니던가.

방배추선생은조선의 주먹등 최고로 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흔을 바라보는 연세에 노동판에 일하러 가고, 체육관에 다니며 체력 관리하는 분이다.

, 한마디로 선생님을 義人이라고 생각한다. 옳지 못한 것은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이다.

태극기부대나 가셔야 할 분이 촛불집회마다 쫒아 다니신다.

얼마 전 김정헌씨 작품 보러 간 영종미술관에서 그림 보며 내려오다 굴러 떨어져

엠블란스에 실려 갔다는 소식도 뒤늦게 들었다.


 

그 날 하신 말씀도 놀랄 노자다.

여지 것 청년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노인이 된 것 같다는 말씀이셨다.

오죽하면 선생님이 살아온 그 소설 같은 실화를 기국서씨 더러 극화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그 날 이야기만도 밤 샐 것 같아 말머리를 돌려야겠다.


 

기국서씨는 귀가 어두워 여기 저기 귀 기울이는 꼴을 보더니, 날 더러 탐색가라 했다.

내 귀에는 색을 탐하는 자로 들렸는데, 제 버릇 개 못 준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두 번째 툇마루에서 열릴 인사모시간이 늦어버렸다.

정동용씨 더러 있으라 해놓고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채 달려갔는데,

가서 된장비빔밥에 술말아 또 한 잔 걸친 것이다.

반가운 분들과 노닥거리니, 시간은 잘도 갔다.


 

작별 인사하기가 무섭게 유목민으로 달려가니, 이미 술꾼이 바뀌었더라.

방동규선생을 비롯한 잔당은 물론 정동용, 발렌티노김, 김광석씨도 다 사라져버렸다.

새로 등장한 이인섭선생을 비롯하여 사진하는 이정환, 성유나씨가 있었다.

금주 한지가 두 달이 넘었다는 이정환씨는 소주잔에 음료수를 따라 마셨다.

그 술 좋아하는 사람이 미치고 팔짝 뛸 일이 아니겠는가?

정말 살아남기 힘든 것이다.


 

그나저나 긴장이 풀려 그런지, 술이 슬슬 올랐다.

쪽방 계단 오를 일이 겁나 줄행랑쳤는데, 인사동 밤거리는 축축했다.

어떤 미친 할매라도 납치되고 싶었다.



쇼윈도를 올려다보니, 처녀귀신이 잡아먹을 듯 내려다보았다.

네 이놈! 아직 정신 못 차리고 탐색하냐?

강민선생께 일러바쳐, 저승 오면 곤장이 백대다

 

사진, / 조문호
















정영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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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나의 떴다 방 사진전이 지난 19일 오후2시 종로3가

‘도심권50플러스센터’1층 '활짝라운지'에서 활짝 열렸다.




난생처음 듣는 떴다방 사진전이라는 말에 궁금증이 발동했다.
'떴다방'이란 말은 부동산 분양권 전매가 기승을 부리던 1998년 무렵 생겨난 것이 아닌가?
아파트 분양현장에 철새처럼 모여드는 '이동식 중개업소'를 '떴다방'이라고 불렀다.
아무튼 말 자체가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기는 하지만, 어감이 흥미로웠다. 


 

사진을 판매하기 위해 갑작스러게 전시를 하는 하나의 이벤트로 짐작했으나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오후2시에 들려 사진만 보고 여의도 촛불집회로 갈 작정이었는데,
사진전이 아니라 성유나씨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프로젝트였다.




행사장에는 성유나씨를 비롯하여 사진가 이정환, 권 홍, 이경희, 이재정,

심보겸, 정명식, 이미리씨와 화가 김구씨도 있었다. 그러나 모르는 분이 더 많았다.




그런데, 사진전이 아니라 빔 프로젝트로 성유나씨의 사진을 프레젠테이션하는 자리였다.
그 이전에 젊은 작가가 만든 단편영화를 상영하기도 하고, 지도교수인 이정환씨가 작가를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성유나씨가 자신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귀가 어두워 절반도 알아듣지 못해 미칠 지경이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젊은이들 이벤트에 끼일 군번은 아닌 것 같았다.
늙은이 하나 때문에 다들 불편해 할 것도 틀림없지만,
예상한 시간보다 많이 걸려 다음 일정에 신경도 쓰였다.




작 년 봄 정선 ‘동강할미꽃’축제에 왔을 때, 사진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으니

사력이 2년도 채 되지 않았건만, 자기만의 분명한 색깔을 잡아가고 있었다.
하기야! 사진한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 가에 달려있지 않은가?



성유나씨는 주제도 잘 잡았지만, 그에 따른 열성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거리를 지나치는 인간 군상에 푹 빠져 있었다. 앉으나 서나 사진 생각이었다.




아무튼, ‘성유나의 떴다방’ 사진전을 축하하며 더 큰 성과를 기대한다.


사진, 글 / 조문호
















[스크랩 / 박재송사진]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성난 민심이 서초동 검찰청 앞을 가득 메웠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에서 개최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는 당초 십만명을 예상했으나
그 보다 열 배나 되는 백만 여명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고 한다.
정치검찰의 표적수사와 그들이 흘린 정보를 받아쓰는 언론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성공적인 촛불집회를 점치기는 했으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였다.


[스크랩 / 오마이뉴스, 권우성기자]

그동안 보름넘게 끌어온 감기몸살로 꼼짝 못해 이번엔 꼭 나가기로 다짐했으나,
몸 추스르기 위해 전 날 정영신씨 따라 봉화장에 간 것이 무리수였다,
촛불집회가 있는 날 자리에서 일어나다, 한쪽 다리가 힘을 쓰지 못해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스크랩 / 오마이뉴스, 권우성기자]

그 동안 전시나 문상을 가겠다는 약속조차 번번이 지키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구급차에 실려서라도 갈 것이라고 큰 소리쳤으나, 또 헛소리한 셈이다.
결국 이불 밑에서 만세 부른 꼴이 되고 말았다.
하기야! 그 많은 인파에 늙은이는 나오지 말라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스크랩 / 박재송사진]


박근혜 탄핵이 1차 촛불혁명이라면, 검찰 적폐를 척결하라는 이번은 2차 촛불혁명"이다.
이제 정치 권력화 된 검찰의 대 수술은 피할 수 없는 길이 되었다.
‘공수처’ 설치와 함께 검찰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물갈이해야 한다.



[스크랩 / 안창홍작]


지금 문제를 만드는 윤석렬 검찰총장만 해도 검찰조직이 얼마나 섞었는지 잘 보여주지 않는가?
윤석렬 검찰총장은 현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위해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장관이 내 세운 인물이었다.
그동안 정치권력에 얼마나 알랑방귀 뀌었으면, 그를 믿고 맡겼겠는가?
사실 검찰총장이 대통령을 배반하고 '검찰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스크랩 / 이정환 사진]
 
이제, 검찰이 제 자리에 서지 않고는 절대 촛불이 꺼지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칼 자루는 현 정권이 잡고 있으니, 국민들의 강렬한 요구를 거역할리 없다,
더 이상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법적폐를 매듭 짖고, 산적한 국정에 전념하기 바란다.


[스크랩 / 성유나 사진]

그 날 밤늦게 SNS에 올라오는 사진으로 현장 분위기를 감지했는데, 짜릿한 감동이 일었다.
'서울중앙지검'을 가로지르는 8차선 대로를 가득 메운 인파에 놀란 것이다.
‘광화문미술행동’ 팀에서 판화를 찍어 주거나 서예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도 보였고,
그 날 현장을 지킨 반가운 분들의 사진도 여러 장 올라 와 있었다.


[스크랩 / 김진하 사진]
 
그러나 현장에서 사진을 찍지 못했으니, 올릴 사진이 없어 난감했다.

부득이 정영신씨가 찍은 사진을 여러 장 빌리기도 하고, 언론사나 지인들이 올린 사진들을 양해없이 스크랩했다.
도적질 소식이나마 검찰개혁을 위해 널리 양해해 주길 바란다.


[스크랩 / 이정환 사진]


이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다,

“공수처를 설치하라. 검찰조직을 개편하고, 부패 검찰을 처단하라”




[스크랩 / 김진하 사진]


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기자, 박재송, 정영신, 김진하, 이태호, 이정환, 성유나 /그림 안창홍작 / 글, 조문호 '




[스크랩 / 김진하 사진]

[스크랩 / 이정환 사진]

[스크랩 / 이태호사진]

[스크랩 / 이태호사진]

[스크랩 / 이태호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정영신 사진]























성북동에 있는 갤러리카페 ‘탭하우스 F64’에서 이재정씨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7일 사진가 이정환씨의 문자메시지에 영문도 모르고 나갔는데, 이재정씨 사진전 오프닝이 열리고 있었다.






카페에는 이재정씨를 비롯하여 사진가 이정환, 임성호, 변성진, 권 홍, 이미리씨 등 여러 명이 모여 있었다.






임성호씨의 사회로 이재정씨 작가의 변과 이정환씨 건배사도 있었다.
작품들은 제주4,3에 관한 사진이었다.






탁자에는 맥주와 피자가 놓여 있었으나, 통풍 때문에 맥주를 마실 수가 없었다.
마침 이정환씨가 페트병에 담긴 소주를 준비해 마시고 있었다.
‘제사보다 제사떡에 관심이 많다’는 말처럼 소주만 축냈다.






그런데, 처음 가본 ‘탭하우스F64'는 사진가 변성진씨가 운영하는 갤러리카페로 소품전 하기에는 안성마춤이었다.

한성대 입구역 5번 출구에서 300미터정도이니 교통도 편리한 편이었다.






실내장식에 카메라나 확대기 등 사진을 상징하는 장식이 많았다.

사진가의 고충이 느껴지는 가게인데, 나 역시 오래전에 술집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사진을 이용한 장식은 일반인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감격시대’에서는 해방되어 서대문교도소에서 만세 부르며 나오는 대형사진을 메인 사진으로 활용하였고,

‘이별의 부산정거장’에서는 판자 촌 같이 만들어 임응식선생의 피난 시절 사진으로 장식하였으나,

술집은 손님 자체가 장식이었다.





처음부터 손님이 많으면 계속 몰려오지만, 없는 집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었다.

그래서 매상에 도움 되지 않는 사람이라도 젊은 여인들을 불러 모아 술집에서 노닥거리게 만들었다.

실내장식 같은 사업수단이 손님을 끌어들이는데 반을 차지한다면 반은 운이 따라야 한다.






이차로 이정환씨를 따라 지척에 있는 ‘혜화 칼국수’로 갔다.
약 8년 만에 찾아 간 맛 집이지만, 육수 맛은 변함이 없었다.
임성호, 이미리씨 등 네 명이 갔으나 술을 과음한 것 같았다.





술이 취해 지하철역까지 무임승차 한다며 청소차 뒤에 메달렸는데,

청소부에게 들켜 내려와야 했다.
왜 이리 술만 취하면 나이 값을 못하고 어린애가 되는지 모르겠다.
철들자 노망한다는 소리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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