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22
지난 18일 오후는 정영신씨의 ‘어머니의 땅’ 전시 디피하는 날이었다.
사진 액자는 진즉 ‘나무아트’ 전시장에 올려놓은 터라 인사동 거리부터 돌아보았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날따라 거리공연에 나선 뮤지션이 세 명이나 되었다.
다양한 음악으로 거리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유독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러시아 소녀를 경찰관이 제지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주변에 있는 가게 주인이 신고를 했단다.
"에라이~ 돈밖에 모르는 썩을 놈의 인간들..."
바이얼린 연주가 무슨 영업 방해가 되며,
비록 방해가 된다 해도 어떻게 자식 같은 외국 소녀에게 상처를 주는가?
연주하던 소녀가 다른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걸 보고서야 ‘나무아트’에 올라가니,
이미 김진하관장이 액자를 배치하고 있었다.
전문가가 하는 일에 나설 수 없어 포장 해체하는 정도만 도왔다.
마침 거리미술가로 알려진 이태호 교수가 오셨다.
고 김수영시인 탄생 백 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에 판화 두 점을 출품하기로 했는데,
어디서 주최하는 행사인지 궁금해 했다.
정영신씨가 기획자 소개도 할 겸, 그 일을 추진하는 김발렌티노를 불렀는데,
김수영시인의 대형 시비도 만들어 둔 게 있다며, 전시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그런데, 김진하관장께서 토론토 Tai Kim씨가 보내왔다는 예쁜 엽서를 전해 주었다.
페친으로서 정선에 불난 소식을 전해듣고 얼마나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고
행운의 크로바까지 붙여 보내 와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 글을 통해서나마 그 고마움을 전해 드린다.
김진하관장의 전시 디피 솜씨는 일사불란했다.
그 많은 액자를 짜임새 있게 배치했는데,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을 마무리한 후 이태호 선생과 함께 ‘툇마루’로 식사하러 갔지만,
차 때문에 술 한잔 제대로 마실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노숙인, 길에서 살다’ 현수막을 설치할 ‘유목민’ 골목에도 잠시 들렸다.
골목 테이블에는 이인섭, 유근오, 노현덕씨가 술을 마시고 있었고,
‘유목민’ 안 쪽에는 김수길씨도 있었다.
반가운 분을 만났으나 술 한 잔 나누지 못하니 무슨 재미랴.
전시 기간 내내 짐 때문에 차를 끌고 다녀야 할 텐데,
참아야 할 술 고문은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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