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손녀 하랑이를 보게 되었다.
며느리가 넘어져 하랑이 머리를 찧었다는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달려간 것이다.
아들 햇님이가 추석 전부터 밥한 끼 먹자는 연락을 해왔으나,
추석 대목장 찍는 정영신씨와 일정이 맞지 않아 추석 뒤로 미뤘는데,
마치 미룬 것을 탓하는 것 같았다.



 
며느리는 다리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어 걱정을 덜었으나, 머리가 부딪힌 하랑이가 걱정되었다. 
울다 잠든 하랑이 머리에 외상은 없었으나, 마음 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자다 일어난 하랑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거침없는 표정에
걱정 같은 건 눈 녹듯 녹아 내렸다. 그래, 넘어지고 깨지면서 자라는 거야. 


 

처음엔 두 늙은이를 낮선 듯 멀뚱거렸으나, 금방 익숙했다.
요상하게 생긴 영감탱이 형색보다 안경이나 카메라 같은 사물에 더 관심이 많았다.
카메라 앵글을 내 눈높이에 맞추면 처다보고, 하랑이 눈높이에 맞추니 바삐 기어왔다.




이제 아랫니가 두 개 나기 시작했는데, 이빨 빠진 나보다 복숭아를 잘 먹었다.
하랑이의 일거 수 일 투족이 얼마나 이쁜지,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핏줄은 무서운 것 이었다.




사랑은 마약 인가봐.
한 번 보면 두 번 보고 싶고, 두 번 보면 세 번 보고 싶으니...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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