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푸른도시국에서 마련한 '늘 푸른 예술로 공원 워크숍'이
지난 8일부터 이틀 동안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렸다. 



 


‘지속가능성-자연의 소리듣기’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워크숍에는
나무를 통해 배우는 생태적 순환 가능성을 찾고.
공공디자인의 역할 등 다음 세대를 위한 공원의 실천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핀란드 나무장인 마르꾸 똔띨라의 특강과 나무 워크숍,
그리고 쓰레기 없는 크리스마스 장터까지 열려 영하15도의 추운 날씨를 무색케 했다.






이 워크숍은 일찍부터 약속 했으나, 몸이 편치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행사 전 날부터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눈을 떠보니, 오전 열시가 지나버렸다.
얼굴에 물만 찍어 바르고 부리나케 달려갔는데,
급해서 잡아 탄 택시는 왜 그리 움직이지 않는지 미칠 지경이었다.






길이 막혀 전전긍긍하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런데, 문화비축기지란 것만 알았지, 구체적인 장소를 몰랐다.
한참을 헤 메다 핸드폰을 꺼내보니,“비축기지 탱크2번”이라는 안애경씨의 메시지가 있었다.





도착해보니 강의가 끝날 즈음이었으나, 추운 날씨인데도 많은 분들이 와 있었다.
안애경씨가 마지막 강의를 했으나, 정신이 나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도시민이 자연과 공존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실천 방법과, 핀란드의 나무건축 이야기,

북유럽에서 나무를 대하는 철학과 교육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건축가 최신현씨를 비롯하여, 류성조, 조윤주, 박석순씨 등 반가운 분들도 여럿 만났다.






예술감독 안애경씨의 삶은 살아가는 자체가 예술이다.
핀란드를 오가며 두 나라의 문화를 걸치고 사는데,
미술과 디자인은 우리일상에 뭔가 써먹을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단다.





뭐든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작은 행동이지만

기후변화, 환경파괴 같은 당면 문제에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발견하고, 대화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그녀가 작업하는 방식이다.





지난 10월에는 서서울호수공원 쓰레기분리수거장 개선하는 일을 하더니,
지난달에는 월드컵공원의 폐목으로 낙엽 함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낙엽은 쓰레기가 아니라 자연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오후부터 핀란드 나무 장인 마르꾸 똔띨라와 국내 나무 장인들이 힘을 모아 
공원의 폐목을 활용하여 쉼터를 만드는 나무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월드컵공원에서 벌목이나 전정으로 생겨난 폐목으로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나무덩치를 현장으로 옮기는 일에서부터 나무를 자르고 배치하는 과정이 자율적이었다.
물론, 안애경씨의 노트에는 대략의 틀이 짜여져 있었겠으나,
다른 분들의 아이디어도 들어보고, 효과적이고 실리적인 방법을 토론했다.






한쪽에선, ‘쓰레기 없는 크리스 마켓’이 열렸다.
도시와 농촌을 잇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과포장·과소비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는 장터였다.
현지에서 직접 공수한 유기농 농산물이었는데, 뽁은 밥을 올린 버섯 세 개를 이천원에 사서 허기를 메웠다.






자른 통나무를 불규칙적으로 배치하고, 통나무를 모아 원탁을 만드는 등, 대략의 틀이 나오자 끝내야 할 시간이었다.
때 마침, 카메라 전지도 방전되어 더 찍을 수도 없었다. 다들 인사동으로 간다지만, 혼자 빠져버렸다.
컨디션도 안 좋지만, 군인이 총알 없으면 맥 못 추듯, 찍사가 필름 없으면 시체나 마찬가지다.






그나저나 큰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그 날이 하나 뿐인 동지의 회갑인데, 아침밥은 커녕 아무런 대책도 없이 뭉게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이튿날 천벌을 받았는지, 꼼짝 할 수 없었다.
감기몸살이 더 심해져 가야 할 워크숍에 가지 못한 것이다. 
완쾌하면 보러 갈 작정으로, 전기장판 신세만 졌다.






어제사 문화비축기지 작업 현장을 찾았더니, 아주 멋진 야외 쉼터가 완성되어 있었다.
별의 별 치장으로 삐까 뻔쩍한 쉼터들이 많지만, 이보다 더 멋진 쉼터가 어디 있겠는가?
낙엽함을 만들어 둔 빈터에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생긴 것이다.






마침 동네 사시는 두 노인이 자리 잡고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아무리 훌륭한 예술도 사람이 누리지 못한다면 쓰레기나 마찬가지다.






두 노인은 월드컵 공원이 들어서기 전의 옛이야기로 시간을 죽였지만, 그 건 역사였다.
사람과 자연과 예술이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였다.



사진, 글 / 조문호



































































































필란드를 안방처럼 드나들며, 북유럽과 한국 문화를 접목하는 예술감독 안애경씨를 만나기로 했다.

지난 18일 정오 무렵 만나, 오찬을 함께하기 위해 따라간 곳은 ‘통인시장’이었다.
코인을 구입해, 이 집 저 집 입맛에 맞는 먹거리를 골라 담았는데, 별미들이 많았다.
처음 가 보았으나, 외국관광객들도 많은 것을 보니, 이미 잘 알려진 곳인 것 같았다.






식사를 끝내고, 안애경씨의 작업실인 부암동 자택으로 옮겨갔다.
사진가 정영신씨도 함께 갈 작정이었으나, 병원 예약시간과 겹쳐 혼자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처녀의 방을 늙은이가 엿보려니 괜히 설레었다.






조그만 연립주택의 소담한 살림살이지만, 방의 소품 하나하나에 작가의 감성이 묻어 있었다.
마침, 습기가 차 비어있는 반 지하의 방 한 칸을 추가로 구입해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핀란드에서 오는 작가들의 숙소를 겸한 작업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란다.
벽에 붙어 있던 벽돌을 부서 내어 바깥에 화단 벽을 쌓으며 혼자서 천천히 꾸미고 있었는데,
페자재를 활용하여 불규칙적으로 쌓아 올린 화단 벽이 멋있었다.
그건 생활 속에서 발견하여, 대화하고 만들어가는 그녀의 디자인 방법이고, 사는 방법이었다.





안애경씨는 필란드와 다양한 국제 교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아트디렉터로, 큐레이터를 겸한 아티스트다.
자연 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안애경씨는 누구보다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도 많다.
작가의 깨어난 생각을 들을 때마다 문화에 관심 많은 분들을 상대로 한 강좌를 만들었으면 좋겠더라.
특히 문화 예술을 담당하는 전국의 공무원들은 그 강의를 꼭 들어야 했다.
문화예술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저지르는 폐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마련이다.
지방마다 혈세로 쏟아 붇는 엉터리 축제가 얼마나 많으며, 웃음이 절로 나는 조형물 또한 얼마나 많은가?
다 몰라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던가?





또한 어린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작업을 좋아해, 어린이를 위한 프로젝트도 많이 해왔다.
바꾸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산더미처럼 많지만, 혼자서 다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각 지방의 실무 공무원들이 그의 강의를 듣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안애경씨의 작업을 눈여겨 본 '서울시 푸른도시국'에서 그동안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맡겨왔다.
‘서서울호수공원’과 상암동‘문화비축기지’에서 추진하기도 했고, 이번엔 월드컵공원의 프로젝트에 관여하기로 했단다.






안애경씨의 작업실을 돌아본 후, 여러 가지 작업 구상 중인 상암동 ‘월드컵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장에 가보니, 그 곳에서 나온 다양한 목재로 목공예를 하시는 분도 계셨고,
현장에서 조형물을 설치하는 분을 비롯한 여러 명의 인부도 만났다.
대형 목각을 세우는 일에 힘을 보태기도 했는데, 일하는 분들의 환경 친화적인 마인드가 작가와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저런 작업과정과 주변 환경을 기록해야 하는데, 갑자기 카메라에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여러가지 작업을 지켜 보면서도 사진 한 장 찍지 못하니,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마침, 안애경씨도 카메라수리점에 갈 일이 있어 남대문  AS센터로 넘어 왔는데,
총이 고장 난 전사가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용하다 싶다.


사진, 글 / 조문호












예술감독 안애경씨가 야심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핀란드와 서울을 잇는 친환경 예술프로젝트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그녀 가방 속에 있다.






지난 7일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 만찬 초대로
성북동 대사관로에 있는 대사관저를 찾았다.






안애경씨를 비롯하여 서울시 푸른도시국 최윤종국장, 유영봉과장,
조윤주 문화팀장, 서서울호수공원을 설계한 건축가 최신현, 고은영부부,
도자문화교류센터 서해진대표, 사진가 정영신씨, 김영미, 이상훈씨 등
십 여 명이 초대되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 핀란드 대사 홍보담당관 엔니, 한네도 함께했다.






처음 가본 대사관저는 너무 멋졌다.
정통 북 유럽식 집이나 한국식 느낌이 나는 저택이었다.
디자인은 단순함과 실용성이 돋보였다.
카펫으로 거실을 구분해 두었는데, 조명들도 인상적이었다.






동자동 쪽방 촌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영화에서나 본 듯한 호화저택이었다.






관저보다 더 좋았던 것은 이웃집 아저씨 같이
소탈한 에로 수오미넨 핀란드 대사였다.
익살스런 표정의 친근감에 마음이 끌렸다.






이미 천민 생활에 물들어, 맛있는 요리는 뒷전이었다.
머릿속은 온통 사람답게 사는 생각뿐이었다.
세상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사람이 희망이더라.


사진, 글 / 조문호





































































‘크래프트위크2018’ 프로그램 일환으로 기획된 공예장터 ‘마켓유랑’이
지난 5월5일부터 7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렸다.






공예작가와 소비자의 소통을 위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한 크래프트위크 2018’은 다양한 공예 전시를 비롯하여
마켓 운영과 체험, 투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마켓유랑’은
볼거리와 살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가 공존하는
직거래장터로 150팀의 셀러가 참여하였다.






지난 7일 ‘동자동 사랑방’의 어버이날 잔치에 참여한
예술감독 안애경씨의 안내로 사진가 정영신, 류성조씨와 함께
공예마켓 ‘‘마켓유랑’이 열리는 ‘문화역서울 284’를 찾았다.






일단 참여한 매장 수와 다양성도 놀라웠지만,
행사장을 가득 메운 고객 숫자에 더 놀랐다.
젊은 작가들이 펼치는 공예의 일상화전은 볼거리가 너무 많았다.





사람들 틈에 끼어 이것저것 살펴보다 반가운 분도 만났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예본부장인 임미선씨였다.
작년 ‘통인가게’ 김완규회장이 마련한 오찬 모임에서 처음 만났는데,
참신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에 존경감이 일었다.






예술이 대중의 생활 속에 다가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느낀 하루였다.

사진. 글 / 조문호

















올 해로 아홉 번째인 동자동 사랑방마을어버이날 잔치가

지난 57일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동자동 새꿈 어린이공원에서 열렸다.



 


매년 어버이날마다 쪽방 주민들을 위로하는 어버이 잔치가 동자동 사랑방주관으로 열려왔다.

주민에게 모금한 돈으로 손수 음식을 장만하는 등 서로 정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다.

다들 꽃 달아드리는 이웃의 손길을 다소 어색한 눈길로 바라보았으나,

따뜻하고 흐뭇한 마음이 번지는 게, 금세 느껴졌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쪽방 촌에 거주하는 분들은 대개 자녀가 있어도 찾아오지 않거나,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며 살아가는 외로운 분들이다.

그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음식을 대접하며,

모처럼 이웃과 어울려 대포 한잔 나눌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식사 대접에는 공원에서 술을 못 마시게 하지만,

이 날만은 '동자동사랑방'에서 제공한 술을 마실 수 있으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미역국과 밥, 부침개, 족발, 소주, 막걸리, 음료수 등 준비한 음식들을 사랑방 식구들이 부지런히 날랐고,

주민들은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과 약속한 빨래집게 사진 나눔전도 열었다.

이번에는 사진가 정영신씨의 프린트 협찬으로 가능했는데,

공원에 쳐 놓은 빨래 줄에는 작년 추석 이후에 촬영된 85장과,

지난 빨래줄 전시에 걸었던 사진 중에 추가로 원하는 15점 등 모두 100점을 내 걸었다.



 


그런데, 뭔가 착각한 동자동 사랑방임원 한 사람이 사진 설치에 제동을 걸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행여 잔치 분위기를 헤칠까 대꾸하지 않은 채, 설치 예정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지나서야 걸었지만,

이건 분명 짚고 넘어 갈 사안으로, 당사자의 사과와 사랑방조합의 공식 견해를 요구할 것이다.



 


서로 돌려보기 싶도록 빨래 줄에 건 사진들은,

본인이 갈 때 거두어 가기로 되어 있으나, 잊어버렸는지 행사가 끝났는데도 절반이 남아 있었다,

나 역시 안애경, 류성조, 정영신씨 등 손님 맞느라 사진을 챙겨 드리지 못했다.

어쩌면 사진을 빌미로 다시 술 한 잔 나눌 수도 있으니,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미처 만들지 못한 사진이나 추가로 촬영된 사진은 올 추석에 돌려드릴 작정이다.

동자동 사랑방추석잔치는 고향 떠나기 하루 전에 치루지만,

빨래줄 사진 나눔 전은 작년처럼 추석 당일에 실시할 예정이다.

고향이나 가족을 찾아 갈 수 없는 분들을 위한 배려이니,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



 


그리고 본인 사진이 없다고 서운해 하지 말고, 혹시 거리나 공원에서 만나면

어이~ 사진 한 판 멋지게 찍어 줘라고 말을 하라, 결국 남는 건 사진뿐이다.

그 기록들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사가 될 것이다.





행사가 끝난 후, 찾아 온 손님들과 어울려 서울역 284’에서 열리는 “Market EuRang"에 들려

젊은 작가들이 펼치는 공예의 일상화전도 들려보고, 서울역 맛집에서 늦은 점심도 먹었다.

돌아오다 보니, 서울역 주변에서 쓰러져 자는 김지은씨 등 노숙하는 친구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은 어버이날 행사조차 끼일 수 없으니, 카네이션은 커녕 따뜻한 밥 한 끼 챙겨먹지 못한 것이 뻔하다.

빈속에 독주만 들이켰으니, 저렇게 쓰러져 잘 수밖에...




 

행사를 치룬 공원에는 몇 몇 분들이 남아 한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이상준씨는 나에게 전해 주라며 김도이씨가 맡겨 두었다는 비누와 향이 든 선물 봉지를 주었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을 텐데그의 고마운 마음 잘 간직하겠다.




 

옆에 있던 이기영씨가 나를 불렀는데, 갑자기 호칭이 달라졌다.

평소에는 어이~“라며 만만하게 대하는 친구가 "조기자, 나 좀 보세라고 점잖게 말하지 않는가.

닭발을 먹고 있어 "닭발에 걸려 헛소리냐고 대꾸했더니,

나에 대해 모르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찾아 온 여인들과 총총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여러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았다.

이기영씨야 인터넷을 하지 않으니 아무 것도 몰랐으나,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간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기자라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았다.



    

 

배운 짓이 사진 찍는 일과 글 쓰는 일 뿐이니, 이곳에서나마 보탬이 되면 좋지 않냐고 말했으나,

예전처럼 편안한 사이가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기자와 주민 사이에 생기는 거리감 같은 경계가 쉽게 해소될 수 없을 듯 하다.

여지 것 가장 우려해 왔던 일이 현실로 다가 온 셈이다.



 


이날 잔치에는 동자동사랑방김호태 회장을 비롯하여 많은 주민들이 협력하여 일사불란하게 치러졌는데,

외부 손님으로는 예술감독 안애경씨와 사진가 정영신, 김 헌씨, 그리고 류성조, 이보영씨 등

여러 명이 함께하여 보람된 어버이날 행사를 도우며 지켜보았다.

 

다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어, 내년에 다시 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진, / 조문호





































































































































































 




필란드를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예술 감독 안애경씨가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 퇴비장 만드는 일에 손을 걷어 붙였다.

그는 예술가이기 이전에 자연환경에 유달리 애착이 많은 작가다.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으려, 장바구니에 유리컵을 챙겨가는 것을 잊지 않는다.

오래 전 우연히 문화비축기지를 지나치다 떨어지는 낙엽을 쓰레기로 버리려 포대에 담는 것을 목격한 후로

그 곳에 퇴비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낙엽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거름이 되지만, 공원관리인들은 그냥 두고 보지 못한다,

시멘트 길을 밟는 것보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는 것이 훨씬 좋으련만, 낙엽은 떨어지기가 무섭게 쓸어버린다.

엄청난 쓰레기더미와 공해문제에 직면하는 오늘, 모든 걸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는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에 앞서 스스로 작은 일이라도 생활 속에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첫 작업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문화비축기지에서 나오는 자연퇴적물들을 끌어 모아,

퇴비로 활용할 수 있는, 퇴비장을 만드는 일이었다.

공원을 비롯한 공공장소가 무조건 깨끗하고 사적인 편리함만 찾는 장소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낙엽을 비롯하여 자연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을 버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태계로 돌아갈 수 있는 순환구조가 되어야 한다며,

앞으로 시멘트를 걷어내어 나무를 심는 등 살아있는 작은 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이어 갈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26일 문화비축기지에 퇴비장을 만든다는 안애경씨의 연락을 받았다.

서울에 살며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거기서 어떠한 일을 하며,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몰랐기에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오전 10시 무렵,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맞은편에 있는 문화비축기지에 도착했는데, 탱크식 건축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축구장 22개의 크기라는 넓은 부지에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으나, 무슨 문화가 비축되어 있는지 궁금증도 발동했다.

입구 쪽에는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사용되는 콘테이너 박스가 연결되어 있었고,

주 건물은 커피매장의 휴식공간과 전시장이 만들어져 있었으나, 퇴비장 작업으로 돌아볼 시간은 없었다.


 

컨테이너 박스 바로 옆의 나대지에서 안애경씨와 필란드 디자이너 HENRIK ENBOM 등 몇 명이 열심히 퇴비장을 만들고 있었다.

지지대인 나무를 땅에 박은 후 철망으로 돌려 원형의 퇴비장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곳에 집어넣을 버려진 갈대와 지푸라기도 모아두고 있었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는데,

퇴비장을 만든 다는 것을 알게 된 한 입주 작가는 악취가 나면 어떻게 하냐며 지레 겁을 먹기도 했다.

다들 자연을 생각하기보다 일신의 편리함이나 생활화되어 온 관습에서 조금이라도 이탈하면 못 견디는 게 체질화 되어 있었다.


 

마침 공원관리인이 쓰레기 한 점 없이 깨끗한 시멘트 길을 강력한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모터소리의 굉음도 시끄러웠지만, 그 먼지가 작업장까지 날아왔다.

안애경씨가 만류하여 그만두었지만, 이 모든 것이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의 대표적 사례다.

일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위이거나, 아니면 흙먼지 하나 없는 말끔한 길을 만들겠다는 잘 못된 생각이다.

그들 이야기로는 조금만 지저분해도 바로 민원이 들어 온 다는 것이다.

눈치 보는 공무원이나 결벽증 걸린 시민이나 문제가 있기는 다 마찬가지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이동 했는데, 그 인근에는 식당이 없어 월드컵공원전시장에 있는 구내식당으로 가야 했다.

산책길로서는 적당한 거리지만, 다리 불편한 노인 걸음으로는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가면서 유심히 바라 본 거리 풍경의 모순점도 하나 둘이 아니었다.

무슨 금지 팻말이 그렇게 많고, 무슨 감시카메라가 그렇게 많고, 또 규제 안내는 그리 많은지,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애들만 사는 유치원 같았다. 심지어 듣도 보도 못한 현수막도 있었다.



여지 것 금연이란 팻말은 숱하게 보았지만, ‘음주청정지역이란 현수막은 처음 보았다.

성교청정지역이란 팻말은 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다.

하기야! 아침에 버스 타고 지나치다 구시대의 유물 같은 돌비석을 보지 않았던가.

마치 새마을 운동 구호 같은 바르게 살자란 글귀의 돌비석이 은평 사거리에 있었는데,

그런게 서울시내 한가운데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게 신기했다.


 

각설하고, 퇴비장 만드는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안애경씨의 지휘 하에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는데,

오후 다섯시 무렵에야 철망으로 만들어진 퇴비장 여섯 개와 나무로 된 퇴비장 하나를 완성한 것이다.

만드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고 그 속에 갈대와 잡초들을 집어넣어 이렇게 사용하라는

본보기까지 남기는 안애경씨의 모습이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같았다.


 

작업이 끝난 후, 안애경씨는 미리 준비한 술과 잔을 끄집어내어 축배를 들었다.

무슨 술인지는 모르지만, 달콤한 그 맛에 사람 사는 맛을 느꼈다.

혹시 그 지역은 음주청정지역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쓰레기 대란이 눈앞에 닥쳐오고 있다. 자연퇴적물은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가급적 포장이 간소화된 상품만 구입하는 등 시민 스스로 환경에 대한 인식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항상 자연환경부터 생각하길 바란다.

 

안애경씨 말처럼 다음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항상 생각하라.

 

사진, / 조문호




































































 

 

 





지치고 병든 육신이 좀처럼 풀릴 낌세를 보이지 않는다.
고드름축제장의 정영신씨 장터전시 끝내며 앓게 된 몸살이 이젠 목과 가슴까지 압박한다.
부득이 병원에 끌려 갈 수밖에 없었는데, 심한 흡연도 일조한 것 같다.
죄목으론 자기신체 학대 죄라지만, 그게 내 업이라면 업인데, 어쩌겠는가?

그동안 미술감독 안애경씨 와의 ‘서서울호수공원’ 미팅 약속,
‘브레송갤러리’에서 열린 이광수교수의 사진비평집 ‘카메라는 칼이다’ 출판기념회,
‘스페이스22’에서 열린 박하선 사진전개막식, 강민시인을 비롯한 원로문인들과의 오찬 약속 등 빵구낸 일만도 수두룩하다.

다가오는 금요일은 무조건 병원을 탈출할 계획을 세워두었다.
동자동에서 해야 할 일도 한둘이 아니지만, 화암 ‘G갤러리’에서 열리는 ‘산골 사람’전에도 가보아야 한다.

전시 작가란 자가 사진들만 전해주고 전시장에 가보지 못했으니, 김형구관장 뵐 면목이 없다.
그리고 귤암리 ‘동강할미꽃축제’에도 상의할 일이 있다며 만나자고 한다.
이젠 전시 같은 가시적인 일은 만들지 말고, 즐거운 작업에만 전념하기로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다.

이번 일만도 힘겹게 벌어 병원비로 날리고 만 셈이니, 사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래부터 돈과는 연이 없었으니, 손해 볼 일은 없겠지만, 돈 때문에 병을 만들지 않았는가?
옛속담처럼 국 쏟고 뭐 데는 격이다.

사진, 글 / 조문호













 

미술감독 안애경씨를 만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5월경 통인가게 김완규대표가 마련한 오찬모임에서 처음 보았다.

마침 옆자리에 앉아 그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었는데,

필란드를 오가며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맡는 아트 디렉터였다.

현장에서 일하며 느낀 모순적인 폐단들을 이야기했는데,

일단은 생각이 깨어 있었다.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한 달 쯤 지나 정동의 신부님이 운영하는 국밥집에서 밥 한 끼 먹자는 연락을 받았다.

올 여름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어린이아트캠프 ‘TO BE FREE'를 진행하는데,

와서 사진 좀 찍어줄 수 없냐는 것이다.

돈만 주면 젊고 잘하는 사진가들이 많은데, 굳이 늙은이더러 부탁하는 게 좀 그랬다.

그러나 그녀는 사진보다 진심으로 어린이들과 놀아 줄 사람을 찾는 것 같았다.

하기야! 이 빠진 늙은이의 웃음에 깔깔댈 얘들을 생각하니, 나도 하고 싶어졌다.



 


덕분에 올 여름 진행된 아트캠프에서 이틀 간 어린이들과 놀게 되었는데,

작업 전반에 대해 유심히 지켜 볼 기회가 되었다.



 


어린이 아트 캠프는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어린이들에게 창의적인 예술교육을 접목시키는 프로젝트였다.

함께 어울려 경험하며 주변 환경과 연관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것으로,

어린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그들의 체험이 공공디자인의

기본 아이디어로 활용되는 프로젝트였다.



 


핀란드의 젊은 작가 여러 명이 함께 참여한 예술캠프였는데,

참여한 어린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펴도록 이끌어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열린 교육의 실체를 보았다.

아마 어린이들에게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뒤 워크샵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의 형상을 공원에 설치하기로 되어있었다.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는 날아가는 물고기였다.

그래서 '서서울호수공원' 모래밭에 날아가는 악어가 디자인 된 것이다.

그 위에 그린 어린이들의 그림은 각기 다른 색의 타일조각으로

디자인 되었는데, 결국은 안애경씨가 해야 될 일이었다.



 


이 추운 겨울 현장에서 텐트치고 일하는 것 보니 기가 막혔다.

도와준 안반장이란 분이 있었지만,

날카로운 타일 조각을 갈아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을 텐데 말이다.

올여름 시작되어 추운 겨울에 마무리되는 이 작업의 전체 예산을 알고 깜짝 놀랐다.

얼핏 듣기로, 천삼백에서 사백사이 인 것 같았다.





몇 명의 핀란드작가 비행기 삯만도 만만찮을 텐데,

체재비와 그동안의 작업경비를 더하면 보나마나 밑지는 장사일 것 같았다.

다들 돈만큼만 하고 대충 마무리하는 관행을 보았던 터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동안 서서울호수공원관리소와의 마찰도 많았는데, 협조는커녕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다.

잘 못된 관행과 잘 못된 상식과의 싸움도 만만찮았다.



 


지난 1, 작품이 마무리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른 일이 있었지만, 어린이들의 꿈이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 달려갔다.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김포역에 내렸으나, 그만 버스를 잘 못 갈아타 시간이 지나버렸다.

도착하니, 작업현장은 천막으로 덮어 모래로 묻어 놓았다.

전화 했더니, 서서울호수공원을 설계한 조형건축가 최신현씨가 찾아와

공원을 돌아 본 다는 것이다.



 


작품이 궁금해 덮인 모래를 걷어내고 있는데, 안애경씨가 달려왔다.

못 오는 줄 알았다며 함께 걷어 냈는데, 드디어 나는 악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관이었다. 고생한 보람을 느낄 만 했다.

 

악어가 임신을 했다며, 여기 저기 새끼를 많이 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내년 봄에 참여했던  많은 어린이들을 초대해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다시 덮어 고정시켜두고 나오니, 그때 사 최신현씨가 나타났다.

    


 



일전의 워크샵에서 보았으나, 그가 설계한 공원을 보며 존경심을 가진 터라 반가웠다.

함께 어울려 떡뽁기도 먹고 떡라면도 먹었다.

조그만 찻집 다락에 올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관리소 직원들 생각하면 두 번 다시 오기도 싫을 텐데,

내년에 또 다른 일거리가 있다며, 그 구상을 이야기했다.

다목적홀 뒤편에 있는 빈 공간을 청소원이나 인부들이 쉴 수 있는 둥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만이 아니라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휴식처도 만들어주고,

지나치는 시민들의 눈요기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녀를 지켜보며, 낮은 사람들을 대하는 한결같은 그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쪽방에서 생활하다 허리가 상했다는 이야기를 폐북에서 보고는

캠프에 참여한 필란드 목공예가를 데려와 침대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옆에 사는 쪽방사람들의 편의까지 생각해 같이 둘러앉을 수 있는 탁자까지 마련하려했으나,

쪽방 관리자가 단호히 거절했다. 함께 어울려 입 맞추는 것이 싫은 듯했다.

그 뿐 아니라 공원 입구 고목 밑에 노인들이 세워 둔 탁자에 편히 쉬라며

통나무 의자를 만들어 주었으나, '서울문화재단' 직원들이 치워버렸다.



 


다들 관리상의 편의만 생각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예술이란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다 같이 누려야 한다는 생활 속의 예술을 말하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모든 생각이 열려 있었다.

각 지자체 문화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녀의 사생활은 잘 모르지만, 추측컨대 환갑을 가까이 둔 독신으로 알고 있다.

여지 것 많은 예술가들을 만나 왔지만, 이만한 사람을 만나기가 싶지 않았다.


 


내일 필란드로 떠난다며, 크리스마스카드를 미리 전해주었다.

엊저녁 손수 짰다는 목도리까지 가져왔는데, 감아주는 손길이 너무 따뜻했다.

안애경씨는 끝까지 사람을 감동시켰다.

 

사람을 중하게 여기지 않는 예술은 사기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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