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정선 만지산에 반가운 손님이 오셨다.
삼척 도계에 사시는 이재일씨와 윤정일씨로, 이재일씨는 16년 전부터 잘 아는 분이다.

 

 

 



 

그동안 소식이 끊겼다가 페이스북에서 만나 소식을 주고받아 왔던 터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으나, 나만 쭈그러진 영감쟁이로 변했지, 재일씨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더라.

 

 

 



 

진즉부터 도계에 한 번 놀러오라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못 갔더니,
옛 기억을 더듬어 만지산까지 직접 찾아온 것이다.

 

 

 



 

이재일씨를 보니 재일씨의 사촌동생 박남일씨가 생각났다.
그는 ‘일필선사’로 불린 옛 친구인데, 의료사고로 세상을 등진 불운의 사나이였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마재배 전문가였고, 대마 애연가였다.

 

 

 

 

발길 닿지 않는 한지에 매년 서너 포기 키웠는데,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공을 들였으면,
아무도 그 향과 맛을 따르지 못했다.

 

 

 

 

수확 때만 되면 주변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는데, 그 맛은 과히 작품의 경지였다.
심지어 위스키에 담가 둔 대마주나 차로 우려내기까지 했는데, 정말 일품이었다.

 

 

 

 

그 재배법을 전수받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많다.

 

 

 

 

 

 

 

 

 

이제 전설이 되어버린 일필선사를 잊지 못하는 것은, 대마보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더 매료되었을 것이다. 

 

 

 


 각설하고, 만지산을 찾은 손님들과 어울려 낯부터 고기를 구워 술판을 벌였다.
이가 신통찮은 것을 알고 부드러운 등심을 사오셨는데, 고기보다 술이 더 잘 넘어갔다.

 

 

 

마침, 옆집의 윤인숙, 한순식씨와 더불어 이웃마을 최재순씨가 산에서 돌아온 것이다.
버섯 따러 갔다 왔다는데, 올해는 날씨가 특이해 버섯 대풍이라고 했다.

 

 

 

생전 먹어보지 못한 계란버섯과 밤버섯을 안주로 내 왔는데, 고기 맛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다들 새로운 친구가 되어 훈훈한 정을 나누었다.

 

 

 

운전 때문에 술 마시지 못하는 이재일씨 때문에 술자리가 길지는 못했으나, 소주 여덟 병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술에 취하고 인정에 취한 정선 만지산의 하루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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