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란드를 안방처럼 드나들며, 북유럽과 한국 문화를 접목하는 예술감독 안애경씨를 만나기로 했다.

지난 18일 정오 무렵 만나, 오찬을 함께하기 위해 따라간 곳은 ‘통인시장’이었다.
코인을 구입해, 이 집 저 집 입맛에 맞는 먹거리를 골라 담았는데, 별미들이 많았다.
처음 가 보았으나, 외국관광객들도 많은 것을 보니, 이미 잘 알려진 곳인 것 같았다.






식사를 끝내고, 안애경씨의 작업실인 부암동 자택으로 옮겨갔다.
사진가 정영신씨도 함께 갈 작정이었으나, 병원 예약시간과 겹쳐 혼자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처녀의 방을 늙은이가 엿보려니 괜히 설레었다.






조그만 연립주택의 소담한 살림살이지만, 방의 소품 하나하나에 작가의 감성이 묻어 있었다.
마침, 습기가 차 비어있는 반 지하의 방 한 칸을 추가로 구입해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핀란드에서 오는 작가들의 숙소를 겸한 작업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란다.
벽에 붙어 있던 벽돌을 부서 내어 바깥에 화단 벽을 쌓으며 혼자서 천천히 꾸미고 있었는데,
페자재를 활용하여 불규칙적으로 쌓아 올린 화단 벽이 멋있었다.
그건 생활 속에서 발견하여, 대화하고 만들어가는 그녀의 디자인 방법이고, 사는 방법이었다.





안애경씨는 필란드와 다양한 국제 교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아트디렉터로, 큐레이터를 겸한 아티스트다.
자연 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안애경씨는 누구보다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도 많다.
작가의 깨어난 생각을 들을 때마다 문화에 관심 많은 분들을 상대로 한 강좌를 만들었으면 좋겠더라.
특히 문화 예술을 담당하는 전국의 공무원들은 그 강의를 꼭 들어야 했다.
문화예술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저지르는 폐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마련이다.
지방마다 혈세로 쏟아 붇는 엉터리 축제가 얼마나 많으며, 웃음이 절로 나는 조형물 또한 얼마나 많은가?
다 몰라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던가?





또한 어린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작업을 좋아해, 어린이를 위한 프로젝트도 많이 해왔다.
바꾸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산더미처럼 많지만, 혼자서 다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각 지방의 실무 공무원들이 그의 강의를 듣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안애경씨의 작업을 눈여겨 본 '서울시 푸른도시국'에서 그동안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맡겨왔다.
‘서서울호수공원’과 상암동‘문화비축기지’에서 추진하기도 했고, 이번엔 월드컵공원의 프로젝트에 관여하기로 했단다.






안애경씨의 작업실을 돌아본 후, 여러 가지 작업 구상 중인 상암동 ‘월드컵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장에 가보니, 그 곳에서 나온 다양한 목재로 목공예를 하시는 분도 계셨고,
현장에서 조형물을 설치하는 분을 비롯한 여러 명의 인부도 만났다.
대형 목각을 세우는 일에 힘을 보태기도 했는데, 일하는 분들의 환경 친화적인 마인드가 작가와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저런 작업과정과 주변 환경을 기록해야 하는데, 갑자기 카메라에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여러가지 작업을 지켜 보면서도 사진 한 장 찍지 못하니,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마침, 안애경씨도 카메라수리점에 갈 일이 있어 남대문  AS센터로 넘어 왔는데,
총이 고장 난 전사가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용하다 싶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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