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푸른도시국에서 마련한 '늘 푸른 예술로 공원 워크숍'이
지난 8일부터 이틀 동안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렸다. 



 


‘지속가능성-자연의 소리듣기’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워크숍에는
나무를 통해 배우는 생태적 순환 가능성을 찾고.
공공디자인의 역할 등 다음 세대를 위한 공원의 실천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핀란드 나무장인 마르꾸 똔띨라의 특강과 나무 워크숍,
그리고 쓰레기 없는 크리스마스 장터까지 열려 영하15도의 추운 날씨를 무색케 했다.






이 워크숍은 일찍부터 약속 했으나, 몸이 편치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행사 전 날부터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눈을 떠보니, 오전 열시가 지나버렸다.
얼굴에 물만 찍어 바르고 부리나케 달려갔는데,
급해서 잡아 탄 택시는 왜 그리 움직이지 않는지 미칠 지경이었다.






길이 막혀 전전긍긍하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런데, 문화비축기지란 것만 알았지, 구체적인 장소를 몰랐다.
한참을 헤 메다 핸드폰을 꺼내보니,“비축기지 탱크2번”이라는 안애경씨의 메시지가 있었다.





도착해보니 강의가 끝날 즈음이었으나, 추운 날씨인데도 많은 분들이 와 있었다.
안애경씨가 마지막 강의를 했으나, 정신이 나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도시민이 자연과 공존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실천 방법과, 핀란드의 나무건축 이야기,

북유럽에서 나무를 대하는 철학과 교육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건축가 최신현씨를 비롯하여, 류성조, 조윤주, 박석순씨 등 반가운 분들도 여럿 만났다.






예술감독 안애경씨의 삶은 살아가는 자체가 예술이다.
핀란드를 오가며 두 나라의 문화를 걸치고 사는데,
미술과 디자인은 우리일상에 뭔가 써먹을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단다.





뭐든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작은 행동이지만

기후변화, 환경파괴 같은 당면 문제에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발견하고, 대화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그녀가 작업하는 방식이다.





지난 10월에는 서서울호수공원 쓰레기분리수거장 개선하는 일을 하더니,
지난달에는 월드컵공원의 폐목으로 낙엽 함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낙엽은 쓰레기가 아니라 자연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오후부터 핀란드 나무 장인 마르꾸 똔띨라와 국내 나무 장인들이 힘을 모아 
공원의 폐목을 활용하여 쉼터를 만드는 나무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월드컵공원에서 벌목이나 전정으로 생겨난 폐목으로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나무덩치를 현장으로 옮기는 일에서부터 나무를 자르고 배치하는 과정이 자율적이었다.
물론, 안애경씨의 노트에는 대략의 틀이 짜여져 있었겠으나,
다른 분들의 아이디어도 들어보고, 효과적이고 실리적인 방법을 토론했다.






한쪽에선, ‘쓰레기 없는 크리스 마켓’이 열렸다.
도시와 농촌을 잇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과포장·과소비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는 장터였다.
현지에서 직접 공수한 유기농 농산물이었는데, 뽁은 밥을 올린 버섯 세 개를 이천원에 사서 허기를 메웠다.






자른 통나무를 불규칙적으로 배치하고, 통나무를 모아 원탁을 만드는 등, 대략의 틀이 나오자 끝내야 할 시간이었다.
때 마침, 카메라 전지도 방전되어 더 찍을 수도 없었다. 다들 인사동으로 간다지만, 혼자 빠져버렸다.
컨디션도 안 좋지만, 군인이 총알 없으면 맥 못 추듯, 찍사가 필름 없으면 시체나 마찬가지다.






그나저나 큰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그 날이 하나 뿐인 동지의 회갑인데, 아침밥은 커녕 아무런 대책도 없이 뭉게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이튿날 천벌을 받았는지, 꼼짝 할 수 없었다.
감기몸살이 더 심해져 가야 할 워크숍에 가지 못한 것이다. 
완쾌하면 보러 갈 작정으로, 전기장판 신세만 졌다.






어제사 문화비축기지 작업 현장을 찾았더니, 아주 멋진 야외 쉼터가 완성되어 있었다.
별의 별 치장으로 삐까 뻔쩍한 쉼터들이 많지만, 이보다 더 멋진 쉼터가 어디 있겠는가?
낙엽함을 만들어 둔 빈터에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생긴 것이다.






마침 동네 사시는 두 노인이 자리 잡고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아무리 훌륭한 예술도 사람이 누리지 못한다면 쓰레기나 마찬가지다.






두 노인은 월드컵 공원이 들어서기 전의 옛이야기로 시간을 죽였지만, 그 건 역사였다.
사람과 자연과 예술이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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