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울호수공원 모래밭에 날아가는 물고기가 만들어진다.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로 미술감독 안애경씨가 진행하는 “예술로 놀이터” 작업이 이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여름 이틀 동안 열린 어린이아트캠프 ‘TO BE FREE'에서 도출해 낸 어린이들의 생각을 형상화하는 작업으로,

그동안 4차에 걸친 작업 끝에 전체적인 윤곽이 들어나고 있다. 이젠 섬세한 공정만 남아 안애경씨 혼자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일 오전 무렵 '서서울호수공원'에 갔더니, 진행을 맡은 안애경씨와 일을 도와주는 안반장이란 분만 나와 있었다.

탁자 위에는 많은 쟁반과 그릇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갖가지 부서진 타일조각들이 종류별로 담겨 있었다.

작업을 편하게 하기 위해 자재들을 정리했으나, 마치 식탁처럼 만들어 놓았다. 한쪽에는 프라스틱 통에 꽃도 꽂혀 있었다.





그런데, 웃음이 절로 나는 기막힌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서서울호수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안애경씨가 진행하는 작업을 아주 못 마땅하게 여겨왔다.
'서울시청'공원녹지과에서 주관하는 일이라 어쩔 수는 없지만, 협조는커녕 사사건건 물고 늘어진다는 것이다.

이 날도 공원관리사무실에서 이들을 감시하느라 CCTV 화면을 아예 작업현장에 고정시켜두었다고 한다.

작업을 돕던 안반장이 사무실에 갔더니, 공원에 왜 음식상을 차리냐며 당장 치우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웃기는 코미디인가?






또 한 가지 어처구니 없는 일은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교육센터 부지에서 일어 난 이야기다.
'서서울호수공원' 초입의 한적한 고목 밑에 동네 어르신들이 쉬기 위해 나무원탁을 땅에 묻어 고정시켜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안애경씨가 통나무를 짤라 의자를 만들어 드려 어르신들의 좋은 쉼터가 되었는데,

어느 날 교육센터에서 갑자기 철거해 버렸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 넓은 공간에서 별 일도 없는 한 두 사람 직원을 위해 난방비만 팡팡 써야하는가?

난, 문제점이 많은 문화재단 자체의 무용론을 늘 말하는데, 이제 일하는 직원마저 전형적인 복지부동 공무원을 닮아간다.






마지막 비명을 토하는 서서울호수공원의 단풍에 끌려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여지 것 이토록 아름다운 단풍에 취해 본 적이 제대로 있었던가.

우아한 색깔로 변하는 마지막 낙엽은 짙은 색에 비할 바가 아닌지라, 그 아름다움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내 주제에 이런 호강을 해도 되나 싶었다.

여지 것 아마추어 사진인들이 너도 나도 아름다운 풍경만 쫒아 다녀 나무라기도 했으나, 이해는 되었다.





작업장으로 돌아와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안애경씨 따라가서 떡라면도 얻어먹었다.


지난 작업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날아가는 상상을 하랬더니, 물고기에 풍선을 다는 어린이도 있었고,

날개달린 물고기도 있었다고 한다. 이젠 물고기 조형물에 그린 어린이 그림에다 타일조각으로 멋지게 단장하는 일만 남았다.


작업 도중 공원에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안애경씨는 일손을 멈추고 그들을 맞아주었다.

어린이들과 놀아주며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작업을 서둘지 않았다.






그런데, 타일조각으로 디자인하는 본 작업보다, 주워 모은 타일을 잘게 부수거나 색깔별로 구분하는 일에 시간을 너무 뺏기는 것 같았다.

단순한 일인지라 도와주려 했으나, 느닷없이 내리는 비로 그마저 일손을 멈추게 했다.

서둘러 작업장 자재들을 모아 덮어 두고 돌아왔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날아가는 물고기 위에 올라 타 즐거워 할 어린이들의 모습이 빨리 보고싶어진다.

사진, 글 / 조문호































 



아래 사진은 설명회가 끝난 후 오찬을 함께한 관계자들, 좌로부터 최신현,최윤종, 조윤주, 안애경,정영신, 건너 송형남씨




‘예술로 놀이터’에 대한 주민참여 워크숍 설명회가 지난 9일 오전10시부터 서서울호수공원 다목적 홀에서 진행되었다.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에서 준비하고, 예술감독 안애경씨의 기획에 의해 진행되었는데,

지난 7월31일과 8월1일 양일간에 걸쳐 열린 ‘어린이 아트캠프’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형상화하는 의미 있는 설명회였다.





이 날 ‘예술로 놀이터’ 조성을 위한 주민과의 만남에는 당초 서서울호수공원을 설계한 조형건축가 최신현씨,

예술감독 안애경씨, 서울시 푸른도시국장 최윤종씨, 공원문화팀장 조윤주씨, 주무관 송형남씨 등의 관계자를 비롯하여

사진가 정영신씨와 아트캠프에 참여한 어린이 가족 등 일부 주민들이 함께했다.






먼저 조윤주 팀장의 취지 안내와 경과 소개가 있은 후, 지난 달 ‘어린이 아트캠프’에서 진행된 영상기록을 보여 주었다.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과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어린이들의 꾸밈없는 표현들은

어른들이 생각할 수 없는 꿈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꿈이 담긴 그림들을 아이디어로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조형물을 만든다는 것이다.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서서울호수공원’은 2009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는데,

제2의 선유도 공원이라 불릴 만큼 친환경적인 공원으로 여의도 공원과 맞먹는 규모다.




옛 신월정수장을 개조한 공원에는 김포비행장으로 오가는 비행기 소리에 분수가 작동하기도 한다.

‘물’과 ‘재생’을 주제로 최신현씨의 시각의 파격을 안겨주는 설계에 의해 2009년 10월에 개장되었다.

그 이듬해 '미국조경가협회'에서 시상한 General Design 부문 Honor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당초 설계한 조형건축가 최신현씨가 나와 설계한 디자인 배경을 설명하며,

건축과정에서 일부 변형된 점을 아쉬워하기도 했고,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져 더욱 발전시켜 줄 것을 당부했다.




 


예술감독 안애경씨는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한 설치 조형물에 대한 밑그림을 보여주며

설계 건축가 최신현씨의 자문을 얻어 오는 10월경 주민들과 함께 만들 것이라고 말했는데,

신월동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기대하시라. 예술로 거듭나는 ‘서서울호수공원’의 또 다른 변신을,,,”

사진, 글 / 조문호
























오른 쪽부터 헬레나, 안애경, 박세연, 유아, 소피아 / 어린이아트캠프에서



정선 일을 마무리 못한 채, 급히 동자동으로 돌아와야 했다.
지난 번 어린이아트캠프에서 찍은 사진을 미처 전해주지 못하기도 했지만,
필란드로 떠나기 전에, 헬레나양이 쪽방에다 작은 목침대를 만들어주겠다는
안애경씨의 전갈을 받은 것이다.

허겁지겁 돌아와, 전해 주어야 할 캠프사진부터 정리하느라 허리께나 돌려 댔는데,
어떻게 작업 끝 날 시간을 그리 잘 맞추었는지,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나타나 주었다.






목공예가 헬레나만이 아니라 미술감독 안애경씨와 미디어작가 유하, 소피아 등 네 사람이

지난 8일, 내가 사는 동자동 쪽방으로 몰려 온 것이다.
서로 나누어 짐을 올리기야 했지만, 그 몸집 큰 헬레나가 가조립된 목침대를 들고
좁은 4층 계단까지 땀 흘리며 낑낑대는 모습은 안 서러웠다

좋은 친구들의 연에 의한 도움이긴 했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이 눈에 밟혔다,
솔직히, 나 혼자만의 특혜 같은 미안 함에 몸둘 바를 몰랐다.
아무튼, 어려운 사람들에게 백배 천배로 돌려 도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그 다짐으로 위안했다.




그런데 내가 사는 쪽방 건물 3-4층을 관리하는 정씨가 문제를 제기했다.
방에다 임의로 선반하나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방에 붙이는 선반이 아니라 독립된 침대라고 했더니, 장판에 자욱이 남는다는 억측을 펴기도 했다.

이런 개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으니라고...
이 건물이 사라지기 전에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밀어붙였다.


전형적인 완장부대의 갑 질이었다.
보름 전에도 실수로 복도에 페인트를 쏟은 노인에게 우격다짐 하는 것을 보았는데,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오니 쫓겨 나고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는 사람이 집 주인인데, 어찌 관리인이 주인을 내 쫓을 수 있나?

이 친구는 완장부대의 갑질이 몸에 베어 그렇지만, 계란 후라이를 나누어 주는 등 잔 정은 있다.
다른 입주자와는 달리 많은 신경을 써 주어, 큰 소리 칠 형편은 아니었으나,
못된 버르장머리는 기어이 고쳐놓고 말겠다는 다짐도 했다.


네 사람이 달려 붙어 좁은 복도에서 목재들을 이어 붙였는데,
순식간에 멋진 침대가 만들어졌고, 남은 공간에 맞는 책상과 의자까지 들여왔다..
갑자기 쪽방이 호텔방으로 격상한 기분이었다.


방바닥에 앉아 일하다 허리 다친 걸 아는 안애경씨의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편리함만이 아니라 쪽방의 공간 활용도까지 높아진 것이다.
침대 밑 공간이 생겼으니, 그 밑에 많은 물건을 집어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공간이면 신혼살림 차려도 좋겠다는 야무진 꿈도 꾸었다.
수고하신 친구들에게 조그만 사례라도 하고 싶어 벽에 붙은 사진 중에 골라보라 했더니,
다들 내가 좋아하는 사진들만 골랐다. 이심전심이었다.
당장 프린트하여 선물할 순 없었지만, 안애경씨 편으로 보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다들 수고 하셨는데,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하지 못하고 보낸게 아쉬웠다.
이토록 아름다운 친구들이 있으니, 그래도 살만한 세상인 것 같다.
그들의 인정으로 엄청난 행복감을 느꼈으니, 그들은 분명 행복 전도사 임이 틀림없다.


사진, 글 / 조문호
















어린이 아트 캠프 ‘TO BE FREE'가 지난 7월31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서서울호수공원' 다목적홀에서 진행되었다.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에서 주관하는 이 ‘어린이 아트 캠프’는 친환경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교육의 일환으로,

함께 어울려 경험하며 주변 환경에 연관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좋은 예술교육이었다.






그동안 핀란드를 오가며 국내외 주요 프로젝트를 맡아 온 안애경씨가 미술감독을 맡았고, 핀란드 작가 요나스, 유하, 소피아,

헬레나, 그리고 영어교사인 김정은씨, 미국 유학생인 박세연씨,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 송형남씨 등

모두 여덟 명이 캠프에 참여한 어린이들과 어울려 놀았다. 다들 개구쟁이 같았다.

창작에 중요한 요인인 호기심에 불을 지펴, 어린이들의 움 추린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게 했다.






캠프로 정한 '서서울호수공원'은 옛 신월정수장의 침전조를 재활용하여 기존의 콘크리트 벽과 기둥들이 그 골격을 이루는데,

수직과 수평의 선을 활용한 동선에 따라 면과 선을 가로지르고 서로 만나고 헤어지면서 3차원의 공간을 연출한다.

제2의 선유도 공원이라 불릴 만큼 친환경적인 공원인데, 녹슨 수도관이나 골조의 배치가 시각의 파격을 안겨주어 캠프로서 안성마춤이었다.
 





그런데 이번 어린이 아트캠프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행운아였다.

이처럼 좋은 환경에서 유능한 작가들로부터 친환경적인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일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도 우리 국민들이 너무 좋아했던 공짜가 아니던가. 이틀 동안의 교육에 24명의 어린이만 선착순으로 받아들여졌는데,

제주와 광주에서 온 두 어린이 외에는 대부분 서서울호수공원이 있는 양천구 어린이였다,

창의적인 워크샵을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는 올 가을 주민들과 함께 실물크기로 공원에 설치하기로 되어있다.

오는 9월9일 오전10시에 결과가 발표되고, 안애경씨의 디지인에 의한 결과물은 10월 말부터 주민들과 작업하게 된다.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공공예술의 한 사례로, 주민이 공원의 주인의식을 갖는 출발점이다.






이틀동안 참가자들이 가져 온 도시락으로 나누어 먹었는데, 한 가지 음식 챙겨와 여러 가지 나누어 먹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점심 식단이 어디 있겠는가. 일회용품도 발 붙이지 못하게 하였다.
마음대로 그림 그리고, 마음대로 만들고, 마음대로 노는 이토록 자유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들이 과연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통제와 제제만 받고 살아온 지난날이 너무 억울하다.

무엇이던 “하지마라, 가지마라” 는 통제가 따랐고,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길들이려 했다. 부모도 선생도 똑 같았다.

사람을 기계처럼 만드는 교육이었다. “ㅆㅂ 괜히 열받을라하네”

그런 교육받고 자란 사람들이 어찌 배금주의와 개인주의에 물들지 않겠는가?

제발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의 잣대로 들이대려 하지마라.
그냥 내 버려두고 지켜보라. 자유롭게...






이번에 열린 어린이 아트 캠프 ‘TO BE FREE'가 많은 어린이들이 나눌 수 없는 아쉬운 점은 있지만,

참가한 어린이들은 환경과 예술에 다가가는 좋은 체험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어린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어린이들의 체험이 공공디자인 개념의 기본 아이디어로 활용되는 것도 참신했다.

올 가을 서서울호수공원에 만들어질 결과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사진, 글 / 조문호

















































































































어린이 아트 캠프 ‘TO BE FREE'가 오는 7월31일과 8월1일 양일간에 걸쳐 '서서울호수공원'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지난 28일 오전 11시경 스텝들의 첫 미팅이 있었는데, 난 '서서울호수공원'도 처음 가보지만, 이 행사의 내용도 잘 모른 채 갔다.
일전에 안애경씨로부터 이 빠진 모습으로 어린이들을 웃기며 사진 찍을 생각 없냐는 재미있는 발상에 별 생각 없이 승낙했다.

안애경씨는 핀란드를 오가며 국내외 주요 프로젝트에서 아트 디렉트로 동분서주하는데, 발상들이 너무 참신하여 본받을 일이 많다.
묶여 있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새롭고 참신한 시도는 창작하는 예술가들의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 날 처음으로 본 ‘어린이 아트 캠프’ 기획안은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어린이들에게 창의적인 예술교육을 접목시키는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함께 어울려 경험하며 주변 환경에 연관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데, 어린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어린이들의 체험이 공공디자인 개념의 기본 아이디어로 활용되는 프로젝트였다.
창의적인 워크샵을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는 올 가을 주민들과 함께 실물크기로 공원에 설치하기로 되어있었다.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공공예술의 한 사례로, 주민이 공원의 주인의식을 갖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이 날 참석한 스텝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안애경씨를 비롯하여 영어교사인 김정은씨, 그리고 핀란드 작가 두 명과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 담당자 두 명 등 모두 여덟 명이었는데, 서로 인사하는 정도의 탐색전에 가까운 미팅이었다.
마지막 결과에 대한 큰 그림이야 안애경씨 머리에 있겠지만 미리 발표할 수 없었다.
참가하는 어린이들의 생각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먼저 틀을 짤 일이 아니었다.
담당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곤란한 부분도 있겠지만, 작가의 뜻이 받아 들여졌다.

서울시청 에서 온 담당자는 모든 일을 수용하며 도우려했지만, 그러나 공원 관리자는 달랐다.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이 공원은 2009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는데,
제2의 선유도 공원이라 불릴 만큼 환경친화적인 공원으로 여의도 공원과 맞먹는 규모다.
녹슨 수도관이나 기존의 골조를 재활용한 배치도 좋지만,

지척에 있는 김포비행장으로 오가는 비행기 소리에 분수가 작동하는 시스템도 흥미롭다.
‘씨토포스’ 최신현씨가 설계한 시각의 파격을 안겨주는 친환경공원이었다.




 


스탭들과 '서서울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아 보았는데, 21세기 몬드리안의 정원같은 멋진 공원이었다.
옛 신월정수장의 침전조를 재활용하여 기존의 콘크리트 벽과 기둥들이 그 골격을 이루는데,
수직과 수평의 선을 활용한 동선에 따라 면과 선을 가로지르고 서로 만나고 헤어지면서 3차원의 공간을 연출했다.
흥미로운 배치의 조화로 마치 미로를 헤매는 것 같은 공간의 리듬을 맛보게 하였다.





문제는 작가가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 놓아도 그 것을 관리하는 공무원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은 천편일률적이고 획일주의의 익숙함에 길들어 있다.
의도와 다르게 관리되는 것을 안타까워 한 설계자 최신현씨의 부탁도 있었지만, 미술감독 안애경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서서울호수공원'의 여러 프로젝트에 솔선 참여하여 발전시키려 했으나, 번번히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야외에 설치할 피아노도 관리의 어려움을 내세우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공원에 설치된 원통 수도관의 양쪽 구멍조차 막아버린 것이다.
호기심 많은 개구장이들의 생각을 막아버린, 즐기는 놀이공간이 아니라 관상용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그날도 공원을 관리하는 인부들이 테크 틈사이에 비집고 나온 잡초를 말끔히 제거하고 있었다.

있어야 좋은 것과 없는 것이 좋은 것을 구분조차 못하니,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있었다.






이 날도 공원관리자와 어린이 아트 캠프 미술감독과의 마찰이 빚어졌다.
무슨 이야기 끝에 나왔는지 모르지만, 작업 자재로 들여다 놓은 물품을 실어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격려는 못할망정, 어찌 싫다는 표현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할 수 있는가? 결국 서러움에 북 바친 안애경씨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외국에서 데려 온 작가들에게 여비도 챙겨주지 못하는 봉사에 가까운 일을 어렵게 진행하고 있는데,
뭘 모르면 가만히 있으면 욕이라도 먹지 않을텐데, 무슨 기득권 지키는 완장 행세 같아 나까지 열 받아버렸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들이 '서서울호수공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국 지자체의 문화관련 공무원 사이에 만연한 현상이라는 점이다.

일단 문화관련 부서 공무원은 모두 문화전문가로 바뀌어져야하고, 생각이 막힌 안일주의 공무원들의 거세가 절실한 실정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뭘 모르는 인간들이 갑질 하는가.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7일 오후6시, 아트 디렉터 안애경씨를 만나기로 했다.
몇 일전부터 약속된 만남이었으나, 꾸물대다 30분이나 늦어버렸다.
약속장소인 정동의 영국대사관 앞에 도착해 전화를 걸었더니, 바로 옆자리에 서 있었다.
사과할 겨를도 없이, 반갑게 맞는 그를 따라 맞은편의 정동국밥집에 들어갔다.
그 국밥집은 신부님이 운영하는 식당인데, 그 수익금으로 동자동 빈민들께 매주 국밥 대접을 한다고 했다.

다섯 그릇 팔아 배고픈 한 사람의 배를 채운다니, 가능하면 여기서 식사를 한다고 했다.

나도 몰랐던 정보라 고맙기도 했지만, 그녀의 마음 씀이 너무 예뻤다.

안애경씨는 지난 5월 초순 '통인' 김완규씨가 마련한 오찬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차림새는 20대로 보였으나, 자세히 보니 50대는 되어 보이는 완숙한 작가였다.
외국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국내 예술행정의 문제점도 훤히 알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이 파격적이면서도 참신하여 배울 바가 많았다.

그런데 내가 사는 동자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버이날을 기해 그들에게 돌려주는 빨래줄 전시를 한다고 했더니, 꼭 들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날은 내 핸드폰에 이상이 생겨, 양동 방향에서 헤매었다고 했다.

대신 양동의 쪽방들을 돌아보며 빈민들의 생활환경을 편리하게 꾸밀 방안을 연구했다고 한다.

쪽방이 몰린 복도 한 켠에 조그만 탁자라도 하나 놓으면 방에만 박혀 사는 주민들이 나와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정말 좋은 생각이었다.

그 날 돼지국밥을 먹으며 재미있는 제안을 해왔다.
7월 말 신월동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조그만 축제를 마련하는데, 사진을 찍어 줄 생각이 없냐는 것이다.

처음에는 동자동에서 딴 곳으로 마음 뺏길까 염려되었으나,

어린이들과 어울려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빨 빠진 마귀 같은 꼬락서니로 낄낄거리면 얼마나 재미있어 하겠는가?

그 좋아하는 모습의 이미지가 벌써 그려진다.

어린이들과 마음대로 놀려면 빨리 허리부터 완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파주출판단지에서 개최할 북 페스티벌에 자신의 기획안을 프리젠테이션하여 결정되었다고 했다.

, 자연, 미래,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만남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장터처럼 난장을 펼치고 싶다며 장터사진을 찍어 온 정영신씨도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예술분야만이 아니라 사회 다양한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영국대사관 옆의 성당 정원으로 안내했는데, 그 성당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여지 것 조선일보 미술관을 더나들며 여러 차례 그 골목을 다녔지만,

벽돌과 돌을 사용해 지은 로마네스크 식의 멋진 성당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검색해 보니, 1926년에 준공한 성공회의 서울교구 건물로 되어있었다.

얼마나 여유 없이 살았으면 옆으로 시선한 번 주지 못했을까?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성당 건축물을 두고, 외국만 가면 성당건물을 찾아다닌다.


모르면 바보나 마찬가지다. "이 바보야 정신 차려라.


사진, 글 / 조문호












‘통인’ 김완규회장으로부터 오찬회를 갖는다는 메시지가 떴다.
요즘 ‘인사모’ 모임에도 잘 나가지 않아 만난 지도 오래되었지만,
‘통인가게’가 있는 인사동도 아니고, 본사가 있는 한강로로 오라기에 궁금증이 발동했다.

관우선생은 워낙 미식가라 뭔가 맛있는 음식점을 개발했을 거라는 짐작이 들었다.
요즘 동자동에서 먹는 것이 너무 부실해 영양실조 걸릴 지경이다.
더구나 사람 모이는 자리에 전혀 가지 않으니, 외식도 전혀 할 수 없었다,
허구한 날 빵이나 인스턴트식품으로 연명하니,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연료가 떨어져 빌빌 거리는 형국이다.

고물 핸드폰마저 발신만 되고 수신이 되지 않으니 주변의 연락조차 끊겨버렸는데,
다행히 문자메시지를 보내 알아차린 것이다.
본사 사무실이 있는 삼각지는 평소 다니던 인사동보다 가깝고,
동자동에서는 지하철 두 구역이라 엎어지면 코 닿을자리다.
모처럼 목구멍에 때 벗길 작정으로 찾아 나선 것이다.






지난 2일 정오 무렵, 시간 맞추어 간다는 게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다.
넓은 사무실엔 관우선생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대뜸, ‘옛날 맛을 그대로 간직한 간짜장 집을 찾았다’는 것이다.

군침 흘리는 차에 호출된 사람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판소리꾼 배일동, 첼리스트 김규식, 도예가 김정범씨가 도착했고,
뒤늦게는 독립 큐레이트인 안애경씨와 임미선씨도 모습을 드러냈다.

골목골목을 돌아 찾아 간 곳은 ‘상상취’라는 조그만 중국집이었다.
여덟 분을 예약해 두었는데, 요리가 나오기 전에 간짜장 부터 가져오라고 했다,
다른 요리를 먹으면 간짜장 맛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관우선생의 지침이었다.






미식가이며 식탐가인 그는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쓴다.
음식을 줄여야 할 몸집이지만, 도저히 절제가 안 되는 분이다.
하기야 옛말에 ‘먹고 죽은 귀신 화색도 좋다’하지 않았던가?
아무튼, 나 역시 성치도 않은 이빨로 짜장면 한 그릇 먹어 치우느라 바빴다.

중국 칭다오맥주에다 빼갈까지 곁들여 낮술도 한 잔 때렸다.
평소 남정네들이 나누는 대화래야 별 게 없으나,
이 날은 대형 전시기획을 해 온 미술감독이 두 사람이나 나와
해외 정보와 함께 우리나라 문화행정의 많은 문제점을 들을 수 있었다.






5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하여 일 년간 전시하고,
대형미술관의 일 년 예산을 한 전시에 모두 쏟아 붓는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 졌다.
외국에서는 전시감독의 뜻에 따라 적극 협력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에는 간섭이 많고 행정절차가 너무 까다롭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흥원, 문화재단 등 별 필요 없는 중간 조직의 조직화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새 정부 들어서면 정치 관료사회의 문어발식 확장에 다름 아닌
무슨 문화진흥원, 무슨 문화재단이나 센터 등의 중간조직부터 말끔히 청소해야 한다.
지원이란 미명의 시혜성 사업이 난무하고,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는 전시성 행사 낭비로 국고가 질질 새고 있다.

그 많은 조직을 지탱하는 비용의 절반이라도 문화예술인들 지원에 쏟았다면,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와 작가들이 이렇게 빌빌 기는 지경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문화예술을 위한 많은 예산들이 관료조직의 밥그릇 챙기기나
손발 맞는 업자들의 배불리기에 탕진해 왔던 것이다.






어디, 이 나라에 뜯어 고칠 적폐가 이 것 뿐이겠느냐 마는, 
특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곳이 문화예술계로 생각된다.
몇몇 화이트리스트에 속하는 예술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입에 풀칠도 못한다.
예술가도 하나의 엄연한 노동자다.
작업지원은 차지하고라도 최소한의 생계대책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이 것 저것 생각하니 분통이 터져 술을 마셔도 술이 취하지 않더라.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죽기 살기로 싸워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후진들이라도 제대로 살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겠다는 결기를 다진 자리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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