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람들에 비해 더위를 못 견디는 이유를 뒤늦게야 알았다.
고참 들은 날씨의 이치에 순응하였고, 난 무슨 극기 훈련하듯 맞서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더운 시간엔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다 잘 때 들어오거나, 아니면 아예 그 곳에 자리를 깔아버렸다,

그들은 더위를 피해 다녔고, 난 버팅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정선 별장으로 피서나 갔다 오자.
허물어지기 직전의 별장이지만, 그 곳은 울 엄마가 묻힌 산중이 아니던가?
떠나기 전에 해둘 일을 체크하며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았더니, 또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컴퓨터 식히는 팬 도는 소리에 나까지 돌아버릴 것 같다.






컴퓨터를 끄고, 천국으로 통하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 곳은 시원하기 그지없고, 서울의 두 얼굴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옥상은 건물 관리인이 사용하는데, 더운 여름철만 잠깐 개방해 주는 유일한 숨구멍이다.

팬티만 걸친 비쩍 마른 알몸에 카메라와 담배까지 피워 물었으니,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 보신다면 과관이었을 것이다.






서울역 건너편은 우리나라 대기업 빌딩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그 거대한 빌딩 틈으로 쪽방들이 코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가진 자들은 그 코딱지를 떼고 싶어 안달이지만, 어림없다. 어차피 함께 어울려 살 수 밖에 없다.

어리어리한 빌딩은 사람냄새 대신 돈 냄새로 가득하지만, 쪽방 구석구석에는 사람냄새가 난다.

옥상에는 화초대신 고추와 방울도마도가 달려있고, 군데군데 빨래도 걸려 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3층에 사는 유씨가 소주와 새우깡을 들고 올라왔다.

이열치열이라듯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위 아래를 들락거리며 마신 소주가 다섯 병이나 되었다.

옥상에서 술을 못 마시게 해, 급하게 마셨더니 어질어질했다.

방으로 내려와 더위도 잊은 채 정신없이 잔 것까지는 좋았는데, 속이 쓰려 죽을 지경이다.
냉수 들이키는 소리가 수채구녕 물내려 가는 소리같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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