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쪽방은 해수욕장을 방불케 한다.
더워서 다들 벗고 사니, 비쩍 마른 놈은 남사스럽다.
옷을 걸치면 금세 땀에 젖어버리니,
내색은 안 해도 누가 찾아오면 욕바가지다.
그래서 여름 쪽방 방문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내가 사는 쪽방은 옥상 밑이라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다.
바깥 통행에 지장을 주어, 방문도 열어두지 못하고
창은 옆 건물과 붙어, 있으나 마나다.
더운 바람이 윙윙 도는 선풍기소리조차 짜증스럽다.

오죽하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갈까도 생각했으나 포기했다.
명분은 나대신 누군가는 이 방에서 곤욕을 치러야 한다지만,
솔직히 방 구하고 이사하는 절차가 귀찮아 못 간다.






어제는 쪽방 4층 복도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408호에 사는 정씨 영감이 페인트를 복도에 쏟았는데,
그걸 지운다며 퐁퐁(세제)을 통째로 부어버린 것이다.
건물 관리하는 이가 발을 동동 그렸으나, 소용없었다.
물을 퍼부어 물난리가 났는데, 거품이 둥둥 떠다녔다.





그런데, 정씨 방은 방이 아니라 창고나 마찬가지다.
그 좁은 방에 온갖 물건들을 놓아 누울 틈도 없다.
고물 티비가 아슬아슬하게 짐 위에 놓여있는데,
무너진다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나이 들어 하나하나 버려야 하건만, 왜 저렇게 살까?





그 방만 보면, 더워 못 살겠다는 내 말이 엄살 같다.
사람이 참고 견디는 인내의 한계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강력한 마약 한 방으로 황홀하게 잠들 수 있는 안락사를 허하라.
의미 없는 고통의 삶은 죽는 것만 못하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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